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2004.11.18

‘애완동물 등록제’꼭 필요한 이유

2006년부터 시행 ‘동물보호법’ 개정 추진 …‘자기 만족’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인식 계기

  • 김소희/동물칼럼니스트ㆍ애니멀파크 운영자 animalpark@empal.com

    입력2004-11-12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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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버려지는 애완동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해왔다. 미국은 이미 150년 전부터 10여개 주에서 ‘애완동물 등록제’를 시행해왔으며, 가까운 일본과 싱가포르 역시 수십 년 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대만의 경우 16살 이하는 동물의 주인이 될 수 없게 법으로 강제하고 있으며, 호주 일부 지역에선 주인을 식별할 수 있게 마이크로 칩 이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유럽에서는 아주 보편화된 얘기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는 7월9일 ‘개나 고양이를 버리거나 방치한 사람에게는 최고 징역 12년과 벌금 1만 유로(약 1400만원)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광견병 퇴치 차원에서 시작된 미국의 ‘애완동물 등록제’는 이제 누가 언제 어떤 개를 사고 팔았는지, 양도하거나 분실했는지,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잡았다.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애완동물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함부로 개를 버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행정기관에 등록할 때 납부하는 세금은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거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애견 관련 교육 캠페인 활동에 쓰인다.

    외출 시 인식표 부착, 동물학대 땐 6개월 이하 징역

    고작 강아지 한 마리 사고 파는 걸 번거롭게 만들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애견문화가 여타 놀이문화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 학제 연구, 제도 장치 등이 이뤄져야 하는 까닭은 바로 생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귀찮을 수도 있는 이 절차 덕분에 충동 구매자들이 대폭 줄고, 그만큼 동물학대 및 유기동물로 인한 사회 문제까지 줄일 수 있다.



    애완동물 등록제는 애완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관계자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다시 말해, 개인이 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단지 자기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이 따르는 일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제도인 셈이다.

    10월6일 농림부는 2006년부터 외출 시 유기(遺棄)동물 발생을 억제키 위해 애견에게 목줄과 더불어 인식표를 부착시키고 동물을 학대할 경우 최고 6개월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이미 두 차례에 걸친 개정이 무산된 바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진정한 의미의 올바른 애완동물 등록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 및 동물애호가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버려지는 동물이 넘쳐난다는 얘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못 된다. 동물 애호 차원의 담론이 아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봉투를 뜯게 마련이고,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각종 질병의 전파 위험을, 때론 교통사고를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마구잡이 번식을 통해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까지 탄생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동물을 버리는 행위로 우리 사회에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우기 힘들어서, 혹은 병들고 늙었다는 이유로 개를 버리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 마음속에 어떤 의식을 심어주고 있을지는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서울시의 위탁관리 아래 운영되고 있는 동물구조관리협회 한 곳에서 포획되는 유기견(遺棄犬)만도 연간 1만 마리가 넘는다. 애완동물 등록제의 정착으로 전체 양육 두수가 정확히 파악되고 있는 미국의 통계자료를 대입해보면 더욱 놀랍다.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가 추정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육되고 있는 애견 수는 400만~500만 마리며, 애견 인구는 1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은 유기견 수가 항상 전체 애견 수의 약 10%라는 정확한 통계치를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 양육 애견 수에 이 통계치를 적용해보면 유기견의 수는 연간 40만~50만 마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만 내놓고 있다.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길거리를 떠돌다 차에 치어죽거나 병들어 객사한다. 운 좋게도 동물보호소에 포획되어 관리를 받는다 해도 한 달이 지날 때까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 주인이 자신의 개를 찾는 경우 또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마다 수십만 마리 길거리로 내몰리는 비극 예방 효과

    ‘너무 앙증맞고 예뻐서 샀더니 불과 3~4개월 만에 다 커버렸어. 더 이상 귀엽지가 않아.’

    ‘사료비에 예방접종비, 그리고 미용비까지 완전히 돈 잡아먹는 귀신이라니까.’

    동물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동물학대를 낳고 다시 길거리에 유기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개를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고 책임지겠다는 각오 없이, 단순히 귀여운 생김새에 반하거나 혼자 살기 외로워서, 애인의 기분을 풀어줄 깜짝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서 등 충동적으로 사는 주인을 만나면 동물들은 학대를 받다 결국 버려져 동물보호소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에게도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 왜 충동적으로 개를 입양해서는 안 되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개를 키우는 자기 자신도 좋고, 개도 행복하며, 이웃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양육자 스스로가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개는 쓰다가 낡았다고 버릴 수 있는 장난감도 아니고, 소리가 시끄럽다고 전원을 꺼놓을 수 있는 텔레비전도 아니다. 우리 인간과 똑같이 생명을 지닌 존재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개도 기초적인 사고력은 물론 사람처럼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강아지 시기부터 개에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한다. 개도 사람처럼 발달단계를 거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사회화 시기’인 생후 4~12주경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개의 일생은 물론 주인의 일생이 좌우된다. 이 시기 동안 주인은 개가 다른 사람, 다른 개들과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건강한 성격을 지닌 개로 자랄 수 있는 밑바탕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것을 ‘친(親)사회화 교육’이라 한다.

    피곤하고 귀찮으니 대충 재롱 떠는 것이나 보며 키우겠다는 태도로 시작했다가는 틀림없이 곤욕을 치를 것이다. 동물학대 및 유기동물 문제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첫걸음이자, 가장 최선의 방책이 바로 ‘애완동물 등록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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