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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세계의 정보기관 ⑥ 미국 FBI

테러전쟁 선봉에 선 ‘X파일의 주인공’

1909년 발족 후 방첩분야 ‘세계 최고’ 명성 … 반테러법 개정으로 권한 더 막강해져

테러전쟁 선봉에 선 ‘X파일의 주인공’

테러전쟁 선봉에 선 ‘X파일의 주인공’
이른바 9·11 테러참사 이후 미국은 지금 두 가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최근 테러와의 전면전이 대(對)아프가니스탄 군사전과 우편물에 의한 탄저균 공세로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 ‘이중전선’에 결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투입된 아프간 전선의 최전방에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있다면 부시 대통령이 ‘국내 전선’이라고 선언한 탄저균과의 전쟁 최일선에는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즉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있다.

실제로 9·11 사태 이후 미국인들은 그동안 ‘X파일’ 같은 TV 첩보·수사물 시리즈에서나 보던 FBI 특수수사 요원들을 연일 텔레비전 뉴스 화면과 생활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과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장은 이례적으로 2만8000명의 FBI 요원에게 현재 진행중인 모든 사건 수사를 잠정 중단하고 테러 관련 수사에만 매달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조지 부시 행정부는 동시다발 테러 이후 FBI를 범죄퇴치 기관에서 대테러 전문 수사기관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FBI 조직개혁 작업과 맞물려 완전히 틀을 새로 짜는 작업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테러 관련 임무가 최우선 과제가 됨에 따라 △은행강도·마약·공무원 수뢰 △국내외 주요 인사 경호 △핵에너지·무기 관련 범죄 △선거법 위반 △간첩행위 △2개 이상의 주에 걸친 살인사건 등 200여 가지의 영역에 걸친 FBI고유 업무는 축소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할 것으로 보인다. 9·11 테러는 CIA(중앙정보국) 같은 정보기관은 물론, FBI에도 그 역할과 기능 전반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CIA가 해외 방첩을 담당한다면 법무부 산하기관인 FBI의 주된 임무는 미국 내에서의 방첩 업무다. 다시 말해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스파이나 외국 정보기관을 위해 일하는 미국인을 체포하는 것이 FBI의 주임무다. CIA와 DIA(국방정보국)도 자체적인 방첩 기능을 갖고 있지만, 방첩 분야만큼은 FBI가 미국 정보공동체 내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FBI는 연방법 위반행위의 수사, 공안정보의 수집, 연방법 또는 대통령 명령에 의거하는 특별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조사기관이다. 그 지휘계통은 법무장관을 수장으로 FBI 국장, 그리고 핵심부서인 방첩 부서(Intelligence Division)를 이끄는 부국장으로 이어진다. FBI는 또 해외 테러활동에 대응하는 기능도 맡고 있는데, 이는 범죄수사 부서(Criminal Division)에서 담당한다. 이 밖에도 FBI는 미국 내에서의 방첩활동과 관련해 다른 정보기관들과 업무를 조정한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fbi.gov)의 ‘오늘의 FBI-조직’에 따르면, FBI는 약 1만1400명의 수사요원(Special Agent)과 전문·관리·기술직 등에서 일하는 나머지 1만64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약 9800명은 본부 소속이고 나머지 1만8000명은 각 지역 사무소에서 일한다. FBI는 56개 주요 도시(푸에르토리코 산주안)의 지역 사무소(필드 오피스)와 함께 전 세계 44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1년 예산은 약 30억 달러 규모다. 경찰과 달리 관리직을 뺀 수사·전문 요원들은 경력에 따른 임금 차이만 있을 뿐 계급 차이는 없다.

FBI는 1909년 법무부 검찰국으로 발족해 1935년 현재의 명칭으로 개칭했다. FBI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전설적인 존재였던 존 에드가 후버(John Edgar Hoover) 국장이다. 그는 1917년 법무부에 들어간 뒤, 1924년 29세의 나이로 FBI 국장에 취임해 1972년 5월2일 죽을 때까지 48년간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절대적인 권한을 휘둘렀다. 그는 재임중 1930년대의 알 카포네 등 갱 소탕, 제2차 세계대전중의 나치스 스파이 소탕, 2차 대전 후 냉전기의 소련 스파이 검거 등으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1947년 대통령령에 따라 연방공무원의 ‘충성심사사무국’의 권한이 FBI로 이관된 후 FBI는 치안행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후버는 반공주의자로서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말년에는 FBI를 독재적으로 운영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국내 정치인들을 회유·협박하는 과정에서 자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재임중 8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

