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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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혹시나?

여야, 정 내정자 긍정 평가 속 아내의 농지개혁법 위반 여부 변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11-09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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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 혹시나?
    “법조인에게 첫째 덕목은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고전에서는 ‘중용’이라고 한다. 공명정대도 중요하다. 공(公)은 공평을, 명(明)은 투명성을, 정(正)은 정의를, 대(大)는 대의명분을 의미한다. 화합하지만 같아지지는 않는다(和而不同), 슬퍼하지만 상처 입지는 않는다는 애이불상(哀而不傷)도 검사들이 가슴에 새겨야 한다.”

    10월24일,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있은 기자간담회에서 검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고전을 인용해가며 거침없이 쏟아냈다. 검사는 원만하되 소신을 잃지 않으며, 슬퍼할 줄 아는 감성을 갖되 절제할 줄 아는 이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정 내정자의 주장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그동안의 검찰 이미지와는 다른 것. 1시간여 이어진 고전풀이의 결론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런 포부를 가진 정 내정자를 정치권은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11월1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여야 정치권의 시각은 큰 틀에서 비슷하게 흐른다. 열린우리당(우리당)은 이번 인사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뒤숭숭한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내부 발탁’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고, 정 내정자의 발탁이 이에 부응하는 인사라는 것. 이런 분위기가 청문회장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도 나왔다. 법사위 간사 우윤근 의원은 검찰의 뜻이 반영된 인사라는 측면에서 무난한 청문회가 될 것임을 예상했다. 정 내정자의 친구인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 장윤석 의원도 “자질과 능력에 대해 큰 이의 제기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친구’라는 점을 의식한 듯 야성(野性)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야 막론한 폭넓은 인맥도 청문회 통과에 도움될까 ‘관심’

    “말 잘 듣는 총장을 앉혀서 검찰을 장악하고, 정치권에 대항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인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인 정 내정자의 발탁 자체가 코드인사가 아니냐는 문제제기인 셈. 또한 변수가 없다면 정 내정자는 대선 코앞인 2007년 10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점도 한나라당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부분이다. 대선 등 대형 선거일수록 검찰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한나라당이 정 내정자가 코드인사일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런 흐름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참여정부 초기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각종 개혁방안을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와 잘 접합해 무난하게 추진했다”고 밝혔다. 검사치고는 사고가 유연하다는 나름의 평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정 내정자는 참여정부 들어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에서 동기 중 맨 먼저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발탁된 뒤 검찰총장 후보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정 후보자의 이 같은 이력이 ‘위기에 처한’ 검찰의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나, 자칫 검찰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정 내정자와 친분이 있는 한나라당 한 검사 출신 인사는 “대통령과의 친분은 정 내정자의 장점이자 최대의 약점”이라고 꼬집었다.

    정 내정자의 아내가 1989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인근 해안도로변 땅 매입 과정에서의 농지개혁법 위반 여부도 청문회의 쟁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정 내정자 측은 “당시 강릉으로 위장전입하지 않고 서울에 거주하면서 땅을 매입한 것으로 볼 때 농지개혁법상의 농지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보좌관을 현장으로 보내 구체적 실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최근 검찰이 손학규 경기지사의 측근인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을 구속한 것과 관련 의혹을 제기한다. 서울시 정윤재 부시장에 이어 한 원장이 구속되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준비중인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를 흠집 내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는 “5월에는 박근혜 대표의 디지털 특보였던 황인태 씨를 구속하는 등 최근 검찰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3인의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가 청문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전체적인 기류는 정 내정자의 발탁에 대해 ‘무난하다’는 반응. 한나라당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한나라당으로서도 그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재섭 원내대표 등 정 내정자와 직·간접적으로 친분을 나누는 인사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점도 정 내정자의 청문회를 낙관론으로 보게 하는 근거.

    정 후보자는 친화력이 뛰어나다. 마당발인 그의 인적 네트워크가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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