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우리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했던 종목을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김봉수’일 것이다. 3월 23일 김봉수(56·사진) KAIST(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는 부산방직 주식을 5.68%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특정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공시하게 한 증권거래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정보는 즉각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개미’가 그를 따라 부산방직 주식 매입에 나섰다. 당일 코스닥시장에서 해당 주가는 12.5% 뛰어 6만3800원까지 치솟았다. 4월 8일 종가는 7만3800원이다. 주가가 20일 만에 58%나 급등하면서 김 교수는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공시에 따르면 그가 3월 16~18일 사흘간 부산방직 주식 4만5472주를 사는 데 투자한 금액은 총 19억6188만 원. 8일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시세차익이 약 14억 원이다. 4월 7일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좀 얼떨떨하다”며 입을 열었다.
돈 잘 버는 과학자의 베팅
“돈은 실물화된 게 아니니까 별로 실감나지 않아요. 주위 반응이 더 놀랍죠. 그간 세상을 바꿀 연구 성과를 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에 정말 관심이 많구나,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돈이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천생 과학자 같은 외모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그가 말했다.
직업에서 알 수 있듯 김 교수는 학자다. 금나노선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가는 뇌신호 측정용 탐침을 개발하는 등 여러 학문적 성과로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투자의 귀재’로 부상하면서 정말 유명해지는 게 뭔지 생생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투자는 계속해왔어요. 실적도 좋았고요. 다만 공부하는 사람이 이런 쪽으로 소문나는 게 부담스러워 관리를 좀 했죠. 특정 회사 지분을 4.98%까지만 보유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부산방직은 자제하기엔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내가 드러나더라도 이건 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베팅’했다. 그 결과가 현재의 결실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을 뒤따를 것이라는 점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KAIST 교수가 투자한 회사’식의 언론 보도가 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든 것 같아 놀라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미래 가치를 꼼꼼히 분석한 끝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왜 부산방직인가’를 물었다. 김 교수는 부산방직이 리홈쿠첸 지분 17.7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쿠첸 밥솥과 품질 차가 별로 없는 일본 밥솥의 가격은 쿠첸의 2배 수준이다. 우리 밥솥이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 이유다. 게다가 리홈쿠첸은 올가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각각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게 보통이다. 그는 이 외에도 다양한 논거를 들어 ‘상승 이유’를 설명한 뒤 “투자는 결코 가볍게 하는 게 아니다. 부족한 정보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려면 최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그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건네는 말 마디마디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특히 “투자 결정은 결코 가볍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할 때 더욱 그랬다.
김 교수가 주식투자에 뛰어든 건 꼭 10년 전인 2005년. 어느 날 문득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고서였다고 한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해 살았다. 노력한 만큼 성과도 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3 때까지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최고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탁월한 과학적 성과도 냈다. ‘그런데 왜 내 통장 잔고가 이 모양이지’ 하는 생각이 문득 그를 찾아온 것이다.
연구비가 충분치 않은 것도 이런 불만을 품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데도 연구실 살림을 꾸려가는 데 늘 허덕였다. 마음 놓고 연구만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 못마땅했다.
“그때 문득 주식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보면 제가 미래 예측에 꽤 소질이 있었거든요. 소련 붕괴, 중국의 부상, 한국의 외환위기 같은 걸 미리 알았죠. 1990년대부터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 내기를 해서 져본 적도 없고요. ‘그래,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목숨 걸고 투자하라
김 교수에 따르면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통찰력이다. 개별 종목과 더불어 전체 시장 흐름을 읽고, 변화상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성공 투자가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투자에 가장 도움이 된 책으로 ‘사기’와 ‘한비자’를 꼽았다. 세상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줬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개론이다. 각론도 있다. 그가 첫째로 꼽은 것은 절박함이다. 설렁설렁해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투자자는 저격수와 같다. 총을 쏘는 순간 적에게 자신이 노출된다. 목숨을 걸어야 안전하다”고 했다.
