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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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 유럽과 짝지어야 산다

  • 입력2005-11-29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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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업체, 유럽과 짝지어야 산다
    네덜란드 국영 통신업체인 KPN은 지난주 스페인 최대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와의 합병이 최종 순간에 틀어지면서 유럽 3대 통신업체로의 도약이 무산되었지만 지금도 또다른 합병 상대를 열심히 물색하고 있다. 도이체텔레콤도 2000년을 해외 진출의 해로 정하고 해외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섰다. 이렇듯 유럽 통신업체들은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유럽 통신업계의 지각 변동은 지난해 통신업에 뛰어든 지 몇 년 되지 않던 올리베티가 자기보다 덩치가 5배나 큰 세계 8위의 통신업체인 이탈리아텔레콤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월 영국 보다폰이 독일 만네스만을 1920억 달러라는 세계 최대 규모 액수로 인수-합병(M&A)함으로써 세계 이동통신업계의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98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업체였던 보다폰은 지난해 초 미국 이동통신업체인 에어텔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 이동통신업계의 강자인 만네스만과의 합병에도 성공, 4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되면서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로 떠올랐다. 보다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의 유력 통신업체인 벨애틀랜틱과 제휴한 데 이어 일본의 제이폰에도 출자하면서 아시아에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폰의 경우만 해도 반강제적(?)으로 합병-합의를 받아낸 만네스만에 비하면 총매출액이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기존의 거대 통신기업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폰이 미래 통신산업의 중심인 이동통신부문에서 최대 업체로 부상하자 이제는 기존 통신업계의 거인들도 보다폰의 뒤를 따라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향후 통신시장은 음성통신이 주류를 이루는 현재와 달리 데이터통신으로 급속하게 전환될 것이며, 통신업체들의 전쟁터는 PC의 뒤를 이어 인터넷 접속 기구로 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다.

    유럽 통신업계를 M&A 열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또다른 요인은 눈앞으로 다가온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즉 IMT-2000의 상용화. 일본이 2001년 세계 최초로 IMT-2000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지만 세계 최대 이동통신시장인 유럽도 IMT-2000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은 최근 경매방식을 통해 5개의 통신업체에 IMT-2000 사업권을 부여했다. 경매방식을 활용해 내준 라이선스 가격 총액은 355억 달러에 이른다. 조만간 경매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독일의 경우 사업권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IMT-2000사업을 전개하려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인 600억 달러 외에 300억 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단일 업체 차원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대세를 이루고 있는 IMT-2000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는 결국 IMT-2000을 위해서는 각 업체들의 대대적인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미국 통신업체들마저 유럽 진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상술에서 앞서 있는 미 통신업체들이 국영 통신체제에서 탈피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유럽 통신시장의 진출을 마다할 리 없다. 게다가 미 통신업체들은 이미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운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통신업계의 재편이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미국, 유럽, 아시아에 각각 2개 정도의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이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통신업체들도 세계 통신시장의 재편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대응하려는 자세는 필요한 것 같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신산업 발전은 구미의 어느 유력한 기업과 손을 잡는지에 달려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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