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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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고 볶아도 영원한 동반자는 바로 ‘부부’

스토리 오브 어스 & 피델리티

  • 입력2005-06-22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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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주례 앞에서 혼인서약을 할 때는 누구나 생각하는 명제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리라’. 그러나 사랑의 맹세는 새해 다짐처럼 결심하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법인가.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던 일회용 스푼이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소중해 보이던 기억은 석양 저편으로 사라지고, 처음엔 매력적으로만 보였던 상대의 버릇이나 성격이 차츰 참을 수 없는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부 사이는 냉랭하고 무덤덤한 관계로 변한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로브 라이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는 잔잔하고 유머러스한 고전적 멜로드라마. 이혼 직전의 부부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덜렁거리고 낙천적인 성격의 코미디 작가로, 미셸 파이퍼는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의 퍼즐문제 출제자로 등장해 하루에도 서너 번씩 사생결단의 전투를 치르는 보통의 부부를 연기한다. 계속되는 말다툼 끝에 침묵 속으로 도피해버린 두 사람은 아이들이 여름 캠프에 간 사이 별거를 해보기로 한다. 예상대로 별거는 이혼이 아닌 잃어버린 사랑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누구랑 살아도 문제는 있는 법. 조금만 깊은 눈으로 바라보면 상대는 분명 내가 열렬히 사랑했고 함께 살고 싶어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폴란드 출신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영화 ‘피델리티’는 그리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퍼블릭 우먼’ ‘당신의 밤은 나의 낮보다 아름답다’ ‘샤만카’ 등의 전작을 통해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영화, 성적 욕망의 노골적 표현으로 악명에 가까운 명성을 얻은 감독은 ‘부부간의 정절’을 의미하는 ‘피델리티’(Fidelity)를 통해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을 때 육체와 정신 중 어느 것을 지키는 것이 더 순결한지를 묻는다.

    주연은 줄랍스키 감독과 동거 후 별거중인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라 붐’의 청순한 모습은 세월과 함께 희미해졌지만 유럽의 향기를 간직한 관능미가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안정을 구하는 결혼과 영혼을 빼앗긴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현대인의 위선적인 사랑을 꼬집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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