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8

..

작은 조직 막강 정보력 ‘살아 있는 전설’

1200명 요원 지구촌 레이더 역할… 정보수집·분석·암살 등 조직마다 세계적 명성

  • < 정리·김 당 기자 / 자료 제공·국가정보연구회 > dangk@donga.com

    입력2005-01-18 16: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작은 조직 막강 정보력 ‘살아 있는 전설’
    ”기만에 의하여 전쟁을 수행한다”(By way of deception, thou shalt do war). 손자병법을 연상케 하는 이 구절은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국가 정보기관 모사드의 모토다.

    이스라엘의 정보공동체는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모사드, 국내보안을 담당하는 신베트, 군사정보를 담당하는 아만, 외무부 산하의 정치기획·조사센터, 내무부 산하의 경찰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정보공동체를 조정하는 기관으로는 최고정보조정위원회(Va’adat Rashei Hasherutim)가 있다. 여기에는 각 정보기관의 책임자와 총리의 정보·군사·정치·대테러대책 고문이 참석한다. 의장은 모사드 부장이 맡고 있다.

    모사드의 정식 명칭은 ‘ha Mossad le Modiin ule Tafkidim Meyuhadim’으로 정보 및 특수임무 연구소로 번역할 수 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의 정보·보안체계에서 해외정보를 담당하며, 주로 인간정보(Humint)와 비밀공작(Covert Action), 대테러활동(Counterterro rism)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본부는 텔아비브에 위치하고 있으며, 요원 수는 1980년대 후반의 평가에 의하면 1500∼2000명이었으나 최근의 자료는 1200명이라 평가하고 있다. 한편 전직 모사드 요원이었던 빅터 오스트로브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모사드가 고용한 에이전트는 3만5000명이며 이 가운데 2만 명은 활동중이고 1만5000명은 활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비밀스런 모사드의 조직과 관련된 자료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 CIA가 1977년에 작성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보고서다. 이 자료는 원래 극비자료였으나 79년 이란 회교혁명으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이 점거되었을 때 외부로 유출되어 알려졌다. 이 자료에 의하면 모사드는 작전기획조정국, 수집국, 정치활동연락국, 인력·재정·병참·보안국, 훈련국, 분석국, 기술공작국, 기술국의 8개국(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활동연락국과 수집국은 공동으로 북·중·남미 등 8개의 지역과(課)를 운영했고, 이스라엘 대사관의 모사드 요원들은 첩보수집국과 정치활동연락국에서 파견나온 요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하나는 전직 모사드 요원이었던 오스트로브스키가 1990년에 밝힌 모사드 조직표이다. 이 조직표에 모사드는 작전을 담당하는 부서와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모두 몇 개의 국이 있는 지는 이 도표만 가지고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미국과학자연합(FAS)은 모사드가 8개국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이름은 5개만 밝혔을 뿐이다.



    먼저 모사드의 작전부서에는 수집국과 정치활동연락국, 심리전국(LAP)국 등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수집국은 가장 규모가 큰 부서로 해외첩보수집을 담당한다. 수집국은 A·B·C의 3개실을 가지고 있으며, 각 실은 지역과와 해외지부를 관리한다. 정치활동연락국은 우호국의 정보기관과 정보교환업무를 담당하며, 외교관계가 없는 국가와의 접촉 및 연락업무를 수행한다. 심리전국은 모사드의 심리전, 선전, 기만작전을 담당하고 있다. 모사드의 작전부서 중 챠프리림(Tsafririm)은 전 세계에 있는 유대인과의 연락을 담당한다.

    작은 조직 막강 정보력 ‘살아 있는 전설’
    야할로민(Yahalomin)과는 특별통신부대로 이스라엘의 적대국에서 활동하는 첩자들과 통신을 담당하고 있다. 네비오트(Neviot)는 정해진 목표물에 대한 도청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다. 그리고 모사드 내부보안을 담당하는 부서로 APM이 있다.

    지원부서 중 가장 중요한 곳은 분석국이다. 수집된 첩보를 정보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구체적으로 일일보고서, 주간동향보고서, 월간보고서 등을 제작한다. 연구국은 14개의 지역과와 핵담당과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국은 모사드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최첨단의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밖에 모사드의 비밀공작을 담당하는 독립부서인 메차다(Metsada)는 암살, 사보타주, 준군사적 활동을 수행하는 핵심부서다. 특히 메차다 휘하에는 암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키돈(Kidon)과가 활동하고 있다.

