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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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처방 이대론 안 된다

치료 지침에 포함 안 된 약 다수 처방 …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과다도 문제

  • 글·진행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3-18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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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식 처방  이대론 안 된다

    천식 치료용 흡입제를 사용하는 모습.

    천식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의료계의 천식 처방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천식 환자에게 천식 치료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약이 다수 처방되는가 하면, 경구용 스테로이드제가 과다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것.

    2003년 보건사회연구원은 ‘2003년 천식 처방 및 치료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의사 중 상당수가 천식 환자에게 천식 치료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다수 약을 처방하는 반면, 천식 치료 지침에서 권고하고 있는 흡입용 천식 치료제의 처방은 미흡한 현실을 꼬집었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2년도 1월 한 달 동안 1650곳의 의원에서 심사 청구된 건수 중 약 2%를 추출, 천식 또는 천식 관련 질환으로 확진받은 환자가 제출한 4330건의 청구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식 환자로 확진된 환자에게 천식 치료제가 아닌 불필요한 치료제가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천식 치료제 이외의 처방 의약품에는 진통해열제, 거담제,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위장관 장애 치료제, 중추신경계 약제, 기침 감기약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순수 천식으로 월 1회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경우 진해 거담제 처방률이 65%로 가장 높았고, 위장관 장애 치료제(59%), 항생제(46%), 해열진통소염제(29%), 항히스타민제(25%)가 뒤를 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미국 국립보건원 천식 치료 지침) 항생제의 처방률이 46%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 또 천식에 대한 치료 개념의 변화와 함께, 천식 치료 지침은 발작 예방과 염증의 조기 치료를 권고하고 있는데도 기관지 확장제만을 단독 처방하는 경우가 35%를 차지했다. 상당수의 의사가 발작 예방을 위한 염증 치료를 소홀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항생제 처방률 46% … 발작 예방 염증 치료 소홀



    기관지 염증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제 사용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염증 치료를 위해서는 스테로이드제 치료가 필요하나, 경구용 스테로이드제의 경우 소아의 성장 저해 등 부작용 논란이 있어 심한 천식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월 1회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28%가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반면 국소 부위에만 작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의 경우 환자의 8%가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사들의 처방 행태가 진료 지침이나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식 처방  이대론 안 된다
    이뿐 아니다. 2004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만1952곳의 병·의원을 대상으로 스테로이드제 처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천식 환자에 대한 의원급의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처방률이 71.7%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천식기구(GINA)의 천식 지침에 따르면 천식 치료를 위해 일차적으로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 처방률은 29.7%밖에 안 되는 것.

    흡입제 처방률은 종합전문병원이 84.9%, 종합병원 70.0%, 병원 55.0%, 의원 29.7% 순으로 병원급으로 갈수록 올바른 처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천식 처방  이대론 안 된다

    병원에서 폐 기능 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

    멀리 보는 장기 치료 전략 수립과 실천 필요

    천식 치료의 제1 계명은 ‘염증 치료’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염증 치료를 게을리 하면 기관지가 좁아져 갑자기 숨이 막히는 발작증세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염증 치료를 위해 경구용 스테로이드제가 과다하게 처방되고 있는 현실은 사회문제로 커질 소지까지 안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의 천식 치료가 근시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는 효과가 빨라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으나, 천식이란 질병의 특성상 장기 치료 전략의 수립과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 또 일부 의사들이 천식 치료에 관한 지침 내용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치료 지침이 처방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가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의 처방을 꺼리고 있는데, 이는 적극적인 환자 교육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흡입제 처방률이 높은 의사들은 환자에게 세 차례 정도만 교육하면 대부분이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와 환자 만족도도 높다는 것.

    국내의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과다 처방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심각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중국,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등의 성인 및 아동 천식 환자 3206명을 대상으로 2000년 이뤄진 아태지역 천식 실태 조사인 AIRIAP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흡입용 스테로이드제 사용 비율은 1% 정도로 아시아 태평양 평균 14%, 대만 26%에 훨씬 못 미친다.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럽이나 미국 같은, 흡입제 사용이 일반화된 국가와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천식 처방  이대론 안 된다

    기관지 내시경: 정상, 염증발생, 염증을 동반한 기관지 수축(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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