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4

2005.03.01

불친절한 무대, 생음악은 감동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5-02-24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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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친절한 무대, 생음악은 감동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의 감동을 기억하고 있는 중년 관객들을 위한 추억의 공연이다. 마리아가 본 트랩 가문의 일곱 자녀들과 함께 ‘도레미 송’을 부르는 모습.

    이제 우리 관객들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이라는 수식어에 현혹되던 시대는 지난 듯하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부터 ‘미녀와 야수’ ‘지킬 앤 하이드’까지, 브로드웨이 작품을 우리 배우들이 완전히 소화해내며 대박을 터뜨린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지난해 연말 공연된 ‘노틀담의 꼽추’도─무대 연출 등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았지만─신예 배우들의 기량만큼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가족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이번 무대에서 대극장 자막 공연의 한계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미국 배우들이 영어로 노래하는 뮤지컬을 자막을 이용해 관람하는 것은 힘에 부친 일. 이 작품의 주요 관객층이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에 대한 주최 측의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쾌적한 공연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지만 좌석마다 설치돼 있는 자막기를 끄고 대형 무대의 양 끝에만 자막기를 설치하는 바람에 중앙열의 관객들은 작품 이해를 위해 무대를 바라보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놓여야 했다.

    크고 작은 번역 실수도 이어졌다. 작품 이해를 어렵게 하는 직역 -‘I am sixteen going on seventeen’이 ‘난 열여섯, 다음은 열일곱’이라고 번역됐다 - 과 의미가 전혀 다른 오역 -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을 ‘난 좋은 일을 해야만 했어’라고 풀이하는 식-이 반복되면서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사운드 오브 뮤직’은 지극히 불친절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관객은 오히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 중장년층일 듯하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뮤지컬인 만큼, 귀에 익은 노래들과 상황이 무대 위에 그대로 재연되기 때문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클라호마’ ‘남태평양’ ‘왕과 나’ 등을 발표한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주니어 콤비의 작품. 195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작품상·극본상·작사상 등 토니상 7개 부문을 휩쓸었고, 65년 영화화돼 작품상·감독상·편집상 등 아카데미영화제 5개 부문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도레미 송’ ‘에델바이스’ 등 이 작품의 삽입곡들과 주인공 줄리 앤드루스의 맑고 힘 있는 목소리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불친절한 무대, 생음악은 감동
    이번 뮤지컬에서 마리아 역을 맡은 제니퍼 셈릭의 목소리는 줄리 앤드루스에 비해 가늘고 여리지만,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가기엔 손색이 없다. 본 트랩 가문의 일곱 아이들을 둘러싼 아기자기한 이야기도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데, 특히 막내 그레틀 역을 맡은 다섯 살짜리 배우 애슐리 이스틀리는 깜찍한 연기로 객석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알프스 산맥의 탁 트인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졌던 영화의 스펙터클한 화면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무대 위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객석과 교감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의 빼어난 점일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How can love survive?)’ 등 영화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원작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중년 관객에게는 ‘강추’, 가족 관객에게는 ‘비추’다. 문의 02-3443-3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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