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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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시도 불통행정? 서남권 지하도로가 너무해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비판에도 공사 강행…매연 환기구 인근 주민 1~2명 참석한 공청회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11-07 12: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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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중순까지도 공사를 하는 줄 몰랐다. 주민들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확산되고 나서야 동네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인근에서 이렇게 큰 도로 사업을 하는데 주민이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가 진작 공사 계획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반대했을 거다. 공사를 다시 재개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사는 주민 A씨의 말이다. 그는 신도림동을 지나는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반대했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계속하면 주변 공기 질이 심각하게 나빠진다. 지하도로 환기구가 인근 고등학교, 초등학교에서 135~210m 거리에 불과해 아이들 건강 문제가 우려된다. 주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이렇게 중대한 공사를 강행하는 서울시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진 난 줄 알았다” 예고 없던 발파 작업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남권 도로 민간투자 건설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서남권역의 교통 정체 해소를 목적으로 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성산대교 남단부터 금천구 독산동 서해안고속도로 금천IC까지 10.33km 구간을 왕복 4차 지하도로로 만드는 사업이다. 3월 착공했지만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8월 말 환기구 설치 공사만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 사업과 함께 추진하는 서울제물포터널 사업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부터 영등포구 여의도동까지 7.53km 구간에 왕복 4차로 지하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다. 2015년 10월 착공해 2020년 개통이 목표인 서울제물포터널 사업은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도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주민의 반발을 부른 최대 원인은 ‘환기구’다. 최대 깊이 83m 지하도로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배출하는 환기구는 구로구 구로동과 신도림동, 영등포구 양평동과 양천구 목동 총 4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양평동 환기구는 양평유수지생태공원(공원)에 인접해 있고 목동 쪽 환기구와 거리가 1km 남짓해 인근 주민의 반대 여론이 거세다. 공원 인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보니 제물포길과 서부간선도로 교차 지점에 있는 공사 현장이 보였고, 환기구 위치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당중초등학교가 있었다. 이 아파트 주민 B씨가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공사 때문에 벌써부터 공기 질이 나빠진 것 같다. 초등학생인 아이의 반에 최근 원인 모를 눈병과 피부병에 걸린 친구가 여럿 있다. 공원 내 나무들도 무성했는데 날씨가 추워지기 훨씬 전부터 시들어갔다. 지금도 공원 근처에 나가기가 두려운데, 환기구에서 매연까지 나오면 여기서 어떻게 살까 싶다.”

    이곳 주민들도 “공사를 시작하기 전 시와 주민 간 소통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한다. 주민 C씨는 “4월쯤 지하를 뚫는 발파 작업이 시행됐을 때 지진이 난 줄 알고 이웃과 연락하다 서울제물포터널 공사가 시작됐음을 뒤늦게 알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대규모 공사라면 시에서 주민들에게 미리 충분히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발파 작업을 예고 없이 수시로 해 ‘꽝’ 하는 소리에 놀란 적이 여러 번이다. 며칠 전에는 공원에서 아이들이 ‘벼 베기 체험학습’을 하는데 인근에서 발파 작업을 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발파 작업 일시를 미리 고지하는 안내판도 10월 말 무렵에야 공원에 설치됐다. 그동안 땅이 언제 흔들릴지도 모른 채 피해를 본 셈이다.”

    한편 서울시 측은 “공사 전 주민에게 충분히 알렸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2013년 6월 영등포구청, 2014년 11~12월 목동청소년수련관과 여의도 침례교회에서 서울제물포터널 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2014년 구로구청에서 설명회를 갖는 등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자리가 있었다.



    공기정화구역, 학교 운동장은 제외?

