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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트능’ 점수 낮았다면, 이것만은 알고 가자

Z세대에게 직접 물은 꼭 알아야 할 트렌드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올해 ‘트능’ 점수 낮았다면, 이것만은 알고 가자

수험생에게 ‘수능’이 있다면 누리꾼에게는 ‘트능’이 있다. ‘트능’은 트렌드능력고사의 줄임말로, M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다루는 대학내일 ‘캐릿’에서 매년 출제하는 온라인 테스트다. 평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좀 한다면 피드에 ‘트능’ 결과를 올린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자도 2년 연속 친구들로부터 링크를 받아 테스트해봤다. 지난해에는 한참 선배인 회사 동료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올해는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아마도 1년간 꾸준히 담당한 Z세대 칼럼을 매주 마감 때마다 탐독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재미로 보는 테스트지만 도전한 사람이 벌써 46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만점자는 4576명 정도(12월 1일 기준). 그냥 SNS에서 아무 문제나 주워다 낸 거 아니냐 싶겠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올해 무엇이 유행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내년 ‘트능’을 준비하는 자세로, 올해 트렌드를 복습하는 차원에서 ‘찐’ Z세대에게 올해 뭐가 핫했는지 하나씩만 꼽아달라고 했다.

#1분도 길다! 숏폼 콘텐츠

“‘환승연애’ 과몰입 시작, ‘하입보이’ 챌린지 열풍, 역주행 곡! 이들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숏폼 콘텐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알고리즘으로 피드에 밈이나 음악이 한 번 뜨면 저도 모르게 스며들게 되더라고요. 틱톡 유행을 시작으로 유튜브 쇼츠가 메인화면 최상단에 배치되면서 짧은 영상을 더 자주 접하게 된 것도 있어요. 인스타그램은 피드보다 릴스나 스토리로 핫한 카페와 패션 브랜드를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_김진영·26·패션 앱 플랫폼 기획자

#알고리즘의 지명, 다나카

유튜브 ‘나몰라패밀리 핫쇼’에 출연한 다나카. [동아DB]

유튜브 ‘나몰라패밀리 핫쇼’에 출연한 다나카. [동아DB]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는 인물. 유튜브를 켜기만 해도 ‘다나카’가 나와요. ‘튀르키예즈온더블럭’ ‘일일칠’ ‘라면꼰대’ 등 게스트로 출연한 인기 유튜브 콘텐츠가 줄줄이죠. 개그맨 김경욱이 연기하는 일본인 호스트 역할의 부캐인데 말도 안 되는 세계관과 한본어(한국어+일본어)가 웃음 지뢰 ‘그 잡채’라고 할 수 있어요. 트렌드를 따라잡기 가장 쉬우면서도 빠른 방법은 인기 크리에이터 알기가 아닐까요. 한 명만 알고 있어도 ‘아싸’ 소리는 덜 들을 테니까요.” _이진수·26·기자

#이것마저도 꾸민다고? 별다꾸

“꾸미기 위해 뭔가를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꾸미는 것에 진심인 Z세대. 최근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니는 이들의 헤드폰을 자세히 보면 옷을 입히거나 스티커로 꾸민 걸 알 수 있어요. ‘헤꾸’(헤드폰 꾸미기)를 한 거죠. ‘폰꾸’라고 해서 휴대전화 바탕화면이나 아이콘을 꾸미기도 해요. 삼성전자 Z플립 시리즈가 유행한 것도 휴대전화 뒷면의 작은 디스플레이와 2개로 분리되는 화면을 자기 마음대로 꾸밀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EBS ‘수능특강’ 같은 문제집도 꾸밀 정도예요. 좋아하는 연예인의 포토카드를 꾸미는 ‘포꾸’에 폴라로이드 사진을 꾸미는 ‘폴꾸’까지, Z세대가 생각하는 꾸미기에는 한계가 없어요.” _김상하·25·채널A X-스페이스팀 팀장



#조카 또는 동생 사랑해! 뉴진스

입고 바르고 먹는 것 모두 화제가 된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입고 바르고 먹는 것 모두 화제가 된 걸그룹 뉴진스. [어도어]

“주변 20대 친구들이 열광한 올해의 스타는 걸그룹 ‘뉴진스’였어요. 중학생 때 이후 잊고 지내던 아이돌을 선망하는 팬의 마음이 되살아난 느낌이었죠. 이젠 언니나 오빠가 아니라 한참 동생, 어쩌면 조카뻘이지만 뉴진스가 입은 옷부터 먹는 것까지 따라 하고 싶어질 정도로 모든 것이 트렌드 그 자체예요. 어쩌면 10대보다 20, 30대 사이에서 더 핫한 아이돌!” _유예진·26·회사원

