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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프로젝트

‘은행 같지 않은 은행’으로 재탄생한 ‘PLACE 1’

‘은행 같지 않은 은행’으로 재탄생한 ‘PLACE 1’

‘은행 같지 않은 은행’으로 재탄생한 ‘PLACE 1’



● 장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96길 26 
● 준공 2017년 4월 
● 설계 김찬중 
● 수상 2018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한국건축가협회 Best 7, 
독일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 오피스 디자인상,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 혁신자재상, 
2017년 대한민국 생태환경건축대상 대상(환경부장관상), 
한국디자인어워드 공간건축디자인상  


‘은행 같지 않은 은행’으로 재탄생한 ‘PLACE 1’
105층짜리 초고층빌딩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PLACE1’은 외형만 봤을 때 무슨 용도의 건축물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문어발에 붙은 빨판을 연상케 하는 돌출 구조물이 3개 면에 걸쳐 178개나 달려 있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빨판마다 지름 2m 크기의 원형 디스크가 달렸다. 디스크마다 조금씩 다른 무늬가 그려져 있지만 전체적으론 조화와 통일을 이룬다. 예술그룹 진달래&박우혁의 ‘아트 디스크’ 작품이다. 


KEB하나은행 삼성기업센터와 강남PB센터, 하나금융투자 Club1 WM센터가 모인 ‘PLACE 1’의 3개 면은 문어발의 빨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남쪽 면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왼쪽)

KEB하나은행 삼성기업센터와 강남PB센터, 하나금융투자 Club1 WM센터가 모인 ‘PLACE 1’의 3개 면은 문어발의 빨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남쪽 면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왼쪽)

돌출 구조물이 없는 남쪽 벽면에는 직사각형 형태의 태양광 패널이 두 줄 붙어 있고, 가운데 원형 디스크를 닮은 7개의 원형창이 달렸다. 태양광전지를 통해 하루 평균 54kW 전기가 생산되는데 놀랍게도 이 전기를 이용해 178개의 디스크를 수직축 중심으로 회전시키는 ‘키네틱 건축’이기도 했다(원래는 뻐꾸기시계처럼 1시간 단위로 정각마다 회전시키는 구상이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시험 작동 외에는 구현되지 않고 있다). 


지하 1층 주차장 통로 바닥에 설치된 빠키의 작품 ‘원형의 진폭과 선의 층위들’.

지하 1층 주차장 통로 바닥에 설치된 빠키의 작품 ‘원형의 진폭과 선의 층위들’.

지하 1층 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정정주의 비디오아트 ‘transfer’.

지하 1층 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정정주의 비디오아트 ‘transfer’.

지하 1층 화장실에 그려진 염지희의 벽화 ‘길을 잃은 숲에는 마녀가 산다’.

지하 1층 화장실에 그려진 염지희의 벽화 ‘길을 잃은 숲에는 마녀가 산다’.

‘PLACE 1’은 기존의 은행과 사무 공간을 계승한 ‘오피스 코어’와 은행을 찾은 고객과 일반 시민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수 있게 조성한 ‘슬로 코어’로 나뉜다. 상어 비늘을 연상시키는 계단과 투명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전면부 공간이 ‘슬로 코어’에 해당한다.

‘PLACE 1’은 기존의 은행과 사무 공간을 계승한 ‘오피스 코어’와 은행을 찾은 고객과 일반 시민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수 있게 조성한 ‘슬로 코어’로 나뉜다. 상어 비늘을 연상시키는 계단과 투명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전면부 공간이 ‘슬로 코어’에 해당한다.

투명 엘리베이터 옆 지상 2~9층에 걸쳐 있는 최성임의 설치미술 작품 ‘The Hollow Tree’

투명 엘리베이터 옆 지상 2~9층에 걸쳐 있는 최성임의 설치미술 작품 ‘The Hollow Tree’

외벽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면 갤러리나 미술 내지 디자인 관련 건축물일까. 지하 1층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더 심상치 않다. 통로 바닥은 흑백의 격자무늬와 현란한 색채의 선들로 구성돼 마치 3차원 게임 공간에 진입한 듯한 착시감을 안긴다(빠키의 ‘원형의 진폭과 선의 층위들’). 또 주차장 한쪽 벽면엔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직사각형 모니터에 몽환적인 비디오아트 영상이 흘러나온다(정정주의 ‘transfer’). 

주차장을 빠져나와 지하 1층 화장실에 잠깐 들러보자. 세면대나 집기 등이 온통 하얀색으로 통일된 화장실 벽면에 강렬한 검은색과 노란색이 교차하는 그로테스크한 벽화(염지희의 ‘길을 잃은 숲에는 마녀가 산다’)를 만나게 된다. 지상 1층 화장실 역시 동일 구조로, 이번엔 벽화가 아니라 독특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통해 빛과 그림자로 구성된 천장화가 펼쳐진다(이중근의 ‘Angel Tree’).


