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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여론조사를 어찌할꼬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유일한 대안

응답률 하락, 대표성 없는 편파 조사로 신뢰 추락…믿을 건 출구조사뿐

  •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 이사 cskim@hrc.co.kr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유일한 대안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유일한 대안

4 · 13 총선에서 전국 253개 선거구의 26.9%에 해당하는 68개 선거구에서 여론조사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동아일보]

선거 여론조사 응답자는 유권자를 대표해야 함에도 이를 충족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여론조사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계하고 조사 결과도 그에 따라 해석, 활용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이고, 언론 등 공론장(public sphere)에서 과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사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물론 여론조사업계 종사자는 모든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을 전제한다.

2012년 19대 총선에 비해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하락했고(11.6→9.3%), 연령별로 20대 가중값(1.55→1.62)과 30대 가중값(1.16→1.98)은 커졌다. 이는 19대 총선에 비해 20대 총선 여론조사가 해당 선거구의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도가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조사를 수행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조사 결과에 편파(bias)가 자리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세대 간 투표성향이 다른 점은 그간 선거와 여론조사를 통해 누누이 확인된 바이기 때문이다.



희비 엇갈린 출구조사와 판세조사

이를 해소하려면 정당뿐 아니라 조사기관이나 여론조사를 발주하는 언론사도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집 유선전화를 이용한 조사의 제한점을 극복하려면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한 조사를 병행해야 하는데, 무작위로 생성한 휴대전화번호를 개별 선거구 조사에 적용할 수 없는 총선이나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에서는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급 요건이나 대상 기관의 적정 범위 등 검토 사항이 적잖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안의 위중성을 고려할 때 휴대전화 안심번호 지급 대상 기관 확대 방안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선거 때마다 방송사 출구조사는 항상 정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해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출구조사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최적의 설계이며, 지금까지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번 출구조사는 이전보다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양당 경쟁보다 3당 경쟁 시 예측오차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당선인 예측 실패 선거구가 17개로 이전 선거보다 감소했을 뿐 아니라, 17개 선거구 모두 1위 예측이 오차범위 이내였다.



반면, 선거 기간 진행된 판세조사는 실제 투표 결과와 상반된 결과가 많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러한 평가와 지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목적의 조사는 선거 당일 투표자를 대상으로 하는 출구조사이며, 선거 기간 진행하는 판세조사는 비투표자와 부동층을 포함한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 시점의 판세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출구조사와 판세조사는 근본적으로 목적을 달리하는 조사 설계라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해석과 활용도 달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더해, 선거일 엿새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에 공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표 금지일 이전에 시행한 판세조사 결과의 정확성을 투표 결과와 비교해 판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4·13 총선 직후인 4월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의 40.8%는 선거일 일주일 정도를 남기고 나서야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다.

선거 직전 엿새간은 판세가 변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자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간에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판세조사 결과의 정확성을 가늠하는 데 결정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2년 발표된 세계여론조사학회(WAPOR)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한 26개국은 2002년과 2012년 모두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제한이 없었으며, 프랑스가 2002년 1일이던 공표 금지 기한을 2012년 폐지하는 등 11개국이 공표 금지 기한을 줄였다.



자동응답시스템 조사의 한계 인정해야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독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은 위와 같은 제도나 해석의 문제에 더해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우리나라 여론조사 생태계의 독특성에서 기인한다. ARS로 선거 시기 여론조사가 범람해 응답자의 피로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과학적이지 않은 조사 방법에 기반을 둔 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확산됨에 따라 여론조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진 지 오래다. ARS는 사회과학방법론이 아니라, 마케팅 분야 등 상업 영역에서 기능적인 필요에 의해 도입한 기법일 뿐이다. 그래서 ARS 관계자들의 추가 가중 허용 주장 등은 근본적으로 과학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자료를 과학적 기법에 의탁해 보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국내 40여 개 조사회사 단체가 모인 한국조사협회(KORA)가 2014년 ARS행동규범을 제정하면서 결의한 내용과 맞닿아 있다. 물론 일반 여론조사도 사람이 수행하는 사회과학 영역이라는 점에서 각종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은 조사 분야 종사자에게 주어진 현실적 과업이다. 이러한 과업을 과학적 절차를 준수하는 일반 여론조사는 노력 여하에 따라 충족할 수 있지만, ARS는 관계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달성할 수 없다. 원천자료 수집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Garbage in, garbage out’(GIGO·유용한 결과를 얻으려면 유용한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자료 처리의 원리를 나타내는 말)은 선거 조사 시기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조사 분야의 오랜 금언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 또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별 선거구 조사 결과의 신뢰성 문제뿐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정당별 예상 의석수를 예측한 결과가 실제와 차이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 단위 정당별 의석수를 예측할 수 있는 유력한 기초 자료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이전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런데 선거 기간 언론 등을 통해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전국 253개 선거구의 26.9%에 해당하는 68개 선거구에서 여론조사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15.0%에 해당하는 38개 선거구에서는 한 번만 시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별 의석수를 자료에 근거해 예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차후 정당별 의석수를 예상하지 못할 여건에서는 예측치를 가늠하지 않거나 보도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주간동아 2016.04.27 1035호 (p14~15)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 이사 cskim@h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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