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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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 소유욕 강한 사람 동거 많다

정신과 의사가 본 동거심리…연애의 한 부분, 배우자 테스트 기간으로 활용

  • 입력2006-01-13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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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동적, 소유욕 강한 사람 동거 많다
    병원에서 상담받고 있는 남녀 커플. 결혼이라는 제도가 싫어 자발적으로 동거를 선택한 사람들도 함께 살다보면 적지 않은 갈등을 겪게 된다.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고 외도 가능성이 높은 것도 동거커플의 문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동거가 늘어나고 있음을 진료실에서도 느낀다.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성관계가 꼭 결혼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성 개방 풍조도 동거족이 늘어나는데 한몫하고 있다. 또 결혼을 사회 관습적인 통과의례에서 개인 생활사로 간주하는 의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거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결혼에 반발하는 의미가 있으며, 내 인생을 설계하는데 있어 배우자에 대한 적극적인 실험과 연습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동거문제로 상담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활 적응과 심리 면에서 갈등이 많음을 보게 된다.

    30대 초반의 한 젊은 여성은 결혼한 지 2년이 지나 남편이 과거에 1년 가까이 동거한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부싸움을 하는 소란 중에서 남편은 “그것은 과거일일 뿐이고 연애였다. 결혼은 너와 한 것이다”고 당당하게 나왔다. 충격을 받은 이 부인은 남편이 이중인격자 같아서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 남자의 경우 동거를 연애의 한 단계로 보았다. 연인에 대해서 좀더 많이 알고 공유하기 위해서 생활과 섹스를 함께 한다는 취지다. 또 연애는 꼭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방에서 같이 살고 성관계를 가진 사이라 해서 나중에 결혼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 연애와 결혼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충동적이고 소유욕이 강하다. 또한 타인에 대해 매우 의존적이고 분리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동거를 하는 것이다. 권위에 반발하고 도전적으로 보이지만 이기적이고 미숙하다고 할 수 있다.

    역시 30대의 다른 여성은 동거를 하게 된 남자가 기혼자여서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결혼까지 했다. 동거할 때 남편의 전 부인에게 폭행과 멸시를 받으면서 오히려 될 대로 돼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살면서도 계속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남편이 또 외도를 하고 있다며 절망하였다.

    이 경우는 동거가 결혼의 전 단계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인생의 반려자로 얼마나 잘 맞는지를 실험해보자는 취지보다는 준비 없는 결혼에 뛰어드는 도입부로 작용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서 자존심이 낮고 자기비하적인 심리 때문이며 스스로 능동적인 역할을 감당하기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상대에게 끌려서 결혼이 결정된 것이니, 나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에서 문제를 남의 탓으로 투사하고 있다.

    이처럼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에 대해서 능동적이고 성숙한 준비와 선택을 한다는 동기보다는 오히려 결혼의 본질을 회피하고 싶고 배우자의 역할을 거부하려는 심리가 동거를 더 쉽게 한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동거 중에도 상대방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여 임신중절이나 다른 사람과의 교제도 많은 편이고, 합법적이고 안정된 테두리가 아니라는 부유감으로 불안을 느끼기 쉽다. 이런 이유로 동거 관계에서도 결혼 못지 않게 불화와 갈등이 자주 빚어진다.

    쉽게 시작하는 동거, 혼자가 외로워서 하는 동거가 훗날까지 자신을 안정되게 지켜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고리타분한 말이 아니다. 한 대상을 깊이 있게 사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인격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배우자의 역할을 해나가면서 화합과 사랑의 실체를 터득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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