    하지만 주민들 생각은 다르다. 공청회와 설명회 참석자는 10~20명이었고, 환기구에서 가장 가깝게 거주하는 주민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구로구청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신도림동, 구로1동 주민은 1~2명에 불과했다. 김상우 양평동 환기구 예비비상대책위원장도 “공청회는 개최 사실을 생색내려는 용도였을 뿐, 주민과 실질적인 소통을 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민원이 빗발치자 시에서 평일 오후 2시에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도록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8시에 설명회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끝내 2시로 확정했다. 시가 주민과 소통을 회피하고 일방적으로 행정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측은 “공사 절차는 적법하게 진행 중이며 공해에 따른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기구 주변 학교, 아파트를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완료했다. 또한 환경오염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공기정화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며, 지하도로 완공 후 지상에서 정체하는 차량이 줄어들면 추가로 미세먼지가 저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은 서울시 계획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시의 환경영향평가부터 엉터리라는 주장이다. 서부간선도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계획노선 운영 시 대기질 예측결과 표’에 열거된 대기 오염물질은 미세먼지(PM10)와 이산화질소(NO2)뿐이다. 초미세먼지 등 다른 오염물질은 분석 대상에서 빠졌다. 또한 환기구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표에 따르면 신도림동 모 아파트를 기준으로 신도림고등학교, 신도림초등학교, 모 빌라 및 주거상가 종교시설의 미세먼지 농도가 모두 47.8μg/㎥으로 기록돼 있다. 주변 한 아파트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를 다른 장소의 측정치에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매연처리 시스템의 효율성을 분석한 ‘자동차 배출매연의 입자 및 분포비율 및 처리시설별 포집효율 검토’표는 ‘공기조화냉동공학회’(현 대한설비공학회)의 1998년 논문에서 발췌한 것으로 최신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의 해명이다.

    “미세먼지 농도를 모든 지역에서 일일이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한 장소를 지정하고 대푯값을 뽑아 주변 측정치를 통일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시에서 시행한 평가뿐 아니라 모든 환경영향평가가 그렇게 이뤄진다. 또한 지하터널 환기구는 환경부가 정한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기환경보전법이 규제하는 설치 및 환경조사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송영덕 신도림동 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에 오류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환기구와 인근 학교의 거리를 측정한 기준이 상식과 맞지 않는다. 학교 담장부터 환기구 사이 거리를 재면 신도림고등학교는 135m이다. 그런데 시는 학교 운동장을 제외한 본관 외벽부터 거리를 잰 후 229m라고 했다. 학교 인근에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상대적 정화구역 200m 반경을 벗어난다는 논리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시는 공기정화시설을 설치해 오염물질을 40%까지 저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보다 공기오염도가 심해지는 것은 명백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터널 환기구는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 정화구역 200m 반경 설치 금지’의 규제를 받지 않지만, 공기정화 효율은 늘리는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민자기업만 이득…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은 공장 등 제조시설에 국한돼 있다. 즉 매연 환기구는 하루 종일 배기가스를 내뿜고도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은 대부분 공장에 해당하고, 서울 서남권 지하도로 환기구 설치는 이미 환경영향평가를 마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지하도로가 완공되면 교통 정체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15년 4월 감사원의 ‘서울시 도로사업 및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현 서부간선도로의 차로가 좁아져 새로운 교통 정체를 유발하고, 지하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의 통행료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분석이다.

    ‘(2014년 10월 현재) 도시고속도로인 서부간선 지상도로의 용량은 시간당 4000대다. 이 도로를 일반도로로 변경하고 잉여 대지에 녹지, 카페 등을 건설하면 차로가 좁아져 시간당 차량 용량이 1440~2400대로 감소한다. 따라서 서부간선 지상도로 이용 차량들은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서부간선 지하도로를 이용하거나, 안양천길 및 시흥대로로 우회해 새로운 교통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공사 계획대로 서부간선 지상도로를 신호등, 횡단보도가 있는 일반도로로 변경하면 기존 도로 이용자들이 유료인 서부간선 지하도로를 이용해 통행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감사원은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은 장래 지하도로 개통 후 교통 분산 효과를 분석해 주변 도로의 교통정체가 악화되지 않을 때 추진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지상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절반이 지하도로로 분산돼 전체적인 교통 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다. 특히 장거리 차량 대부분이 지하도로를 이용해 지상도로 교통 정체가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1월 2일 오후 2시 영등포아트홀에서 서울제물포터널 및 서부간선 지하도로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주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이날 참석한 주민 C씨는 “서울시의 공사 중단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곧 주민과 공무원이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시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과연 서울시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환기구 설치를 반대하는 각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사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에 참여한 민간투자기업만 이득을 보고, 시민은 환경 공해로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모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이면 공사를 계획한 시점부터 주민에게 확실히 알렸어야 했다. 서울시는 공사를 늦추더라도 지역민과 합의해 공사 계획을 변경하는 등 다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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