#영원한 아이스 브레이킹 소재, 깻잎논쟁

“솔직히 올해 깻잎논쟁에 대해 말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낯선 이와 첫 만남이나 술자리에서도 이 주제를 꺼내면 할 말이 늘어나는 기분이에요. 저는 어색한 자리에서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편인데, 깻잎논쟁 이야기를 시작하면 편하게 분위기를 풀어갈 수 있어 좋았어요. 물론 하도 많이 들어 조금은 지겹기도 했지만요. 비슷한 주제로는 MBTI가 있겠네요.” _유채연·23·대학생

#취향의 큐레이션, 샘플 선물 세트

“여러 브랜드가 선물세트처럼 구매하기 좋은 소량 패키지 상품을 올해 많이 내놨더라고요. 화장품의 경우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본품 구매 전 써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음식이라면 맛보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들어 있는 패키지 상품을 사서 먹어보고 원하는 제품만 단품으로 구매할 수 있어 편리했죠. 패키지가 워낙 귀엽게 잘 나와서 선물하기에도 좋고, 개인 취향을 찾을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_남희철·27·푸드스타일리스트

#더는 숨지 말자! 오타쿠 문화

올해 인기리에 상영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극장판. [동아DB]

올해 인기리에 상영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극장판. [동아DB]

“원래는 음지 문화로 꼽히던 애니메이션, 망가(만화) 같은 오타쿠 문화가 수면 위로 대두한 게 올해 트렌드였던 것 같아요. 올해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유행하면서 유명 아이돌이나 스타들도 이런 오타쿠 문화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표현한 게 눈에 띄더라고요. ‘무례하긴, 순애야’ 같은 캐릭터 대사도 유행했고요. 일반 대중 사이에서 일종의 패션처럼 오타쿠를 표방하는 이들마저 생겨난 점만 봐도 올해 트렌드인 것은 분명하죠.” _손영인·25·대학원생

#멘트가 너무 찰지네, 햄깅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끈 ‘햄깅’ 캐릭터. [햄깅 인스타그램 캡처]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끈 ‘햄깅’ 캐릭터. [햄깅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햄깅’이를 모르고 살았다면? 후회할 거예요. 햄깅이의 매력은 대강 휘갈긴 듯한 그림체에 얹힌 상황 묘사력 100%, 최신 유행력 100%인 멘트예요. 인기가 워낙 많아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무려 3탄까지 나왔어요. 여러분!! (아무도 없음) 우리 귀여운 햄깅이 좀 보세요! 하나 모셔가세요! 회사에서 부장님에게 쓰기에도 딱이랍니다! (엣큥)” _이경은·24·기자

#위드 코로나, 오프라인 추억의 부활

“코로나19로 숨 쉬듯 당연해진 비대면에 답답함을 느끼다 보니 맛보기식으로 경험한 오프라인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어요. 코로나19 유행 전 친구들과 제약 없이 만나고 놀러 다녔던 자유로움을 추억하면서 스토리에 ‘추억팔이’를 하는 또래도 늘었어요. 올해 초부터 기업 오프라인 콘텐츠와 행사가 많아졌는데요. 더현대 서울, 성수동, 한남동, 서촌 등 서울 곳곳에 실물 상점이 들어섰고 오프라인 공간에 목말랐던 Z세대로 붐볐죠. 단연 빠지지 않은 건 추억과 사진. 대부분 팝업스토어에 포토부스가 있었고, 공간 특색을 담은 프레임과 포토존도 있었거든요. 집이 아닌 공간에서 만드는 특별한 추억에 향수를 느끼고, 단체에서 벗어나 개인의 시간을 가지며 개별성을 인지하게 된 거죠.” _정시은·24·채널A CD

#나 이 술 샀어! 원소주&버터맥주

품절 행진이 이어진 원소주 신제품. [원스피리츠]

품절 행진이 이어진 원소주 신제품. [원스피리츠]

“오픈런에 이어 엄청난 품절 행진을 일으킨 술들이요. ‘원소주’는 가수 박재범, ‘버터맥주’는 어반자파카 박용인이 론칭하며 화제를 모았어요. 한국 술쟁이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며 ‘나 이 술 샀어’가 단순한 트렌드 이상의 연대감을 형성하게 했죠(원소주 오리지널 6병 겟!).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로 시작해 편의점 론칭까지 주류 유통의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_문진경·26·공차 pm&주류 마케터

#이것도 줄여 쓰네, 오운완!

“줄임말을 많이 쓰는 요즘 세대답게 ‘오운완!’이라는 말도 SNS에서 많이 보였어요.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로, 올해는 유독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오운완!’이라는 단어와 함께 운동 후 사진이나 운동 영상을 올린 걸 자주 볼 수 있었죠. 생각난 김에 오늘 SNS에 ‘오운완!’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진을 올린다면 트렌디해 보이지 않을까요.” _이수현·23·펜타클 디자이너

#내년에도 다시? 갓생살기 프로젝트

“‘갓생’은 하루라도 행복하게 보내고자 노력하는 Z세대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가는 세대라 눈앞의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뤄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는 게 ‘갓생살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작은 하루하루를 모아 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올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어요.” _하윤산·25·은행원





주간동아 1367호 (p52~54)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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