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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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루터’를 꿈꾸는 사람들

물량주의에 맞선 ‘종교적 사명 회복’ 싸움 … “썩은 곳 반드시 도려내겠다”

  • 입력2005-03-09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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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루터’를 꿈꾸는 사람들
    종교개혁 시대 루터는 성직자나 신학자만 보던 성경을 대량 출판해 성도들의 손에 돌려줬다. 한마디로 ‘말씀의 대중화’를 실행한 것이다. 개신교는 그렇게 ‘열린 마인드’로 가톨릭과 차별화를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개신교는 과연 그러한가. 몇몇 교회는 뜻 있는 성도들의 ‘세습 반대’목청을 교회를 훼파하는 마귀로 규정하고 이들을 ‘주의 전’에서 쫓아내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개신교는 갇힌 종교로 정평이 나 있는 현실이다.”

    극동방송 PD였던 김용민씨의 홈페이지 ‘ad74.pr.kr’에 올라와 있는 글의 일부다. 김씨는 지난해 특정교파를 비판하는 글을 같은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별 뜻 없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대형교회에 의해 꼬투리잡히면서 삶이 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이제 교회권력에 홀로 맞서는 ‘다윗’이 됐다. 그는 단행본으로, 홈페이지로 한국의 기독교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저주스럽다고 손가락질하는 세속 세계를 보라. 대통령까지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평신도와 똑같이 하나님의 햇살을 받고 있는 성직자들도 그러한 비판의 대열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닌가. 왜 성직자는 종교적 성역을 방패막이 삼나. 이젠 말을 할 수 있게 하라.”

    “한국 종교 변질 가장 큰 원인은 세속화”

    한국판 ‘루터’를 꿈꾸는 사람들
    ‘신성불가침’ 종교계를 향해 서슴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눈감고 언론이 애매한 입장을 취할 때, 이들은 종교계의 급소를 찔러 썩은 곳을 도려내려 한다. “성역을 깨뜨려야 더 이상 한국종교가 타락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94년 조계종 분규를 보고 불교개혁에 나선 김종찬 당시 불교신문 편집국장. 그는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했다. 공유, 평등사상, 합의제는 불교의 근본정신이므로 교단은 헌금사용명세 등 각종 독점 정보들을 신도들에게 공개하라는 명분이었다. 이 운동의 목표는 교단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불교개혁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 그러나 그는 99년 4월 불교신문사에서 해고됐다. 교단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정법원은 그의 부당해고 주장을 인정해 복직판결을 내렸다.



    그는 요즘 집필활동 등을 통해 가톨릭, 기독교, 불교 3대 종교계를 매섭게 질타한다. “종교계는 ‘탈세’의 온상이다. 신도들의 헌금이 종교활동에 재투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묘하게 교단 산하 언론사나 대학의 지원금으로 내려보내고, 건축물을 짓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교주의 비자금으로 전용한다. 그러나 정부는 ‘종교계의 비종교적 경제활동’에 대해 제대로 과세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종교 부패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씨는 “일부 성직자들 중엔 이중인격자들도 없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여자관계가 복잡하거나 재산을 뒤로 빼돌리기도 하고 심지어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성직자로 행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단 내에서도, 종교언론도 이를 걸러주지 못한다. 교단에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 종교인 행세를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공무원, 기자, 종교인이 서로 어울리며 밀착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종교간 벽 허물기 정책을 펴는데 이게 사실 교-정 유착의 고리다. 종교계는 대 정부 인맥을 구축하고 정치권은 선거 등 필요할 때 종교인들을 ‘소집’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 교계에 보조금 얼마 더 달라’, ‘알았다’라는 얘기도 여기서 나온다. 정부의 유화정책이 종교계의 물을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종교협의회 이재석 회장은 지난해 12월15일 ‘종교지도자 윤리헌장’을 발표했다. 그는 옷 로비 사건 때 교회집사라는 고관대작의 부인들이 ‘하나님’을 걸고 거짓말하는 것을 지켜보며 종교개혁을 더 늦출 수 없다고 결심했다. 이회장은 “한국종교가 변질된 원인은 ‘세속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종교는 전통적 ‘기복주의’사상과 결합됐는데 교단은 이를 이용해 헌금을 많이 거둬들이고 교회, 절 더 짓고 부자 되는데 골몰했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교단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지면서 종교의 핵심인 ‘이타주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독시민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인 박천응 목사는 “부동산투기로 번 돈을 가지고 더 이상 ‘하나님의 축복’ 운운하지 말라”고 교회를 질타했다. “교회 주머니가 ‘회개’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총회장 선출 때 물량공세는 무슨 돈으로 하는 것이냐. 헌금이 폐쇄적으로 밀실에서 운영되면서 교회는 사명을 잃어버렸다.”

    한국판 ‘루터’를 꿈꾸는 사람들
    소설가 조성기씨는 ‘한국교회에 떨어지는 영적 폭탄’이라며 “어려운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으라는 하나님의 뜻이 담긴 ‘십일조’가 교회만 살찌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천웅 목사는 “성경은 헌금의 30%를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해 쓰도록 하고 있는데 한국 교회에선 5% 내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불교바로세우기 재가연대’의 윤남진 기획실장은 올해부터 ‘실천’을 통해 불교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그의 첫번째 ‘행동’은 현직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사퇴운동이다. 99년 초 도박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성혜 스님이 최근 기획실장에 선임되자 그는 총무원 측에 ‘해임촉구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인사의 정당성을 묻는 인터넷 설문조사 실시,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해임촉구 서명운동을 거쳐 무기한 총무원 앞 시위가 계획돼 있다. 윤실장은 “우리는 ‘신도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관람료는 조계종 중앙재정수입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문화재관련 국고보조금도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신도들은 교단이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 사찰 운영에 신도가 참여하도록 한 교단 내 ‘사찰운영위원회법’은 유명무실하다. 총무원, 교구본사 간부들의 ‘전력’을 점검하는 장치도 없다. 우리는 불교를 바로 세우고 싶다.”

    한국판 ‘루터’를 꿈꾸는 사람들
    우리신학연구소 박현준 소장은 평신도 재교육을 통한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꿈꾼다. 박소장은 “성직자 중심의 권위적 교회운영으론 달라질 게 없다. 나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비판적 신학 식견을 가진 평신도들을 양성해 내겠다. 이들은 교회 운영에 적극 참여해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마다 개혁의 대상과 방향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성역 부수기에 나선 사람들의 지향점은 하나다. 그것은 ‘종교적 사명의 회복’이다. 박현준 소장은 “빛과 소금이 되는 가톨릭을 이 땅에 열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박천응 목사는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10월31일을 ‘한국 종교개혁’의 전환점으로 잡았다. 2001년 10월31일까지 그는 한국 교회의 ‘물량주의’에 맞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교회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 아래 약자를 똑같은 인간으로 보호하는 곳이다. 교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서로 돕는 공동체로 바뀌고 교회에서 개개인이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면 된다. ‘큰 예배당 짓지 마라. 대신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에게 지금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라.’ 그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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