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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트럼프 쇼크

트럼프 논쟁으로 뒤집어본 주한미군 손익계산서

‘비용 분담’ 미국 측 계산 줄줄이 공개…결론은 “한국이 ‘갑’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트럼프 논쟁으로 뒤집어본 주한미군 손익계산서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관과 공약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외국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극단적 혐오증을 바탕으로 ‘미국 백인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첫 번째고, 세계 경찰을 자임하던 미국의 기존 대외정책 노선을 비판하며 신고립주의도 마다하지 않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교정책 기치로 내세운 것이 두 번째다. 이를테면 그의 외교정책은 ‘손익계산’이라는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개입과 확대를 두 축으로 한 국제주의 노선이 미국의 부담 증대로 돌아온 만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손익계산을 철저히 따져 대외정책을 엄선해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말

트럼프 논쟁으로 뒤집어본 주한미군 손익계산서

2014년 2월 2일 성김 당시 주한미국대사(왼쪽에서 두 번째)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이는 곧 미국이 세계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온 동맹문제와 직결된다.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국 동맹국들은 재정적·정치적·인적 비용과 관련해 공정한 비용 분담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들 국가가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동맹국에게 씌운 핵우산과 해외 주둔 미군의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동맹국이 자주국방 차원에서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그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눈에 한국은 그 대표적인 나라다. 2015년 10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국을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을 두고 있으며, 한국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게 맡기고 경제적 이익만 챙긴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자(Free Rider)’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자신의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나선다면 한미동맹에도 일대 파란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반박한 당사자가 바로 미국 군부라는 것이다. 한국이 주한미군을 ‘공짜로’ 쓰고 있다는 그의 발언에 대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은 지명자 신분이던 4월 19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 혹은 기여하고 있다”며 두 가지 핵심 근거를 제시했다.



하나는 주한미군기지 이전 비용. 브룩스 사령관은 “서울 용산기지 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기지 이전 및 전환에 107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가 소요되고 있다”며 “이 가운데 한국 측 부담은 91%, 미국 측 부담은 9%”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한미 양국은 2004년 용산기지와 2사단을 경기 평택시로 이전키로 합의한 바 있는데, 연합토지관리계획은 주로 2사단 이전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방위비분담금이다. 브룩스 사령관은 2014년 2월 체결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이 2018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며 “한국 측 부담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도 반영하게 돼 있다”고 소개했다. 2015년 한국 측 분담금은 8억800만 달러(약 9336억4000만 원), 2016년 분담금은 8억1900만 달러라는 금액도 덧붙였다.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인건비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전체 주둔 비용의 약 50%”에 이른다는 게 브룩스 사령관의 설명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러한 발언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먼저 “한국이 주한미군을 공짜로 쓰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이익을 보는 쪽은 미국이라는 반론도 가능해진다. 사실 이는 미 국방부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한미군 규모의 부대가 미 본토에 주둔하려면 엄청난 추가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므로 자국 부대를 한국에 주둔시키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반복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앞서 본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은 그 정도 수준의 분담 목표는 이미 달성된 상태임을 확인해준다. 뒤집어 말해 향후 진행될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발언인 셈이다.



10년 전의 설명, 지금의 설명

트럼프 논쟁으로 뒤집어본 주한미군 손익계산서

2015년 12월 10일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 이전 건설 현장에 신축 중인 미8군사령부 로비에서 열린 한미 공 동기자간담회. [사진공동취재단]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역시 이 과정에서 공개된 주한미군기지 이전 비용과 관련한 미국 측 공식 태도다. 2000년대 중반 주한미군기지 이전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노무현 정부는 “우리가 요구한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고 미국이 요구한 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키로 했다”며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이 반반씩 부담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앞서 본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을 포함해 최근 미국 측 당국자들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현재 73%가량 진행된 평택기지 확장 사업의 90% 이상을 한국이 부담해왔고, 나머지 공사비도 대부분 한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미국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총 107억 달러의 공사비 가운데 한국 정부 측 설명과 실제 부담 사이에는 42억 달러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런 불일치는 왜 발생했을까. 필자는 기지 이전 비용 논란이 한창이던 2003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와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초 설명된 미국 측 부담, 즉 2사단 이전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이 제공한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럼 결국 한국이 부담하는 것 아닌가. 그걸 어떻게 미국이 부담하는 것처럼 국민한테 설명할 수 있나”라는 필자의 반문에 당시 담당자들은 “미국한테 쓰라고 준 돈이니 미국 돈”이라는 논리로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봤듯 미국 측은 이 역시 한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방위비분담금과 기지 이전 비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미군 공여지를 임대료로 환산하면 연간 최소 5억 달러(약 5777억5000만 원)에 달한다. 조세 감면, 카투사, 수도·통신·전기 등 공공요금 감면, 도로·항만·공항 이용료 면제, 철도 수송 지원 등에 따른 혜택도 만만치 않다. 토지 임대를 포함한 간접 지원을 모두 합치면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주한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간접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26억 달러(약 3조43억 원)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우리 부담은 18억 달러 정도다. 실제 부담은 50%가 아니라 70%에 달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2005년부터 2020년까지 투입되는 약 100억 달러의 기지 이전 비용까지 고려하면 현재 우리의 부담은 80%를 넘어선다는 결론이 나온다. 트럼프의 주장이, 미국 내에서 야기된 일련의 논쟁이 드러낸 주한미군 손익계산서의 실체다. 결국 누구한테 남는 장사인지는 이렇게 해서 명확해진다.



미국 내 ‘동맹 반감’ 누그러뜨리려면

트럼프 논쟁으로 뒤집어본 주한미군 손익계산서

4월 30일 빈센트 브룩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서울 용산기지 나이트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의장대를 열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의 외교노선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는 예측 가능성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노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대체로 가늠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의 노선은 예측 불가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거대하게 굳은 미국의 관성과 자신의 공약 사이에서 좌고우면, 좌충우돌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미국을 유일한 동맹국으로 둔 우리로서도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그의 백악관 입성이 재앙이 될지, 기회가 될지는 상당 부분 한국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고립주의에 가까운 트럼프의 주장이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먹혀드는’ 데는 그 나름 이유가 있다. 많은 미국인이 오랜 전쟁에 신물이 났다는 건 총론에 해당한다.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여러 추론이 가능하다. 미국인은 6·25전쟁 당시 한국을 구원했고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켜 한국을 보호했다고 여긴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반면, 북한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많은 미국인은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인은 거의 알지 못한다. 국내 언론에서 빠지지 않고 보도되는 주한미군사령관의 관련 발언에 대해 미국 언론은 무관심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충격’으로 상징되는 미국 내 여론에 대응하려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작업은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손익계산서부터 작성해 제시하는 일이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직접비용의 50%, 간접비용까지 포함해 70~80%를 부담하고 있음을 미국 유권자들이 명확히 안다면 동맹에 대한 반감은 줄어들 테고, ‘손해 보는 장사’라는 트럼프의 여론몰이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대비책도 필요하다. 만에 하나 트럼프 당선에 따라 동맹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과 북한 핵 위협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시점이 조우한다면? 핵 위협이 커지면 우리는 미국에 더더욱 의존하려 할 공산이 크고, 동맹이 불안해지면 북한의 모험주의가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높다. 이를 예방하려면 동맹의 존재 이유, 즉 공동의 적인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고 완화해가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억제와 제재 위주의 대응에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협상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한반도 평화가 진전될수록 ‘트럼프 충격’의 대비책도 견실해질 수 있다. 






주간동아 2016.05.11 1037호 (p15~17)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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