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5

..

싸고 편안한 최고 가성비 여행지 방콕

[재이의 여행블루스] 하루 30만 명 다녀가는 ‘짜뚜짝 시장’, 수상시장 ‘담넌사두억’ 필수 코스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4-08-31 09:00:0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태국 수도 방콕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휴식까지 여행의 모든 재미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시설을 갖춘 호텔이 즐비하고 물가도 저렴해 모두에게 편안함을 준다. 특히 시간과 돈이 넉넉하지 않은 직장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여행지가 없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고 하지만 방콕만큼은 논외로 해도 될 듯하다. 언제 가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면 방콕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방콕은 수많은 애칭을 가진 도시다. 태국 사람들은 ‘천사의 도시’라는 뜻의 ‘끄룽텝(Krung Thep)’ 또는 하늘의 수도라는 의미로 ‘프라나콘(Phra Nakhon)’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 여행자 사이에서는 ‘배낭여행의 성지’ ‘맛의 천국’으로 불린다. 방콕을 한 번이라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들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콕

    짜오프라야강에서 바라본 태국 구도심 풍경. [재이 제공]

    짜오프라야강에서 바라본 태국 구도심 풍경. [재이 제공]

    방콕의 정식 명칭은 태국어로 ‘끄룽텝 마하나컨 보원 랏따나꼬신 마힌따라 아유타야 (중략) 위쓰누깜쁘라씻’. 무려 70글자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 이름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톤부리 시대(1767~1782)에 지역을 의미하는 ‘방꺽’이라는 이름으로 서양 여러 나라에 알려지면서 방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방콕은 시내를 관통하는 짜오프라야강과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중심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뉜다. 구도심에는 오래된 사원들이 있고 신도심에는 상업지구와 유흥가, 주거 지역이 펼쳐져 있다. 방콕의 젖줄로 불리는 짜오프라야강은 도심을 S자 모양으로 흐르는데, 배를 타고 강을 지나다 보면 새벽 사원이라는 뜻의 ‘왓아룬(Wat Arun)’을 비롯해 수백 년 역사와 전통이 담긴 문화유산들을 답사할 수 있다. 또한 강변에 들어선 현대식 건축물, 레스토랑, 펍, 시장 등 방콕의 주요 명소와 야경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방콕처럼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도시도 드물다. 보고 먹고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방콕의 매력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로컬 재래시장이다.

    방콕 도심에서 로컬 재래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소이 프라춤 시장. [재이 제공]

    방콕 도심에서 로컬 재래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소이 프라춤 시장. [재이 제공]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현지인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장 투어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방콕도 마찬가지다.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어디를 가나 상인들이 친절한 인사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부터 코끼리 문양의 어여쁜 옷까지, 로컬시장은 언제나 완벽한 하루를 선사한다. 방콕 도심 곳곳에는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재래시장이 수두룩하다.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른 아침 숙소 주변 골목을 꼼꼼히 살펴보거나 현지인 아무에게나 가까운 시장 위치를 물어보면 금세 찾을 수 있다. 이 중 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씰롬(Silom) 지역에 위치한 ‘소이 프라춤 시장(Soi Prachum Market)’은 도심 속 ‘찐’ 로컬 재래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이 위치한 도로와 주변 골목에 줄지어 들어선 노점은 새벽 5시 30분이면 장사를 시작한다. 햇빛이 강해지는 오후가 되거나 물건이 다 소진되면 조기 마감을 하니 이왕이면 아침에 들르는 것이 좋다. 거품 하나 없는 로컬 물가다. 푸짐한 한 끼 식사도, 망고와 두리안 같은 열대 과일도, 위아래로 시원한 옷 한 벌도 한국 돈 5000원이면 충분하다. 물건을 많이 살 때는 여느 재래시장이 그러하듯이 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다. 재래시장의 이점을 살려 시장 근처에는 쿠킹스쿨도 여럿 있다. 시장에 직접 가서 재료를 구매하고 직접 요리까지 할 수 있으니 태국 음식에 관심 있다면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여행객이 더 많이 찾는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담넌사두억. [재이 제공]

    수상시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담넌사두억. [재이 제공]