그는 종잣돈 3억 원을 마련하는 순간부터 이 사실을 잊지 않았다. 가용자산을 현금화하고, 주위에서 끌어오고, 대출까지 받아 만든 3억 원을 손에 쥐었을 때 처음 한 생각이 ‘실패하면 안 된다’였다. 그래서 공부했다. 각종 정보를 검색해 자주 언급되는 종목 100개를 선정한 뒤 꼼꼼히 분석했다. 다른 사람들의 투자 패턴을 복기해 어떤 오류가 실패를 가져오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점점 시장 전체로 시야를 넓혀나갔다.
“줄곧 해온 게 공부였잖아요. 그 부분만큼은 자신 있었죠. 또 학자가 잘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오류를 찾는 거거든요. 그걸 바탕으로 바른길을 찾아나가는 게 바로 연구고요.”
그렇게 연구하듯 주식을 파고들었다. 본격 투자를 시작한 뒤엔 6가지 원칙을 따랐다. 첫째, 다수의 반대편에 서는 것. 다시 말하면 대중이 간과한 주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 교수가 수십 배씩 투자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저평가된 주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둘째, 오류에 기반을 둔 베팅을 하는 것. 즉 사람들의 실수를 발견해 반대로 가는 것이다. 셋째,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 넷째, 대주주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다섯째, 정부에 맞서지 않는 것. 여섯째, 하방이 닫혀 있고 상방이 열린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방이 닫혀 있다는 건 손실 위험이 없음을 뜻한다. 그런 주식이 세상에 있을까. 김 교수는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투자하고, 투자를 결정한 뒤엔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성공 투자의 한 가지 비결을 추가하자면 ‘강한 멘탈’이다. 김 교수는 “상당수 투자자가 바로 이 부분에서 투자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제가 주위 교수들한테 정보를 많이 주는 편입니다. 교수들이 참 가난하거든요. 평생 자기 분야만 공부해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고요. 그래서 좋은 종목을 발견하면 여기저기 얘기해주는데 아무도 저만큼 돈을 못 벌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간에 팔아서죠.”
김 교수는 진심으로 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순식간에 주가가 수천만 원씩 빠질 때는 불안하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하지만 버틴다. 자신의 공부와 계산과 논리를 믿기 때문이다. 잘못 버티면 당연히 큰 실패를 본다. 그러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김 교수가 “주식투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투자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자산을 8억 원으로 불렸다. 이후 연구에 몰두하느라 사실상 투자를 등한시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후 수익률이 급등해 현재 자산이 300억 원대가 됐다고 했다. 대출금액을 포함한 투자 규모는 약 400억 원 수준이다. 그는 “거의 8년을 쉬었는데도 잘되더라. 주식투자는 제대로만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의할 것은 행간에 ‘내가 한 것처럼’이라는 말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절박하게, 치밀하게,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며 투자할 수 있는 사람만 주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다행히 내기를 즐긴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가슴이 뛴다.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패를 찾을 때까지 계산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안식년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 그는 현재 금나노를 이용한 질병진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00nm(나노미터) 직경의 금나노 주사기를 이용해 생쥐 수정란의 형질 변경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할 경우 질병진단 분야에 혁신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연구를 하느라 김 교수는 요즘 일주일에 세 반나절 정도만 투자에 할애한다. 투자와 연구, 양쪽 다 순항하는 게 그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그는 “애인이 2명 있어도 결혼은 1명과 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잘 안 되면 쉽게 포기할 텐데 그게 안 되니 일상이 힘들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의 다음 목표는 언젠가 학계에서 은퇴한 뒤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많은 이에게 전수하는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 그리고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개미투자자를 위한 조언을 청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현재 국내 투자 여건은 좋은 편이다. 그는 “금리가 낮을 때는 주식투자가 유리하다. 게다가 정부가 시장 부양을 원하고,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등 주식투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리적 분석 대신 감을 믿고 운을 바라면 결과는 알 수 없게 된다. 그는 “주식투자는 자신의 선택이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정보는 즉각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개미’가 그를 따라 부산방직 주식 매입에 나섰다. 당일 코스닥시장에서 해당 주가는 12.5% 뛰어 6만3800원까지 치솟았다. 4월 8일 종가는 7만3800원이다. 주가가 20일 만에 58%나 급등하면서 김 교수는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공시에 따르면 그가 3월 16~18일 사흘간 부산방직 주식 4만5472주를 사는 데 투자한 금액은 총 19억6188만 원. 8일 종가를 기준으로 할 때 시세차익이 약 14억 원이다. 4월 7일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좀 얼떨떨하다”며 입을 열었다.
