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9

2020.10.09

“초저금리 시대, 80세에 찾을 주식계좌 만들어 놓자”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에게 듣는 50대 직장인의 ‘스마트 노후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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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0-10-05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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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홍중식 기자]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홍중식 기자]

    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2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5178만 명)의 15.7%를 차지한다. 고령인구 비중은 5년 후인 2025년 20.3%에 이르고, 40년 후인 2060년에는 43.9%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2명 중 1명(48.6%)은 본인의 노후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주요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이 31.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예금·적금·저축성보험(27.9%), 부동산 운용(14.6%), 기타 공적연금(13.0%), 사적연금(8.1%), 퇴직급여(4.7%), 주식·채권(0.3%), 기타(0.3%) 순이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도 32.9%에 달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2.7세. 운 좋게 직장에서 61세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해도 인생 후반 20년 이상을 더 꾸려가야 한다. 퇴직을 10년 남짓 앞둔 50대 직장인이라면 안정된 노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13년부터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며 누구보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해왔을 경제학박사 김경록 소장에게 궁금한 질문들을 던졌다.

    고령화, 기술의 발전으로 바뀔 세상

    -오래 산다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오늘 인터뷰에 앞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보편적으로는 연금을 준비하라고 말하겠지만 이미 많이 나온 얘기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할까 한다. 10년 전 추석 연휴에 혼자 생각에 빠져 있으니 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앞으로 100세까지 살 텐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 중이라 하니, 가족들이 별 생각을 다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때는 그렇게 말했지만 100세 시대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100세 시대는 곧 현실이 된다. 모처럼 연휴를 맞아 시간이 생긴다면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길 권한다. 과거 10년도 많이 변했지만 앞으로 10년은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가 일상이 됐고, 고령화로 인한 사회의 변화, 기술의 변화 등이 일어날 것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고, 어떻게 변화해간다는 의미인지. 

    “1960~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2500만~3000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5000만 명이다. 국민소득도 계속 증가했다. 1977년 1인당 소득 1000달러에서 2000년 1만 달러, 2010년 2만 달러, 2020년 3만 달러가 됐다. 2000년에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9%였다. 그야말로 인구도 증가하고 소득도 증가하고 집값도 오르는 시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50년은 지난 40~50년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부터 모든 게 멈추는 시기가 시작된다. 이미 지금 국고채 금리 0.8%다. 정기예금 금리도 0%대다. 금리에 마이너스가 없다고 하면 더는 내려갈 여지가 없다. 그런데 수명은 증가한다. 50년 후에는 100세를 넘어 110세까지도 살 수 있다. 지금까지 나를 성공하게 했던 것, 실패하게 했던 것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봐야 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그만큼 노후자금은 많이 필요해지는데 이자 소득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년퇴직 후 노후 생활을 즐길 자금이 부족하다면 방법은 3가지가 있다. 퇴직을 늦게 하거나, 저축을 많이 하거나, 자산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오늘 한 세무사가 50세가 넘은 사람을 직원으로 고용했는데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직원이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회계학 교육을 받다 보니 온라인을 활용하는 능력이 40대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그 직원처럼 재교육을 받고 오래 일해야 한다. 현재 은행 금리로는 5억 원을 예금해도 1년 이자가 500만 원도 안 된다. 세무사 사무실에 시간제로 취직하면 월 100만~150만 원을 받게 되고 일 년이면 1200만~1800만 원의 소득이 생긴다. 어느 정도의 금융자산이 있다면 75~80세까지는 일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투자해 나를 재교육해야 한다. 앞으로는 실질적인 퇴직 기간을 늦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저축을 많이 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노후자금 준비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게 2가지다. 교육비와 자녀 결혼자금이다. 교육비의 경우에는 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공부는 때가 있고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 비용을 아끼다 오히려 취업이 안 되면 그로 인해 더 큰 비용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순간의 체면을 위해 거액을 지불해야 하는 결혼 비용은 아끼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신혼집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 본인의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있는 연금을 중도해약 해서 자녀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 연봉이 높고 이후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해야 할 일은 자녀를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늘려야 한다. 자녀 결혼도, 유학 같은 공부도 합리적인 선에서 지원해야 한다. 50대에서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달리기에서 막판 스퍼트와 같다. 나를 재교육하고 저축하며 노후를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생 후반부가 달라진다. 아직 자금의 여유가 있는 60대까지는 그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지만 70대 이후에는 삶의 질이 달라진다.”

    글로벌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홍중식 기자]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홍중식 기자]

    -오래 산다는 게 삶의 패턴까지 바꾸는 일인가. 