FBI는 1930년대 이후 해외정보 분야로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FBI에 서반구 지역에서의 정보수집 임무를 맡겼고, FBI는 산하에 SIS(Special Intelligence Service)를 창설해 멕시코·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의 미국대사관에 자체 요원을 파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FBI는 해외정보 기능을 CIA에 상실했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의 미국대사관에 요원을 파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FBI가 해외정보 부문의 주무 기관인 CIA와 갈등을 빚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해외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려는 FBI의 노력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미국 내에서의 해외정보 수집이나 공작활동에는 활발하게 개입해 왔다. 예컨대 1980년 9월 FBI는 미 합참의 공식 요청을 받고 당시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과 관련된 미국 내 정보수집 및 공작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FBI는 또 해외정보 수집과 관련해 워싱턴 주재 외국 대사관에 대해 수많은 도청 및 무단 침입을 자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FBI 요원은 공산국가 대사관의 전화를 일상적으로 도청했으며, 심지어 특별 현안이 있을 경우 우방국에 대해서도 도청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전쟁 선봉에 선 ‘X파일의 주인공’
CIA와 FBI간의 오랜 갈등은 80년대 후반 대법관 출신인 윌리엄 웹스터가 차례로 두 기관의 수장을 맡으면서 상당 부분 완화됐다. 먼저 FBI 국장으로 재직한 다음 CIA 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웹스터는 양 기관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공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은 1994년 알드리치 에임스(Aldrich Ames) 사건으로 다시 심화됐다. 에임스는 CIA 간부 출신으로 수년간 소련과 러시아를 위해 활동하다 검거됐는데, 이 사건 당시 두 기관은 허술한 방첩기능에 대해 서로를 비난했다. 이 사건 직후 정보기관간의 방첩업무 협조를 위해 NCC(National Counterintelligence Center)가 설립됐다.

그러나 FBI는 올해 2월 FBI 방첩요원 로버트 P. 한센이 러시아를 위해 15년간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도 역시 FBI 보안분석관 제임스 J. 힐 요원을 마피아와 다른 범죄 혐의자들의 변호인에게 FBI 비밀문서를 판 혐의로 체포함으로써 FBI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FBI 수사발표에 따르면, 힐은 1999년 11월부터 체포되기 직전까지 정보 제공자의 신원과 증인 명단 등 문제의 정보를 매수한 측으로부터 모두 2만5000달러를 받았다. 또 한센은 미국을 위해 일한 러시아 스파이의 신원 등 극비정보를 러시아측에 제공하며 현금이나 모스크바의 비밀 은행계좌 등을 통해 총 14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센은 84년 체포된 리처드 밀러, 97년 체포된 얼 피츠에 이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세 번째 FBI 요원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흔히 영화 속의 FBI는 지방경찰의 상위기관처럼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FBI와 주(州)경찰·지방경찰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협력적 관계’로서, 사건의 수사가 경합하였을 경우에도 FBI에 수사권이 우선하거나 경찰을 지휘 감독하는 일은 없고 ‘공동 수사’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범죄 증거의 감정·과학수사 및 연구를 수행하는 FBI 본부의 과학검사부는 다른 연방수사기관이나 주경찰·지방경찰 등으로부터의 감정의뢰에 응하여 기술적인 지원을 한다. 또 FBI는 관할 사건에 대한 현행범·준현행범을 체포할 뿐, 일반적인 국가경찰 기관처럼 경찰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며 검찰기관과 같은 기소권도 없다. 수사·조사의 결과는 연방검찰관 등 관계기관으로 보내며 거기서 기소 등 법률상의 처분을 결정·집행한다.

FBI 수사권의 범위는 △내란·간첩·태업(怠業)이나 군대에 대한 방해 행위 등 국가안보에 관한 범죄 △몸값을 요구하는 등의 약취 유괴죄 △은행 강도·절도죄 및 은행 임직원의 횡령부정사건 △2개 주(州)에 걸친 자동차 절도 및 강도 범죄 △연방공무원이 관련된 증·수뢰 범죄 △도난품의 주간(州間) 운반죄 △수표 위조 및 행사 범죄 △항공기 및 여객용 자동차에 대한 파괴 범죄 △중요 도망 범죄자 △연방정부에 대한 사기 범죄 및 민사 사건 등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FBI 수사는 의회나 대통령도 간섭할 수 없을 만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9·11 테러를 계기로 최근 의회를 통과한 반테러법안은 막강한 권한을 FBI에 부여함으로써 인권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주간동아 2001.11.08 308호 (p52~53)

  • < 정리·김 당 기자 / 자료제공·국가정보연구회 >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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