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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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당당하게 돌아온 아이브

[미묘의 케이팝 내비] 선공개곡 ‘Kitsch’ 발매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4-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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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브가 첫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곡 ‘Kitsch’를 발표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브가 첫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곡 ‘Kitsch’를 발표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브(IVE)의 신곡은 ‘Kitsch(키치)’다.

    4월 10일 첫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내놓은 선공개 싱글이다. 가사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라는 메시를 담았다. 사실 ‘난 나야’류의 가사는 1990년대를 토양 삼아 싹을 틔운 K팝에서 매우 정통적인 주제다. 그래도 ‘Kitsch’가 익숙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조금 덜 점잖은 표현도 곧잘 쓰는 최근 K팝의 경향처럼, ‘생겨먹은 대로 사는 애’ 같은 대목도 보인다. ‘끌리지 않는 것에 끌려가지 않아’ ‘따라가진 않을 거야 난 똑똑하니까’ 같은 가사도 도전적이면서 뇌리에 남는다. 아이브에 의하면 그것이 ‘우리만의 자유로운’ ‘키치’라고 한다.

    때론 ‘남들은 이해 못 하는 나만의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키치’는 원래 몰취향한 많은 이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예술적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을 뜻한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이나 미감을 가진 인물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물론 가사 속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기인의 게시물과 그 인기를 키치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는 있겠다. 다만 가사 이외의 요소들은 그런대로 키치와 얼추 한 획에 꿰어질 만한 것들이다. 펑크의 영향을 수용하는 뮤직비디오의 시각 요소들, 조악한 품질의 대량인쇄물 같은 질감의 커버아트, 중요한 내용을 대문자로 단순 반복하는 스타일, 68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몽상가들’의 대사 인용 등이 그렇다. 의미의 빈틈과 과속방지턱을 마구 넘으며 많은 것을 그저 뒤섞어버리는 게 K팝의 키치적인 미학이라면 그제서여 끄덕여지기도 한다.

    따스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음계

    ‘Kitsch’의 또 다른 빈틈은 상대방 ‘너’다. 일부 대목에서 화자에게 간섭하려는 존재로, 화자를 동경하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분량도 적고 용례도 관용적이라 오히려 감질난다. 이 곡에서 ‘너’는 정확히 어떤 존재일까. 그건 ‘LOVE DIVE’ 등에서 곧잘 불온한 듯한 기묘함을 담아냈던 아이브의 음계가 눈에 띄게 따스해진 데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후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목이 부담 없이 나직한 음역으로 다정하게 흐른다. 또한 후렴을 향하는 프리코러스는 이서, 레이, 가을 세 멤버가 음색의 그러데이션을 그리듯이 부르는데, 이들은 K팝 보컬리스트의 전형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예쁜 음색을 가진 일반인이 매우 잘 다듬어진 것 같은 독특한 매력의 목소리다. 그래서 곡이 내세우는 자신감의 표현이 마치 ‘너’도 ‘괜찮아’라는 위로처럼 들리기도 한다. ‘넌 정말 이상해, 변하지 마’라는 뮤직비디오 속 대형 사인이나, ‘Say no, 너의 길을 가 now’ 같은 가사도 그렇다. 그리고 특유의 공격적인 위기감을 발휘하는 후렴은 ‘우리만의 자유’를 나직하게, 그러나 구호처럼 단순하고도 반복적으로 쏟아낸다. 지금까지 아이브가 자기만족적인 나르시시즘을 보여주며 동경의 대상이 돼왔다면, 이번에는 청자에게도 같은 태도를 갖고 ‘우리’가 되라는 초대장을 보내는 순간이다.

    얼마 전 두 살배기 딸이 놀이터에서 초등학생 언니로부터 장원영 포토카드를 선물로 받아왔다. 장난감 가게에서도 아이브의 포토카드를 팔고, 놀이터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이 아이브 노래를 종일 입과 몸짓에 달고 산다.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돌이 대성하고 장수한다는 말이 있지만, 걸그룹이 이 같은 전략을 펴는 일은 드문 편이었다. 청소년 사이에서 갖는 영향력이 아이브를 논할 때 아주 중요한 이유다. 다정하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감을 촉구하고 격려하는 곡이 더 반갑고 근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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