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9

2000.11.16

타문화 적응 첫걸음은 유심히 보고 따라하기

  • 입력2005-05-30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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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 초반 독일에서의 생활이 10개월쯤 됐을 때 한국의 기자 3명이 독일의 교육제도를 취재하러 왔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일주일간 통역을 맡아 동행취재를 하게 되었는데 3일차 아침 식사 중(일반적으로 독일 호텔의 아침은 뷔페로 숙박비에 포함되어 제공된다) 한 기자가 불현듯 ”아니, 박 선배! 여기선 계간을 파먹나요?”라고 항의성 질문을 했다. ”네, 그렇습니다”고 대답을 하자 상기된 얼굴로 왜 사전에 계란 먹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독일 사람들이 우리가 계란을 까서 손으로 먹는 모습, 그것도 바닥에 껍데기를 흘리기도 하니 동양의 야만인이라고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겠느냐는 등 계속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따지기에 몇 가지 이유를 달아 설명해 줬던 기억이 난다.

    ”방법론적으로 서양에서는 계란을 Egg Stand(불어로는 Coquetier, 식전주로 즐겨 마시는 Cocktail의 다양한 유래 중 하나)에 올려놓고 Tea Spoon(떠먹시용)과 Butter spreader(계란 윗부분 자르기용)를 사용해 파먹는다. 그 이유는 첫째, 서양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완숙보다는 반숙을 즐겨 먹기에 손으로 들고 먹을 때 흘릴 수가 있어 기물을 사용한다. 둘째, 계란도 하나의 음식으로 간주해 보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설명이 끝나자 기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 ”야! 계란 하나 먹기도 쉽지 않구먼!”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에서 출장 또는 여행 온 사람들에게 미리 현지의 에티켓이나 테이블 매너에 대하 사전당부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 이런 것까지 신경쓸 필요가 있냐?” ”대강 해도 돼” 또는 ”소화 안 되겠다” ”먹고 싸는 것은 다 똑같아!” 등등 온갖 변명을 달아 한국식 보편주의를 고집하기가 일쑤다. 때문에 쉽사리 조언하기가 어려워 ‘관찰이 교사‘라는 마리아 몬테소리 박사의 철학을 마음속 깊이 굳혀 버렸다. 새로운 문화에 접했을 때는 관찰처럼 좋은 방패는 없으리라!

    이문화에 대한 충격을 줄이는 길은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요,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 곧 매너를 배우는 것이다.

    한국 모 기업에서 강의한 뒤 점심을 먹기 위해 담당자들과 함께 구내 식당엘 갔다. 부페식으로 줄을 서서 음식을 각자 가져오는데 강사가 우선이라 생각하는 담당자들이 나에게 먼저 음식을 뜨라고 식판을 건네준다.



    ‘어! 나는 이곳에 처음인데… .‘

    뒤에 서있는 담당자에게 ”먼저 하시지요. 제가 따라하겠습니다!”고 말해 당황함을 감췄던 생각이 난다. 관찰은 3초의 여유다. 우리의 일상에서 한 박자만 줄여도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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