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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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은 ‘이회창의 복지겸’

대세론 策士-차세대 노림 이해 맞아 부의장직 사퇴… 정치적 변신 예고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2-03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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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사덕은 ‘이회창의 복지겸’
    한나라당 5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최근 국회 부의장직을 사퇴하면서 “향후 거취는 이회창 총재 뜻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총재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멘트였다. 이에 따라 홍의원의 부의장직 자진사퇴는 홍의원과 이총재의 ‘특별한 관계’가 새삼 주목 받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임기 도중 부의장직 사퇴란 전례 없는 일이어서 홍의원이 이렇게 다급하게 부의장직을 내던진 배경에 대해서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홍의원의 부의장직 사퇴는 차기 대권을 향해 전력투구하는 이총재와 ‘포스트 3김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홍의원의 개인적 필요가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 견해다. 최근 이총재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권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언뜻 보기에 한나라당은 평정된 듯하다. 그러나 김덕룡 이부영 박근혜 의원 등 비주류 중진인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 부분 이총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박관용 최병렬 의원 등 주류측의 일부 중진들도 이총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상태다. 당내 소장파들도 이총재의 정체성 및 당의 노선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하며 민주당의 정풍에 주목하고 있다. 당의 판세로 볼 때 이총재를 중심으로 한 주류세력이 비주류측을 압도하기는 하지만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고하게 장악하였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총재에겐 자신의 대세론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책사’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홍의원은 김덕룡 이부영 의원과 함께 서울대 문리대 61학번 동기로 6·3세대 기수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이총재측에게 특별한 관심 대상이 되었을 법하다. 더구나 지난해 4·13총선에서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정치적 능력을 인정 받았다. 홍의원 역시 많은 변신을 거치고 변절했다는 비판을 들으며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었지만 ‘단기 필마’의 약세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세력 지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음직하다. 따라서 홍의원이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인연이 없던 이총재에게 바짝 다가서는 것은 또 한번의 정치적 변신을 예고한다.

    김덕룡 의원이 이총재를 ‘제왕적 총재’로 몰아세우고, 이부영 의원이 당의 보수화에 경고음을 낼 때 홍의원은 이총재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홍의원은 비주류측 개헌 주장에 대해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맞대응했다. 그는 또 “이총재의 대선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말로 이총재에 대한 당내 공격을 차단해 왔다.

    그는 요즘 이총재와 수시로 전화통화하면서 당 운영에 관해 조언을 한다. 그는 한나라당 내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떠오르는 국가혁신위에서 국가비전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의원은 지난 6월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부총재의 최근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박부총재가 이총재를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박부총재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중진 A의원은 홍의원을 드라마 왕건의 ‘복지겸’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왕건과 신숭겸은 절대적 주종관계다. 그러나 복지겸은 특정 지역·계파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정치인이면서도 왕건을 지지한다. 계파를 초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이런 인물과의 협력이 긴요하다.” 홍의원은 부의장 사퇴가 중진들의 진로를 열어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와 동시에 매우 유력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했다. 행정 경력이 많지 않은 그에게 서울시장은 차차기 대권도전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다. 이총재는 그런 그의 고민을 도와줄 수 있다. 이총재 입장에선 ‘스타 정치인’ 홍사덕을 대선정국의 ‘조커’로 활용할 기회를 잡았다. 정치적 운명을 가를 두 개의 큰 선거를 앞둔 지금 두 사람은 지금 서로에게 깊은 ‘신뢰의 사인’을 보낼 필요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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