돈 잘 버는 과학자의 베팅
“돈은 실물화된 게 아니니까 별로 실감나지 않아요. 주위 반응이 더 놀랍죠. 그간 세상을 바꿀 연구 성과를 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에 정말 관심이 많구나,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돈이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천생 과학자 같은 외모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그가 말했다.
직업에서 알 수 있듯 김 교수는 학자다. 금나노선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가는 뇌신호 측정용 탐침을 개발하는 등 여러 학문적 성과로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투자의 귀재’로 부상하면서 정말 유명해지는 게 뭔지 생생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투자는 계속해왔어요. 실적도 좋았고요. 다만 공부하는 사람이 이런 쪽으로 소문나는 게 부담스러워 관리를 좀 했죠. 특정 회사 지분을 4.98%까지만 보유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부산방직은 자제하기엔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내가 드러나더라도 이건 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베팅’했다. 그 결과가 현재의 결실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을 뒤따를 것이라는 점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KAIST 교수가 투자한 회사’식의 언론 보도가 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든 것 같아 놀라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미래 가치를 꼼꼼히 분석한 끝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왜 부산방직인가’를 물었다. 김 교수는 부산방직이 리홈쿠첸 지분 17.72%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쿠첸 밥솥과 품질 차가 별로 없는 일본 밥솥의 가격은 쿠첸의 2배 수준이다. 우리 밥솥이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 이유다. 게다가 리홈쿠첸은 올가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각각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게 보통이다. 그는 이 외에도 다양한 논거를 들어 ‘상승 이유’를 설명한 뒤 “투자는 결코 가볍게 하는 게 아니다. 부족한 정보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려면 최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그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건네는 말 마디마디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특히 “투자 결정은 결코 가볍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할 때 더욱 그랬다.
김 교수가 주식투자에 뛰어든 건 꼭 10년 전인 2005년. 어느 날 문득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고서였다고 한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해 살았다. 노력한 만큼 성과도 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3 때까지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최고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탁월한 과학적 성과도 냈다. ‘그런데 왜 내 통장 잔고가 이 모양이지’ 하는 생각이 문득 그를 찾아온 것이다.
연구비가 충분치 않은 것도 이런 불만을 품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데도 연구실 살림을 꾸려가는 데 늘 허덕였다. 마음 놓고 연구만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 못마땅했다.
“그때 문득 주식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보면 제가 미래 예측에 꽤 소질이 있었거든요. 소련 붕괴, 중국의 부상, 한국의 외환위기 같은 걸 미리 알았죠. 1990년대부터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 내기를 해서 져본 적도 없고요. ‘그래,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목숨 걸고 투자하라
김 교수에 따르면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통찰력이다. 개별 종목과 더불어 전체 시장 흐름을 읽고, 변화상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성공 투자가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투자에 가장 도움이 된 책으로 ‘사기’와 ‘한비자’를 꼽았다. 세상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줬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개론이다. 각론도 있다. 그가 첫째로 꼽은 것은 절박함이다. 설렁설렁해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투자자는 저격수와 같다. 총을 쏘는 순간 적에게 자신이 노출된다. 목숨을 걸어야 안전하다”고 했다.
