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만들어진 카카오톡 이모티콘 기반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 [사진 제공 · 카카오, 카카오페이 인스타그램]
지난해 12월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당시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44만993주(900억 원)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주당 매매가는 20만4017원. 경영진은 총 878억 원 차익을 챙겼다. 특히 류 대표는 23만 주를 매도해 469억 원을,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로 내정됐던 신원근 전략총괄 부사장은 3만 주를 매도해 61억 원을 챙겼다. 11월 3일 카카오페이가 상장하고 한 달여 만의 일이다. 특히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당일에 벌어진 일이라 파장은 더욱 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주요 경영진이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전례 없는 사례로 꼽힌다. 이 일로 카카오 관련 주가는 급락해 1월 19일 기준 카카오는 주당 9만400원, 카카오페이는 주당 12만8000원을 기록했다.
먹튀 논란이 한 달을 넘었지만 카카오 경영진을 향한 사회적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카오 임직원이 느끼는 실망감과 상실감 또한 여전하다. 1월 4일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간담회를 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명 및 사과의사를 밝혔지만 주가 하락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계획은 없어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다음 날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노조)는 류 대표의 신임 대표 내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론에 못 이겨 1월 10일 류 대표가 자진 사퇴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사태는 수습되지 않은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월 18일 카카오페이증권 법인영업본부 임직원과 애널리스트 20명 정도가 DS투자증권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카오는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페이 상장으로 카카오페이증권 직원들 역시 우리사주를 배정받았기에 시세차익을 노린 이직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단, 카카오페이 주가가 고점 대비 많이 하락한 상태라서 업계 상황과 개인 경력을 고려한 이직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법인영업본부 직원들의 퇴사는 사실”이라면서 “현재 홀세일(법인영업) 사업 부문을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재정비하고 있으며 중소형 증권사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목깡패 이미지, 주식 먹튀… 악재 이어져
카카오 악재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촉발된 골목상권 침탈 논란이 불거져 경영 위협으로까지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스마트 호출(추가 요금을 내면 택시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서비스) 비용을 기존 1000원 에서 0~5000원 탄력 요금제로 바꿨다. 택시 배차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비용을 다르게 받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소비자와 택시업계는 “기본요금 3800원에 호출비 5000원이 추가되면 결국 기본요금이 8800원이 된다”며 반발했다. 플랫폼기업이 독점력을 이용해 수익 극대화에 나섰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카카오는 사업 철회 백기를 들었고, 추후 스마트 호출 서비스는 전면 폐지됐다.이 일로 카카오는 플랫폼 독과점 폐해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궁지에 몰렸다.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다. 누적 가입자 수 1억 명이 넘는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그 자체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인 셈. 그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모은 뒤 해당 플랫폼이나 파생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를 더해 사업을 키워나갔다. 처음엔 무료이지만 추후 점유율이 높아지면 이용료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수수료를 인상해 수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이 또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이슈는 골목상권 침탈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카카오는 그간 헤어숍, 꽃배달,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소위 골목상권으로 불리는 업종까지 손을 뻗으며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어왔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문제점까지 공론화되며 상황은 일파만파 커졌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과 정치권,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제히 대형 온라인 플랫폼 규제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주가도 출렁였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각자도생, 문어발식 경영 전략이 리스크 초래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념식 모습. [뉴시스]
2006년 ‘아이위랩’이라는 스타트업으로 출범한 카카오는 현재 김 의장의 바람대로 100인 넘는 CEO를 거느린 IT공룡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카카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고속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은 독립시켜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하고, 분사한 계열사는 또다시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식으로 커나갔다. 유망 기업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16년 국내 최대 음악서비스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카카오의 공격적인 전략에 대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묻지 마 상장’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매년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온 카카오는 지난해 8월 6일 기준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겼다. 2020년 연간 매출은 4조1567억 원, 영업이익은 4560억 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5%, 121% 성장한 수치다.
카카오는 10년 조금 넘은 기간에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또한 그간 김 의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계열사 독립경영체계를 유지해왔다. 자율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문화가 중심 기조였다. 하지만 각종 계열사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빠른 성장의 발판이던 각자도생(各自圖生) 경영 방식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본사가 계열사 경영 방침에 간섭할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나흘 차이로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업계에서는 두 곳의 증시 상장도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상장을 앞두고 수익성 극대화에 급급한 계열사들이 사업 방향성에서조차 노사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 계열사들이 자율을 넘어 자칫 위험한 줄타기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국감 이후 쇄신을 다짐했지만, 이번 ‘먹튀 논란’으로 카카오는 다시 한 번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잇따른 논란은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18일 기준 카카오 계열사들은 올해 들어 평균 2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전일 대비 카카오페이는 2%대, 카카오뱅크는 3%대 하락하며 장중 신저가를 기록했다. 계열사 주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카카오 시총은 올해에만 20조 원 넘게 증발했다. 지난해 말 109조 원이던 시총이 85조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향후 전망 역시 안갯속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카카오에 집중되던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정치권도 규제 강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소 대선 전까지는 카카오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개편, ‘먹튀 방지안’으로 신뢰 회복 나서
카카오는 현재 플랫폼 규제 이슈와 경영진 리스크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카카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간 업계에서는 그룹의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1월 13일 카카오는 기존 공동체컨센서스센터를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CAC)로 이름과 역할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2017년 설립된 공동체컨센서스센터는 그동안 계열사들의 업무를 공유하는 이사회 사무국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AC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를 사령탑으로 해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전체 사업 전략을 조율하고, 각 계열사 경영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올해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를 앞두고 있다. 두 계열사의 주식시장 상장 여부와 방식도 CAC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의장이 밝혀온 상생안과 사회공헌사업 역시 CAC에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경영진 및 임직원의 윤리의식 강화와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면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AC는 첫 번째 결과물로 ‘먹튀 방지안’을 내놓았다. 카카오 모든 계열사 임원은 상장 후 1년간 주식 매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계열사 CEO에게는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 상장 후 2년간 주식을 팔 수 없고,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된다. 스톡옵션 주식도 매도 금지 기간이 그대로 적용된다. 또한 CAC는 상장사 임원의 주식 매도를 파악하는 사전 리스크 점검 프로세스를 신설했다. 임원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1개월 전 매도 수량과 기간을 미리 CAC와 소속 회사 기업투자(IR)팀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식 매도 규정은 계열사를 이동해 기존 회사 임원에서 퇴임하더라도 그대로 적용된다.
류영준 대표의 카카오 공동대표 자진 사퇴 이후 새 리더십을 어떻게 구축할지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1월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가지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카카오의 글로벌 무대를 확장하고 기술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사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책임을 공감하며 사퇴 의사를 전했다.
카카오는 그간 다채로운 ESG 활동을 벌여왔다. 카카오 서비스를 활용한 QR코드 체크인 기능 추가, 공적 마스크 판매처 실시간 재고 확인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해 김 의장은 재산의 절반인 5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로 김 의장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에 따라 카카오 신뢰 회복을 위한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 시대에 맞게 카카오 경영진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카카오 성장을 이끈 국민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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