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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하산 2세의 유산 중동 발전 상징되다

모로코 왕의 골프대회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하산 2세의 유산 중동 발전 상징되다

하산 2세의 유산 중동 발전 상징되다

아버지 하산 2세와 형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물레이 라시드 모로코 왕자(가운데)가 유러피언투어 남녀 우승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이 남자 우승자인 왕정훈 선수. [사진 제공 · LET]

1929년 아프리카 서북쪽 끝 모로코. 당시 왕이었던 모하메드 5세는 첫아들 하산 2세를 낳았다. 모로코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53년 하산 2세는 2년간 부친과 망명생활을 했다. 56년 부친이 왕좌에 복귀하면서 왕세자가 됐고, 61년부터 왕위를 계승해 99년까지 3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모로코를 통치했다.  

하산 2세 집권 초기 모로코는 좌익과 아랍민족주의자의 도전으로 정정이 불안했다. 그는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했던 부친의 정책을 폐기하고 우익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자신만의 정치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의 암살미수 사건과 1973년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친미 지도자로 변신했다. 미국의 중동 교두보가 되는 대가로 정치적 후원을 받은 것. 하산 2세는 입헌군주제를 선택했지만 정권 유지를 위해 삼권을 장악했고 75년 스페인이 철수한 서(西)사하라를 점령해 영토를 넓혔다. 77년에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협정을 중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요르단의 화해에도 기여하는 등 중동 평화의 중재자 노릇을 했다.

하산 2세는 열렬한 골프 애호가이기도 했다. 뛰어난 골프 교습가인 부치 하먼을 개인적으로 고용해 골프를 배웠을 정도다. 후일 하먼은 타이거 우즈, 그레그 노먼의 스승이 된다. 중동나라들 틈바구니에서 미국 등 서방과 하산 2세를 연결해준 끈이 바로 골프대회였다. 그는 1971년 라바트 궁정 가까운 곳에 45홀 규모의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 골프코스를 만들어 ‘트로피하산2’(하산 2세 트로피·총상금 150만 유로) 대회를 열었다. 유명 선수들을 초청하는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고(故) 빌리 캐스퍼, 어니 엘스, 콜린 몽고메리, 닉 프라이스가 역대 챔피언이다. 93년 하산 2세는 장녀인 랄라 메리엄 공주의 이름을 딴 랄라메리엄컵도 창설했다.  

현재 모로코 골프의 수장은 하산 2세의 차남이자 모하메드 6세 현 국왕의 동생으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물레이 라시드 왕자다. 그는 아버지가 남긴 골프 유산을 더욱 발전시켰다. 2010년 트로피하산2, 랄라메리엄컵을 유러피언투어(EPGA)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의 정규 대회에 포함시킨 것. 그는 올해 아주 색다른 시도를 했다. 43주년에 이른 트로피하산2와 22주년인 랄라메리엄컵을 5월 5일부터 나흘간 다르에스살렘 골프코스에서 동시에 진행한 것. 다르에스살렘 골프코스에선 2014년 US오픈과 US여자오픈이 일주일 간격으로 열렸고 올림픽에서도 남녀 대회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최돼 이번처럼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린 건 처음이다.   

해외 반응은 뜨거웠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사무총장은 “남녀 골프대회가 올림픽 개최 석 달 전 동시에 열렸다는 건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반 코다바크시 LET 사무총장 역시 “테니스에서처럼 기존 장벽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는 미래 골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적 수단으로 시작한 하산 2세의 골프대회는 이제 그 아들 대에 이르러 중동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로피하산2에서 우리 왕정훈 선수가 첫 우승을 했고, 랄라메리엄컵에선 스페인의 신예 누리아 이투리오스가 우승했다.









주간동아 2016.05.18 1038호 (p72~72)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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