그는 종잣돈 3억 원을 마련하는 순간부터 이 사실을 잊지 않았다. 가용자산을 현금화하고, 주위에서 끌어오고, 대출까지 받아 만든 3억 원을 손에 쥐었을 때 처음 한 생각이 ‘실패하면 안 된다’였다. 그래서 공부했다. 각종 정보를 검색해 자주 언급되는 종목 100개를 선정한 뒤 꼼꼼히 분석했다. 다른 사람들의 투자 패턴을 복기해 어떤 오류가 실패를 가져오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점점 시장 전체로 시야를 넓혀나갔다.
“줄곧 해온 게 공부였잖아요. 그 부분만큼은 자신 있었죠. 또 학자가 잘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오류를 찾는 거거든요. 그걸 바탕으로 바른길을 찾아나가는 게 바로 연구고요.”
그렇게 연구하듯 주식을 파고들었다. 본격 투자를 시작한 뒤엔 6가지 원칙을 따랐다. 첫째, 다수의 반대편에 서는 것. 다시 말하면 대중이 간과한 주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 교수가 수십 배씩 투자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저평가된 주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둘째, 오류에 기반을 둔 베팅을 하는 것. 즉 사람들의 실수를 발견해 반대로 가는 것이다. 셋째,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 넷째, 대주주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다섯째, 정부에 맞서지 않는 것. 여섯째, 하방이 닫혀 있고 상방이 열린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방이 닫혀 있다는 건 손실 위험이 없음을 뜻한다. 그런 주식이 세상에 있을까. 김 교수는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투자하고, 투자를 결정한 뒤엔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성공 투자의 한 가지 비결을 추가하자면 ‘강한 멘탈’이다. 김 교수는 “상당수 투자자가 바로 이 부분에서 투자에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제가 주위 교수들한테 정보를 많이 주는 편입니다. 교수들이 참 가난하거든요. 평생 자기 분야만 공부해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고요. 그래서 좋은 종목을 발견하면 여기저기 얘기해주는데 아무도 저만큼 돈을 못 벌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간에 팔아서죠.”
김 교수는 진심으로 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순식간에 주가가 수천만 원씩 빠질 때는 불안하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하지만 버틴다. 자신의 공부와 계산과 논리를 믿기 때문이다. 잘못 버티면 당연히 큰 실패를 본다. 그러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김 교수가 “주식투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투자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자산을 8억 원으로 불렸다. 이후 연구에 몰두하느라 사실상 투자를 등한시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후 수익률이 급등해 현재 자산이 300억 원대가 됐다고 했다. 대출금액을 포함한 투자 규모는 약 400억 원 수준이다. 그는 “거의 8년을 쉬었는데도 잘되더라. 주식투자는 제대로만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의할 것은 행간에 ‘내가 한 것처럼’이라는 말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절박하게, 치밀하게,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며 투자할 수 있는 사람만 주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다행히 내기를 즐긴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가슴이 뛴다.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패를 찾을 때까지 계산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안식년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 그는 현재 금나노를 이용한 질병진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00nm(나노미터) 직경의 금나노 주사기를 이용해 생쥐 수정란의 형질 변경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할 경우 질병진단 분야에 혁신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연구를 하느라 김 교수는 요즘 일주일에 세 반나절 정도만 투자에 할애한다. 투자와 연구, 양쪽 다 순항하는 게 그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그는 “애인이 2명 있어도 결혼은 1명과 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잘 안 되면 쉽게 포기할 텐데 그게 안 되니 일상이 힘들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의 다음 목표는 언젠가 학계에서 은퇴한 뒤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많은 이에게 전수하는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 그리고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개미투자자를 위한 조언을 청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현재 국내 투자 여건은 좋은 편이다. 그는 “금리가 낮을 때는 주식투자가 유리하다. 게다가 정부가 시장 부양을 원하고,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등 주식투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리적 분석 대신 감을 믿고 운을 바라면 결과는 알 수 없게 된다. 그는 “주식투자는 자신의 선택이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