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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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스타의 이유있는 롱런과 단명

  • 입력2006-01-25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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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라드 스타의 이유있는 롱런과 단명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템포, 아름답고 유려한 선율, 사랑의 환희 혹은 그것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테마로 하는 메시지. 우리가 흔히 발라드(ballad)라고 부르는 음악의 필수 구성요소들이다.

    발라드는 음반시장의 가장 표준이 되는 음악이라는 뜻에서 스탠더드 팝(standard pop)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귀에 쉽게 들어온다는 점에서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이라고 하기도 한다.

    음악의 트렌드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변한다 하더라도 세대별 감수성의 차이를 뛰어넘는 발라드의 위세는 여전하다. 하기야 예술가들은 수천 년 동안이나 사랑을 영원한 테마로 간직해 오지 않았는가.

    새 천년 첫 상반기에 첫손 꼽히는 신인 박효신의 데뷔앨범 역시 전통적인 발라드의 기조에 서있다. 이 10대 후반의 보컬리스트는 그동안 오로지 비주얼 이미지 메이킹에만 의존하다 숱하게 명멸해 갔던 10대 아이돌 스타들의 허약한 음악 해석력을 넘어서 발라드의 영광을 수호해 왔던 별들의 많은 미덕을 갖추고 있다.

    앨범 타이틀곡이자 그의 출세작인 ‘해줄 수 없는 일’(윤사라 작사·신재홍 작곡)만 들어보아도 발라드 스타에게 필수인 보컬의 출중한 감정이입 능력이 빛나게 구현된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발라드만큼 어려운 장르도 없다. 그것은 단지 경쟁이 치열하다는 시장의 논리를 넘어서 가장 통속적인 표준 속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를 증빙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라드로 성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음악 장르들을 소화할 수 있는 이면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부드럽고 예쁘게만 부르는 발라드 가수들이 롱런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창밖의 여자’ ‘비련’ 등으로 발라드 시대를 연 장본인인 조용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80년대 발라드의 이정표인 이문세도 포크부터 록에 이르는 왕성한 소화력을 과시했다. 90년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도 마찬가지며 그렇지 않으면 김민종이나 임창정처럼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이라도 갖춰야 한다.

    박효신의 앨범이 2000년을 열었다면 1990년대를 연 발라드의 기수는 김민우였다. ‘사랑일 뿐야’를 내세운 그의 데뷔앨범은 글자 그대로 당시 신세대들의 감각을 훌륭하게 충족시켰다. 이 스매시 히트곡 말고도 이 앨범은 ‘입영열차 안에서’ ‘휴식 같은 친구’ ‘헤어지는 연인들을 위한 노래’ ‘가르쳐 줄 수 없겠니’와 같은 노래를 줄줄이 성공시키며 단숨에 김민우 시대를 열었다.

    박효신이 흑인 리듬앤드블루스의 흐드러지는 듯한 끈적한 필링을 기저에 깔고 있다면 김민우는 로큰롤에 기반한 직선적이고 산뜻한 에너지를 그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하광훈, 윤 상 같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포진한 김민우의 앨범을 새로 듣다보면 변진섭에서 시작하여 서태지로 완결한 80년대말 90년대초 신세대 문화의 폭풍이 지금 이른바 N세대의 문화적 역량보다 훨씬 더 두터운 텍스트를 함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김민우도 어느 틈엔가 잊힌 인물이 되었다. 순조로운 출발이라는 행운을 거머쥔 박효신이 이 비정한 정글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선 ‘스토킹’과 ‘링이’에서 보여준 일말의 작곡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곧 열릴 그의 첫 콘서트를 주목해 보자.

    김태영과 김광민 콘서트

    초여름밤 수놓을 환상의 라이브 무대


    ■ MBC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곡 ‘혼자만의 사랑’으로 가요계에 입문, 클론 3집 ‘돌아와’로 널리 알려진 사자머리 여가수 김태영. 그가 독집앨범 ‘오랜 방황의 끝’을 발표한 뒤 첫 콘서트를 연다. 10대 가수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데뷔 10년만에 서른 둘의 나이로 첫 콘서트를 갖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김씨의 가창력과 무대매너는 한영애 이은미 박미경을 모아 놓은 것만큼 폭발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콘서트 주제는 ‘솔로’. 1집 앨범이 주로 이별을 주제로 한 데다, 혼자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우는 김태영의 가창력을 의미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만큼 콘서트나 음반, TV음악프로 진행자로서 두루 성공을 거둔 행복한 뮤지션도 드물다. 세미클래식, 재즈, 팝을 섭렵하며 우리 사회에 김광민식 재즈(클래식과 뉴에이지가 가미된 재즈)를 보급한 그가 2집 ‘달그림자’의 재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단독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영 라이브 콘서트/ 6월20~25일(평일 7시반, 토요일 4시 7시반, 일요일 3시 6시반)/ 대학로 라이브 극장/ 문의 02)573-0038, 김광민 콘서트 6월21일 7시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02)780-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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