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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경찰이 문제” vs “尹 경찰이 문제”… 경찰 무대로 번진 이태원 책임론

[이종훈의 政說] 책임론 차단에 총력 쏟는 與, 이상민 장관 정조준하는 野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文 경찰이 문제” vs “尹 경찰이 문제”… 경찰 무대로 번진 이태원 책임론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사고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사고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경찰도 둘로 나뉠 지경이다. ‘윤석열의 경찰’과 ‘문재인의 경찰’이다. 이태원 참사를 놓고 여야 프레임 전쟁이 치열하다. 프레임의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탓을 하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탓한다.

“4시간 동안 쳐다만 봤느냐”

경찰청장 이하 지휘 라인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드러난 가운데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1월 3일 “이태원 핼러윈 사고의 첫 번째 원인은 용산서에 큰 구멍이 뚫린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11월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이 전 서장을 비판했다.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당직 상황관리관이던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에 대한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류 상황관리관은 112 상황실을 1시간 24분이나 비우고 참사 발생 후 1시간 46분이 지나 서울청장한테 문자 보고를 했다는데,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서장과 류 전 과장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된 인사다. 전남 함평 출신인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월 구례경찰서장에서 용산서장으로 영전했다. 전남 나주 출신인 류 전 과장도 지난해 1월 함평경찰서장에서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으로 영전했다. 정 의원은 앞선 전체회의에서 이 점을 거론했다. “이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 퇴임 3개월 전 알박기 경찰 인사에서 요직으로 영전된 인물이라는 의혹이 있고, ‘경찰 하나회’ 총경들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 하나회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7월 25일 경찰국 추진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특정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회에 준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은 경찰대를 말한다. 여권에서는 이들을 두고 “친야권 성향의 모임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보여왔다.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났으니 이 장관과 여당은 ‘이번 기회에 경찰 하나회를 척결하자’는 의지를 불태울 법하다.



윤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11월 7일 윤 대통령의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발언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35분 동안 경찰을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제도가 미비해 대응 못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냐”고도 했다. 참사 당시 현장 근처에 나가 있었던 인물은 이임재 전 서장이다. 대통령실은 특정인을 지목해 한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이 전 서장과 류 전 과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이번 사안을 끝내고 싶을 것이다. 윤 대통령 책임론을 차단하고 야당 공세도 방어하는 방안이다. 친문재인(친문)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찰 하나회 약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으로 보이지만 국민이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경찰 하나회 책임론은 맹점이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한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부적절한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용산서의 경찰기동대 지원 요청을 무시한 김 청장과 참사 당일 캠핑장에서 연락조차 제때 받지 않은 윤 청장을 넘어 이상민 장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경찰에만 책임 묻는 것 맞나”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1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무능을 가리려 참사 책임을 경찰 선에서 꼬리 자르려는 것에 더해 ‘경찰 손보기’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주무부처 장관은 그대로 놔둔 채 한 놈만 팬다는 것도 아니고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고 싶을 것이다. 탄핵 정국으로 몰고 가기에 이보다 적합한 카드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실마리는 찾지 못한 모양새다.

여야의 프레임 전쟁이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대형 참사를 앞에 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경우 경찰 조직의 양분도 초래되지 않을까. 한국 사회에서는 정권, 조직을 불문하고 영호남 갈등이나 보수·진보 갈등이 있어왔다. 이것이 극대화할 경우에는 조직 자체의 역량 약화와 이에 따른 국민적 피해를 유발한다. 이태원 참사 책임론 공방이 오히려 더 큰 참사를 잉태하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초기 여야는 초당적 협력과 정쟁 중단을 앞서 주장했다. 혹시나 하며 국민적 기대감이 높아졌던 시기다.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정쟁 모드로 진입하면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위기가 닥치면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정당 속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모두 각성할 때다.





주간동아 1364호 (p42~43)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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