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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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의문사 유가족 눈물 닦아줘야죠”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5-02-02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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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의문사 유가족 눈물 닦아줘야죠”
    지난 5월29일 발족한 ‘천주교인권위원회 군 의문사 진상규명과 군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 이철학 신부(43)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경기도 청평에서 복무중이던 S 이병의 죽음에 대해 유가족이 조사를 의뢰해 온 것. “달걀로 바위치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군종으로 일하시는 신부 중에는 ‘굳이 들춰내 군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책위에 따르면 한해 300여 명의 사망자와 5000여 명의 정신질환자가 병영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의 일방적인 사고결론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가족들은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는 상태. 사흘에 한 명씩 자살사고가 일어나는 현실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신부는 힘주어 강조한다. 특히 사건 발생 초기에 관련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민간단체의 참관을 보장한다면 오히려 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이신부가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지난 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 관련자를 돕던 사제들의 활동을 보고 난 다음. 보호받지 못하는 곳에 빛을 전하는 사제의 사회적 역할이 그의 ‘영혼을 울린’ 때문이었다. 사제서품 후 서울 평화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하기도 한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을 거쳐 현재는 의정부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예수도 비운의 죽음을 당했지요. 성모 마리아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움직임이 없으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신부는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대책위 신고전화 02-777-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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