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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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와의 추억

  • 입력2005-11-17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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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꿉친구와의 추억
    나에게는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서 다정하게 지내던 분옥이란 소꿉 친구가 있다. 분옥이와 함께 지낸 나의 어린 시절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집 앞 냇가에서 종이배를 띄우기도 하고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또 풀밭에 앉아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소리 높여 동요도 불렀다. 그러면 우리의 곱고 맑은 노랫소리는 하늘 꼭대기까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토끼풀로 만든 반지를 나눠 끼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우정을 나누자고 약속했다.

    우리의 시골은 너무나 정겨운 모습이었다. 논둑에서는 염소와 송아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소달구지가 덜거덕거리며 다니는 들길 옆 밭에서는 풋풋한 청보리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또 싸리 울타리 너머로 석류꽃이 톡하고 떨어지는 대낮 어디선가 낮닭 우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천년 묵은 여우라도 나타날 것 같은 긴 정적이 감돌기도 했다.

    어떤 날엔 파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고 순식간에 장대 같은 소나기가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한참 후 비가 그치면 구름 저편으로 색종이 빛깔의 쌍무지개가 하늘을 찬란하게 수놓았다. 그러면 분옥이와 손을 맞잡고 그 아름다운 무지개를 잡으러 들판과 언덕을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던지 나는 아직도 꿈같은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분옥이도 우리들이 약속한 우정의 풀꽃반지를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세월은 맑은 개울물처럼, 대나무에 사각거리는 바람처럼 하염없이 흘러갔다. 여전히 그 아이는 짧은 단발머리 나풀거리는 영원한 앳된 소녀로 내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렇다. 어린 시절은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으며 아련한 기쁨으로 넘쳤다. 밤하늘의 푸른 별빛처럼 찬란했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함은 어른이 되어서도 늘 가슴에 남아 있다.

    인생에서 고귀한 보석 같은 깨달음과 아늑한 정서를 안겨주는 것이다. 또 그렇게 신비스럽고 숭고한 대자연 속에서 숨쉬고 생활했던 시간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그토록 아름답고 동화같던 내 어린 날도 먼 전설 속의 아스라한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추억은 여전히 내 가슴에 그리움의 성벽으로 남아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디게 해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내 어린 날의 아름다운 소꿉친구 분옥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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