문화 아지트로 변신한 은행

지상 6층 ‘오피스 코어’에 위치한 ‘디자인 라이브러리’. KEB하나은행 강남PB센터 고객을 위한 회원제 공간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디자인 관련 책자를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상 6층 ‘오피스 코어’에 위치한 ‘디자인 라이브러리’. KEB하나은행 강남PB센터 고객을 위한 회원제 공간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디자인 관련 책자를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 1층 성큰가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 성큰가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채광창을 통해 하늘까지 볼 수 있는 성큰가든을 만나게 된다. 원래 지상주차장이 있던 자리에 계단을 만들고 조성한 공간이다. 좌석식으로 개조한 층계참에 앉거나 길게 이어진 테이블 앞에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커피잔을 쥐고 있다. 그런데 커피숍은 보이지 않는다. 

1층 로비 공간에 들어서면 비로소 그 출처를 알게 된다. 보통 리셉션 데스크가 있는 자리에 카페(배용준 카페로 유명한 센터커피) 조리대가 위치해 있다. 조리대만 있고 테이블이나 의자는 없다. 성큰가든의 널찍한 공간이 그것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디 이곳은 KEB하나은행 삼성기업센터와 물류센터가 자리한 공간이었다. 은행 하면 떠오르는 효율성과 딱딱함으로 중무장한 10층짜리 빌딩이었다. 은행 측은 이곳에 은행, 투자금융, PB센터를 한 공간에 모아놓을 때 생기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고객에게 일반 은행지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문화 체험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를 원했다. 은행이지만 은행 같지 않은 공간,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이 함께 숨 쉬는 공간. 

이는 인터넷뱅킹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 수가 줄어듦에 따라 은행 지점을 소수정예화하면서 고급 브랜드 공간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물려 있었다. 바로 그런 변신을 선도적으로 보여줘야 할 플래그십 지점이었기에 ‘Place1’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5개국 17명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 형태로 설계가 진행됐다. 해당 아티스트들이 어떤 공간에 어떤 작품을 설치할지 긴밀히 상의하면서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그래서 건축 내·외부 도처에서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건축이 국내외에서 그토록 많은 상을 수상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178개 원형 디스크의 비밀

지하 1층 성큰가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 성큰가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며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밖에서 볼 때 문어발 빨판처럼 보이는 원형 디스크의 내부 풍경.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차양 역할과 외부 풍경과 공기를 접할 수 있는 발코니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원형 디스크가 설치되지 않은 7층 이하의 전면부에는 별도의 야외 발코니를 설치해 실내 근무자들이 언제든 외기를 쐴 수 있게 했다.

밖에서 볼 때 문어발 빨판처럼 보이는 원형 디스크의 내부 풍경.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차양 역할과 외부 풍경과 공기를 접할 수 있는 발코니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원형 디스크가 설치되지 않은 7층 이하의 전면부에는 별도의 야외 발코니를 설치해 실내 근무자들이 언제든 외기를 쐴 수 있게 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옥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10층과 그 위에 조성된 루프 가든에 서니 비로소 이 건축의 비밀이 풀렸다. 178개의 돌출 구조물은 하나하나가 모듈이었는데, 단순히 미학적 이유로 구상된 게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가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차양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연풍과 외부 자연을 건축 안으로 끌고 오는 발코니 기능을 수행하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공학적 노력의 산물이었다. 

“2000년대 전후 한창 유행하던 글라스타워는 일조량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안에선 스크린을 치고 실내등을 켜야 하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글라스타워 같은 곳은 여름철 에어컨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실내 온도가 올라가 주민들이 피난민 생활을 해야 하는 희비극이 벌어졌죠. 저는 오랜 세월 그 대안으로 발코니가 있는 건축을 제안해왔습니다. 발코니가 있으면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공기 순환이 이뤄져 열 부하를 줄이면서 실내 조명 비용은 아낄 수 있으니 물리적 친환경은 물론 실내에 머물 때 느끼는 답답함도 해소되는 심리적 친환경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됩니다.” 

설계가인 김찬중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설명이다. 문제는 리모델링이라 없던 발코니를 만들려니 실내 공간이 작아진다는 데 있었다. 그 대안으로 찾아낸 게 돌출 구조물과 원형 디스크였다. 

“건축법상으로 외벽에서 1m까지 돌출 구조는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에 해당하는 돌출 구조물로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그 아래 같은 크기의 통풍구를 만들어 외부와 내부가 소통할 수 있는 숨구멍 기능을 하게 하자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기술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독특한 외벽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만들려면 외벽 두께가 18cm, 모듈 하나당 무게가 6.5t이나 돼야 했다. 그만큼 기존 건축물의 실내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그 대안으로 김 대표가 찾아낸 건축자재가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다. 일반 콘크리트가 1㎠당 240kg의 하중을 견딘다면 UHPC는 1t 이상 하중을 버틸 수 있어 철근도 따로 필요 없이 외벽 두께를 8cm, 모듈당 무게를 1.5t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아예 공장에서 모듈별로 주형을 떠 형태를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해 완성한 것이 지금의 독특한 외관을 형성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PLACE1’ 건축미학의 어머니는 발코니 효과를 염두에 둔 건축공학이었다.




주간동아 2018.09.28 1157호 (p62~67)

  •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사진=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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