    방콕 최대 주말 시장인 ‘짜뚜짝 시장’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짜뚜짝 시장을 빼놓고는 방콕에 다녀왔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방콕을 여행할 때는 주말을 꼭 껴서 일정을 잡자. 일단 시장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 27개 구역에 1만5000개 넘는 상점이 있고 하루 평균 30만 명이 다녀간다. “짜뚜짝에 없는 것은 태국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류나 잡화, 가죽 등 공예품, 액세서리, 주방·가정용품, 그림과 디자인 소품, 골동품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태국식 마사지숍과 간이 미용실, 타투숍을 비롯해 개성 넘치는 가게가 넘쳐난다. 또한 국수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는 물론, 열대과일 주스를 파는 음료 노점도 즐비하다. 짜뚜짝 시장은 여행객이 많아 물건값이 비싸졌다고 하는데, 대로변 상점이 아닌 골목 깊숙이 자리한 상점에는 여전히 저렴한 물품이 넘쳐난다. 비슷해 보이는 물건이라도 색이나 크기, 모양이 조금씩 다르니 발품은 팔면 팔수록 좋다. 말만 잘하면 값도 깎을 수 있다. 그러나 ‘카오산 로드’의 노점상처럼 절반 이상 깎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곳에 비해 이미 저렴한 만큼 흥정이 가능한 수준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딱히 살 것이 없더라도 미로처럼 연결된 시장을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서 둘러봐도 좋다. 다만 워낙 넓고 골목 구조가 비슷해 자칫 길을 잃기 십상이니 불안하다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제공하는 무료 지도를 활용해보자. 주의해야 할 점은 소매치기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라서 소지품을 잘 챙겨야 하는데, 특히 가방은 앞으로 멘 뒤 손으로 부여잡고 다니는 것이 좋다.

    태국 하면 연상되는 몇 가지 이미지 가운데 수상시장에 대한 환상이 있다. 원형 모자를 쓴 현지인들이 길고 작은 목선에 과일과 채소, 음료와 기념품을 싣고 다니는 모습이야말로 태국스럽고 흥미로운 풍경이다. 상상 속 수상시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담넌사두억(Damneon Saduak)’은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차로 약 1시간 30분) 떨어진 ‘랏차부리(Ratchaburi)’주에 위치해 있다. 시장이 있던 자리는 원래 육지였는데 100여 년 전 라마 6세가 타찐강과 메콩강을 연결하며 운하가 생겼다. 이때부터 랏차부리는 강과 운하, 수로가 발달하면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됐고, 자연스럽게 수상시장이 생겼다. 물론 지금은 현지인을 위한 시장이라기보다 여행객이 더 많이 찾는 곳이 됐지만, 옛날 수상시장의 원형과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어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이색적인 매끌렁 시장

    수상시장에 왔으니 배는 꼭 타봐야 한다. 배는 운하를 따라 이동한다. 여행객이 몰릴 때면 크기가 제각각인 배들이 운하에 한꺼번에 쏟아지지만 부딪칠 듯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잘도 비켜 간다. 상인들은 야자, 바나나, 망고스틴, 두리안,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을 싣고 다니면서 판다. 또한 간단하게 조리가 가능한 가스통을 배에 싣고 뜨거운 고기 육수를 부어 말아주는 국수나 튀김, 쫀득한 찰밥에 망고를 곁들여주는 망고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다. 단단한 껍질째 마시는 코코넛 주스와 코코넛 속을 칼로 파내 연유를 섞고 땅콩까지 솔솔 뿌려 만든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무더위를 날릴 비장의 무기다. 방콕 시내보다 가격은 비싼 편이니 흥정은 필수다. 운하 주변에서는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일상도 엿볼 수 있는데 오직 이곳에만 있는 독특하고 정겨운 모습이다.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인근에 자라한 일명 ‘위험한 시장(Life-risking market)’으로 불리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Maeklong Railway Market)’도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두 시장의 거리는 차로 약 15분. 매끌렁 기찻길 시장은 기차가 매끌렁역으로 진입하는 300m 구간 철로 양쪽에 위치해 있다.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이 되면 철길 너머까지 가서 물건을 팔던 상인들이 서둘러 좌판을 거두고 차양막을 치운다. 열차와 시장, 사람 사이 거리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지척이다. 이 낯설고 이색적인 풍경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려는 여행객들까지 몰리는 통에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담넌사두억과 매끌렁 기찻길 시장을 함께 엮어 둘러보는 것이 일반 코스다. 방콕 시내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있지만 여러 번 교통편을 바꿔야 하고 별도로 보트까지 빌려 타야 하니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개별 방문보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어에는 한국어가 가능한 태국인 가이드가 동행하고 보통 오전 7시 50분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 아속(Asoke)역 로빈슨백화점 1층 입구에서 출발한다. 하루 전 예약은 필수. 여행에서 시장투어야말로 절대 빠질 수 없는 묘미이자, 현지인의 활기찬 삶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형태의 방콕 재래시장들의 신명 나는 현장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 주간동아 1457호에서는 ‘맛의 천국, 방콕’의 조금 특별한 미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