    히브리어로 위 혹은 정상을 의미하는 알(Al)은 미국 내에서 비밀리에 첩보활동을 벌이는 모사드의 특수부서다. 오스트로브스키에 따르면 모사드 내에서도 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만큼 조직 자체도 독립적이라고 한다. 3명의 카트사(Katsas:정보관)를 포함한 24∼27명의 현장요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가장 유명한 첩보원인 엘리 코헨(Elie Cohen)의 첩보활동은 전형적인 제3국 우회침투를 통한 첩보수집 사례를 보여준다. 이집트 태생의 유대인인 코헨은 1951년 비밀리에 이스라엘에서 정보원 및 사보타주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마친 후 모사드 정식 요원이 된 코헨은 카밀 아민 타베스라는 레바논 이주 시리아인으로 위장해 먼저 아르헨티나의 시리아인 공동체에서 활동했다. 코헨은 그곳에서 나중에 시리아 대통령이 된 아르헨티나 주재 시리아 무관 아민 엘-하페즈 장군 등 저명 인사들과 접촉해 이들의 소개장을 갖고 62년 시리아로 잠입했다.

    시리아에서 코헨은 고위층과의 교류를 통해 막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코헨이 획득한 정보에는 소련고문단이 작성한 이스라엘 공격계획, 소련이 시리아에 제공한 무기 사진, 골란고원의 시리아군 배치도 등이 포함되었는데 특히 골란고원 시리아군 배치도는 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코헨은 그 전인 65년 시리아 방첩부대에 체포되어 다머스커스 순교자광장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밖에 이집트에 영국군 장교로 위장 잠입해 이집트 미사일 개발계획 및 배치도 등을 수집해 보고한 볼프강 로츠, 레바논 베이루트에 사는 7명의 자녀를 둔 유대인 주부로 암호명 ‘진주’라는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한 ‘중동의 마타하리’ 슐라미트 키사크-코헨 등이 전설적인 모사드 첩보요원으로 손꼽힌다.

    모사드 비밀공작의 대표적 사례는 아돌프 아이히만 납치공작이다.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친위대 장교로 유대인 학살에 깊이 관여했지만 종전 후 신분을 감추고 잠적해 전범재판을 피한 인물. 모사드는 그가 아르헨티나에 산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약 3년 간의 추적 끝에 60년 5월 마침내 그를 납치해 아르헨티나 독립 150주년 축하사절단이 타고 온 비행기로 이스라엘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법정에서 유죄평결을 받고 62년 5월 처형되었다. 이 공작은 당시 신생조직이던 모사드의 역량과 나치즘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었다. 이밖에 72년 뮌헨올림픽에서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육상선수들을 사살한 데 대한 보복암살은 모사드의 대표적인 암살공작으로 꼽힌다.

    이스라엘 정보활동의 가장 큰 실패 사례는 73년 10월 전쟁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에게서 전략적인 기습을 받아 패전 위기에 직면했다.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폭적인 병참 및 정보지원 아래 최종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때까지 무적의 이스라엘군과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 모사드라는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었다. 이로 인해 전후에 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점을 규명했지만, 이는 첩보 부족 탓이 아니라 첩보 해석을 둘러싼 정보공동체 내의 갈등-대립 탓이 컸다. 즉 총리 직속기구인 모사드와 군정기구인 아만의 판단 및 의견 대립으로 정부가 아무런 대응조처를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맞이한 것이다.

    이와 같은 총리와 정보공동체 사이의 상호불신과 갈등은 이스라엘 정보공동체 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보기관들 또한 점차 베일을 벗고 양지로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모사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던 이스라엘 정부가 전례를 깨고 모사드 국장 임명 사실을 공개하고 지난해 7월 최초로 언론에 공채광고를 내고 신입요원 모집에 나선 것 등이 이를 반영한다. 또 이스라엘은 미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술정보(Techint) 수집능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민첩한 정보기관 모사드의 변신이 기대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