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 역할 하겠다”
2022년 7월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찾아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장애인구강건강센터에 대한 시민의 만족도는 높다. 지난해에만 환자 1723명이 4749건 치료를 받았다. 이곳에서는 보철·잇몸치료 등 맞춤형 진료는 물론, 구강 관리 교육도 이뤄진다. 강 모 씨(30) 역시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해 치과진료를 받고 있다. 강 씨는 “장애인구강건강센터에 다니면서 삶의 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정책이 우리 사회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약자와의 동행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으로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등 6개 부문에서 서울시민이 소외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2022년 7월 1일 민선 8기 취임식 직후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약자와 동행하는 매력적인 서울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남긴 바 있다. 서울시는 시 정책을 해당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수립하고자 ‘약자동행지수’를 개발해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정책은 행동과 실천으로 지속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마지막 평일인 12월 29일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서 현장 간담회를 가지며 약자와의 동행 일정을 소화했다. 이곳은 시청각 기능을 상실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의사소통 교육 등을 진행하는 전문 학습기관이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가 헬렌 켈러의 스승이던 앤 설리번의 역할을 하겠다”며 촘촘한 지원을 약속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강남구에 ‘헬렌 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 지원센터’를 여는 등 관련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가운데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를 2곳 이상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장애인친화미용실에서 첫 파마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장애인친화미용실 2호점이 문을 열었다. [노원구청 제공]
“태어나 처음으로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어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기도 하고 다리도 불편해 일반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수 없었거든요. 파마 머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해외에 있는 친척들에게도 자랑했죠.”
지체장애인 최 모 씨(26)는 서울 노원구 ‘장애인친화미용실’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약자와의 동행은 단순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지자체와 협력해 미용 등 다방면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와 노원구가 지원하는 장애인친화미용실의 경우 커트 비용이 6900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용사 2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운영하는 이곳에서 머리를 다듬은 손님만 1600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10명이 이용하는 등 긍정적 반응이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2호점을 열었다. 2호점 개관 이틀 만에 예약 손님이 97명에 달하는 등 2호점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지체장애를 가진 한 80대 여성은 장애인친화미용실 2호점을 방문한 후 “나이가 들어 살이 찌고 다리 통증이 심해져 미용실을 갈 수 없었는데, 장애인친화미용실이 생긴 덕분에 몇 년 만에 염색을 했다”며 기뻐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장애 시민의 미적 욕구와 편의를 동시에 겨냥한 정책을 추진해 호평받고 있다. 종로구와 협업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하여’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의류를 지원하는 것이다. 신체가 굽어 기성복이 맞지 않거나, 장루 장애로 방수 배변 주머니가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 의류를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저소득 장애인 50명이 도움을 받았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 모 씨(37)는 “전동휠체어에 앉아 일상생활을 하고 체형상 맞는 옷도 잘 없어 평소 원하는 디자인을 구하기가 힘들었다”며 “늘 인터넷으로 사이즈 맞는 옷을 구매해 수선해 입었는데 이번 기회로 원하는 디자인과 재질의 옷을 체형에 맞게 입을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약자와의 동행
지난해 4월 3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3 동행 어울림광장’에서 한 어린이가 시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체험하고 있다. [동아DB]
서울시는 올해 안심소득 대상자 시범사업 500가구를 선정해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서울시에 거주하고, 가구소득이 가구별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이면서 재산이 3억26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정신 및 신체 질병 등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9~34세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 대상은 아니지만 빈곤·질병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위기가구’ 두 부문으로 나눠 모집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약자와의 동행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더욱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엘 시스테마 서울’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자부심·영감 심어주는 오케스트라 교육사업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캡처]
김은정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감독은 1월 3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성취감과 자부심은 물론, 연대 경험까지 쌓는다는 것이다. 서울시향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했던 김 감독은 10년 넘게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교육을 하며 클래식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의 모태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빈곤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다. ‘엘 시스테마 USA’를 이끈 마크 처칠 감독이 방문해 이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당초 20여 곳의 공부방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음악 봉사활동은 이제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감독은 “‘수요일이 기다려진다’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좀 더 많은 친구가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어느 한부모 가정의 부모는 ‘아이가 여태까지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에 열심인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세종문화회관에 모여 2시간씩 연습한다. 김 감독은 “악기 연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주 단원들이 모여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역시 연습 못지않게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연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날일지라도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활동이 이어지면서 ‘봉사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는 12명의 음대 진학자를 배출했는데, 이들이 후배 단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도 한다. 김 단장은 “어릴 때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친구들이라 그런지, 음대 생활에도 적응을 잘해 교수들이 칭찬한다더라”며 뿌듯해했다. 이어 “사람에게 음악만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지원 사업이 확산되고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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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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