    “대표적인 장수국가인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나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끈 단카이 세대의 파산 소식이 5~10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삶이 길어지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1년에 3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할 때 10년이면 3억 원, 20년이면 6억 원이 더 필요하다. 더욱이 여성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남자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기저질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50대에 건강검진이든 유전자 검사든 해서 내 몸 어디가 약한지를 알고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많은 분이 국민연금을 받아 노후를 꾸릴 생각을 하는데 아프면 의료비, 간병비가 그 이상으로 많이 든다. 5~10년 더 살 때는 옆에서 도와줄 수 있겠으나 수십 년 더 살 때는 국가도 도와주는 데 한계가 있다. 그야말로 50대에는 모든 걸 재설계해야 한다.”

    -은행 금리 0% 시대다. 보유 자산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제 예금은 무수익 자산이다. 예금은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은행에 저축만 해서는 답이 없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투자는 누구에게나 살 떨리는 일이다. 한동안 주가가 오르다 최근 내려가니 가슴이 철렁하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일정 부분 투자로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제로금리가 시작된 일본에서도 초기에는 금리는 낮지만 물가가 마이너스니 먹고 살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 상태가 지속되니 2000년대부터 돈이 없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령자들이 해외 투자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부머들이 적어도 5년 후에는 자산 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 조사를 보면 30대는 투자 전에 블로그나 유튜브를 검색해 공부를 하고 투자한다고 나온다. 반면 50대는 옆 사람 이야기를 듣고 투자했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남의 말 듣고 하는 투자는 금물이다. 요즘은 유튜브에 투자의 기초를 알려주는 콘텐츠가 많이 올라와 있으니 공부를 해야 한다.”

    -초보자가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50대에 맞는 투자가 있다.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인 EFT(Exchange Traded Fund)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해 생애주기에 따라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 TDF(Target Date Fund)를 추천한다. 두 가지 모두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지 않고 자동 추천된다. 주식을 직접 선택해 투자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위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비중을 확 줄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인 리츠(REITs,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가지고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는 뮤추얼펀드)도 좋다. 보통 노후에는 집을 몇 채 사서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데 돈이 웬만큼 많지 않고는 집 사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었는데 이것이 향후 50년 동안에도 유효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리츠 투자는 소액으로 할 수 있고 아파트나 주택이 아닌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병원, 백화점 등이 투자 대상이다. EFT, TDF, 리츠 모두 국내시장 말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상품으로 눈을 돌리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의 차이가 만드는 30년 후 삶의 차이

    -인터뷰 전에는 노후 준비를 위한 다양한 상품 추천을 생각했다. 

    “우리는 전환기를 살고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시기다. 보통 기업에서 예산을 짤 때 작년이나 재작년을 기준으로 뭐는 얼마 줄일까, 뭐는 얼마 늘릴까 하고 작업을 해나간다. 그런데 지금은 관행대로가 아니라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해체하고 수익과 지출을 다시 짜야 하는 시대다. 지금 50대라면 인생 2막을 앞두고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향후 50년을 살아가야 하는 만큼 그와 같은 고민을 오래 해도 좋다. ‘30년 후를 대비해야 하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생각의 차이가 30년 후 삶의 차이를 만든다. 80세까지는 나를 재교육해 돈을 벌고 80세 이후에는 그간 모으고 투자한 돈으로 삶을 꾸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목해야 하는 분야가 있을까.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 변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신기술과 결합한 바이오헬스케어는 물론 고령자를 돕는 역할을 하는 로봇시장이 잘나갈 수밖에 없다. 기술의 진화는 코로나19 사태 후 더 빨라졌다. 컴퓨터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클라우드, 5G, 반도체, 전기차는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애플이나 테슬라의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것을 보고 말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코로나19로 세상의 변화가 20년 이상 앞당겨졌으니 20년 이익이 주가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세상의 변화가 당황스럽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선택은 거부하거나 따라가거나 2가지뿐이다. 과거 50대에는 투자를 망설였다. 오래 살지 못하니까. 지금은 좋은 주식에 투자해 80세에 회수해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30년이면 충분한 투자기간이다. 1000만 원이 5억 원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50~80세에는 내가 벌어서, 80세 이후에는 투자가 나를 먹여 살리게, 미국의 젊은이들이 나의 노후를 책임지게’ 포트폴리오를 짠다. 바이오헬스케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오래 살든 아니든 이득이다. 오래 살면 주식이 오르니 돈을 벌 수 있고, 일찍 죽으면 예상보다 돈을 덜 쓰니 말이다. 지금 가입해 80세에 찾을 수 있는 계좌를 하나 만들어놓는 것도 좋겠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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