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2023.03.31

귀여워서 키우고 싶다고요? 반려견 사육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시간·돈 투자하고, 혼자 두지 않고, 문제행동 교정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3-04-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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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미디어에 비치는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반려견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이 많다. [GettyImages]

    미디어에 비치는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반려견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이 많다. [GettyImages]

    몇 달 전 4개월령의 귀여운 비숑 프리제(비숑)를 입양받아 ‘순심이’라고 이름 붙인 한 가족이 있습니다. 처음엔 퍼피스쿨(강아지 유치원)도 열심히 다니게 하고, 2주마다 있는 기초 예방접종도 꼬박꼬박 잘 챙기는 열혈 보호자였습니다. 병원에 내원할 때마다 그동안 쌓인 궁금증을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런데 최근 이 가족이 순심이의 다음 예약일보다 조금 일찍 내원했습니다.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걱정이 돼 물으니 예상 밖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원장님. 순심이가 얼마 전부터 가족이 다 외출하고 혼자 집에 있으면, 자꾸만 짖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과 항의를 받아요. 순심이를 입양하고 정말 행복했는데, 이젠 순심이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요. 앞으로 저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코로나19 유행 시기,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한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미디어에 비치는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했을 겁니다. 반려견이 가족에게 행복만 가져다주리라고 생각한 거죠. 순심이 가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발현된 순심이의 문제행동에 더 큰 혼란과 막막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생명을 기르고 책임지기 위해선 그만큼 준비가 필요합니다. 순심이 가족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론 최소한 아래 3가지 항목을 충족해야 반려동물을 입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다

    반려견은 늘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반려견에겐 하루 2~3회 물과 사료를 급여해야 합니다. 반려견의 활동량에 따라 적게는 하루 한 번, 많게는 2~3번씩 집 밖으로 산책도 나가야 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 장난감 등으로 놀아주기를 원하는 반려견도 많습니다. 따라서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 이 같은 일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해낼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견을 기르는 데는 시간뿐 아니라 돈도 듭니다. 사료, 간식, 각종 반려견 용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의료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초 예방접종은 물론, 언제 찾아올지 모를 질병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십, 수백 단위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도 반려견과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는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반려견 사육에 대한 가족 구성원 전체의 동의입니다. 가족 중 누군가는 이런 희생이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려견을 싫어하거나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매우 곤란합니다. 매일 함께 생활해야 하는 가족이 반려견 입양으로 자주 얼굴을 붉히게 된다면 반려견도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2 혼자 두지 않을 수 있다

    반려견이 하루 종일 혼자 집을 지키는 일이 없도록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는 등 노력해야 한다. [GettyImages]

    반려견이 하루 종일 혼자 집을 지키는 일이 없도록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는 등 노력해야 한다. [GettyImages]

    반려견은 기본적으로 보호자와 함께 있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입양하면 반려견이 하루 종일 혼자 집을 지키는 일이 없도록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는 등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려견이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모든 개인생활을 접고 오로지 반려견에게만 몰두해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1~2인 가구의 경우 반려견 홀로 보내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경우엔 반려견이 혼자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놀이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혼자서 놀 줄 모르는 반려견은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다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게 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휴지통 뒤지기입니다. 이런 불안감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분리불안’이라는 행동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입양에 앞서 반려견을 혼자 두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3 문제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

    요즘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보호자가 많습니다. 청각이 예민한 대다수 반려견은 대문 밖에서 들리는 발걸음, 엘리베이터 소리에 강하게 반응합니다. 분리불안이 있어 혼자 남겨졌을 때 큰 소리로 울부짖는 반려견도 적잖습니다. 아파트에선 이런 반려견의 문제행동이 곧장 이웃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려견 사육을 둘러싼 갈등과 마찰이 자주 발생합니다.

    따라서 반려견 입양 전부터 제때 필요한 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생후 수개월 동안은 반려견이 어떤 문제행동을 보일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아직 성격 등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해법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향후 반려견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문제행동에 크게 당황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 훈련을 반드시 전문 훈련사에게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훈련 주체보다 중요한 건 긍정강화훈련으로 조금씩, 천천히 문제행동을 교정해가는 것입니다. 직접 반려견을 훈련시키기 어렵다면 가까운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구체적인 훈련 방법을 처방받기를 추천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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