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9

2001.06.21

“남국의 맛, 바로 이거야!”

  • 시인 송수권

    입력2005-02-04 15:2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남국의 맛, 바로 이거야!”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코 고기·국·돔배고기·옥돔이며, 3대 젓갈로는 게웃젓·자리젓·깅이젓을 들 수 있다. 먹거리의 풍성함을 빌기 위하여 서사무가(굿)가 발전해 왔고 사립문을 걸고(건다는 행위는 도둑이 아닌 이웃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이다) 산살림·갯살림·들살림을 따라 나서야 한다. 그래서 애기구덕까지 짊어지고 나간다.

    그러나 사흘 동안 치러지는 제주의 결혼식 전날은 잔칫날이라 하여 친척이나 이웃을 불러모아 빙떡을 빚고 국을 끓여낸다. 통돼지(토종 흑도야지) 몇 마리쯤은 잡아야 하고 돔배고기(기름을 뺀 마른 돼지고기)쯤은 푸져야 잔치가 된다. 몸국도 고기(돼지) 살을 으깬 진곰국에 몸(모자반)을 넣어 끓이면 텁텁하고 고수한 국물맛이 난다. 이를 도새기 몸국이라 한다. 몸은 ㅁ 아래아 ㄹ(몰)→말(바닷말)→몸(ㅁ 아래아 ㅁ)으로 변이된 형태다. 진국에 을 숭숭 썰어 넣으면 도새기살 냄새에 맛이 섞이는 느름국이 되는데 독특한 향이 난다. 몸국 그것도 ‘도(ㄷ 아래아)새기 몸(ㅁ 아래아 ㅁ)국’을 잘 끓이는 집이 있는데 신제주 연동주유소 뒤켠에 있는 ‘유리네밥집’(064-748-0860)이 유명하다. 연동 주유소를 모르면 주택은행 연동지점을 찾으면 된다. 딸의 이름을 내걸고 최원철(40)·오순행(38) 부부가 경영하는 유리네집은 도(ㄷ 아래아)새기회만 빼놓고는 몸국(5000원), 옥돔미역국(7000원), 성게미역국(7000원) 등 여러 향토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남국의 맛, 바로 이거야!”
    속 빈 강정이란 말도 있지만 그 유리네집 칸막이 방의 벽짝에는 현 국회의원, 전 국무총리, 유·무명 탤런트, 작가, 심지어는 일본 관광객의 친필 사인까지 낙서로 얼룩져 있다. 마치 이 낙서에 끼이지 못하면 대한민국 ‘저명인사’가 아니라는 강력한 시위문구 같은 맛자랑이다. 이 가운데는 어느 시인이 쓴 ‘섹시한 맛’이라는 낙서도 있다는데 이 느른한 몸국이야말로 꼭 그 맛에 가깝다.

    섹시한 맛이란 곧 지독한 페르몬(phermon) 냄새가 나는 맛을 가리킨다. 서해안의 부글거리는 여름 뻘냄새나 섬진강의 밤꽃 같은 그 어두운 냄새 말이다. 그러니 낮보다는 밤에 권할 만한 음식이다. 향토음식이라고 하나같이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독특한 남국의 향토 맛을 알아두는 것도 괜찮겠다. 예를 들면 육지인은 옥돔구이를 좋아하지만 제주 사람은 옥돔 미역국을 즐긴다. 또 제주 사람은 꿩고기도 생치보다는 동치회를 즐긴다. 겨울철에 잡은 꿩을 살짝 얼려 얇게 저미고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 것이 제주의 동치회다. 돗(ㄷ 아래아 ㅅ)새끼회(애저찜)며 송치회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이 향토의 차이성이며 독특한 미각이다. 마치 베트남인이 개고기의 창자를 선호하여 순대를 만들고 최소한 여덟 가지 음식을 조리하는 것과 같다. 일본 관광객이 꿩사냥을 오는 것도, 원래 제주 음식에서 온 ‘사브사브’나 꿩만두를 즐기는 것도, 국수를 즐기는 것도 이 맛의 차이성 때문이다. 담백한 맛보다는 구수하고 질퍽한 맛을 내는 것이 제주 음식의 특징이다. 이는 재료의 배합이나 이동 때문에 생긴 맛이다.

    몸으로는 제주에서도 성산포 몸이 제일이다. 톳자반과 몰자반은 육지에서도 선호하며 성산포 몰이 아닌 육지의 뻘밭, 특히 남해안 지방의 뻘에 핀 매생이 대신에 제주에서 즐기는 것이 몸국이다. 몸국이라고 불리는 이 국물에서는 자리젓에서 나는 ‘늘냇내’(늘 나는 냄새)가 나므로 외래인에게는 고통스러울 때도 있음을 감안해야 제주의 참맛을 알 수 있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