주간동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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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싸나이 우즈벡 신부 구하기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11-09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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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 싸나이 우즈벡 신부 구하기
    ‘나의 결혼원정기’는 KBS 인간극장 ‘노총각, 우즈벡 가다’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화된 작품이다. 원작은 다큐멘터리지만 영화의 각본에는 직접 같은 행사에 따라갔던 감독의 경험도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한다.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영화는 신붓감을 얻으러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서른여덟이 될 때까지 여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시골 노총각 홍만택은 이웃집 우즈베키스탄 출신 며느리를 본 할아버지의 무언의 권유와 택시 운전기사인 친구 희철의 부추김에 못 이겨 희철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다.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어리버리하기 짝이 없는 만택은 만나는 여자들마다 형편없는 인상을 남기기 일쑤고, 희철은 남의 나라에 가서도 버리지 못한 바람기 때문에 오히려 잘 풀리던 일을 망치기 직전까지 가게 한다. 다행히 그런 와중에도 만택과 우즈베키스탄 현지 통역 라라 사이에서 연애감정 비슷한 것이 피어오른다.

    아무리 감독이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주장해도 ‘나의 결혼원정기’는 어쩔 수 없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점점 줄어가는 농촌 인구, 뒤떨어진 사고방식과 환경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촌 남자들, 그리고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 ‘수입되는’ 외국인 신부들. 감상을 접고 똑바로 바라본다면 이런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어두워질 수도 있다.

    경상도 싸나이 우즈벡 신부 구하기
    하지만 이들이 맞고자 하는 신붓감들이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이라면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이 영화에서는 신붓감을 구하러 날아온 경상도 ‘싸나이’들이 스탈린의 정책에 따라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후손들과 한반도에서 비행기로 7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중앙아시아의 낯선 땅에서 재회한다. 민족주의의 요란한 캐치프레이즈는 없지만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결혼정보회사 사장이 초반부에 써먹긴 한다) 그 결과는 은근히 감동적이다.

    심각해질 수도 있고, 엄청 냉소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나의 결혼원정기’는 그래도 여전히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족시키기로 작정한 주류 영화다. 이런 식의 국제결혼이 어떻게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양심이 찔리지 않을 정도로 보여주긴 하지만, 결국 만택과 희철의 이야기는 로맨스로 흘러간다. 희철과 알료사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지만, 만택과 라라의 이야기는 좋은 연애담의 질감이 풍부하다. 그 로맨스의 힘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국제결혼 하려는 농촌 총각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에 사라질 정도이긴 하지만, 뭐, 괜찮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울림이 강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낯선 사투리와 이국의 풍광과 투쟁하며 영화를 찍은 세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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