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5

2017.07.05

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마지막 회>

한국 지질학 연구의 생생한 현장

제주, 무등산, 경주, 포항의 주상절리

  •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입력2017-07-04 15:20:4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983년 말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집필한 스코틀랜드 주라 섬을 방문했다. 오웰은 주라 섬 반힐의 외딴집에서 46년부터 48년까지 이 소설을 썼다. 소설 제목은 완성한 해의 끝 두 자리를 뒤집어 ‘1984’라고 했다. 사람이 거의 없고 붉은 사슴만 보이는 주라 섬 지형은 독특했다. 이어 찾아간 북아일랜드 코즈웨이 해안은 더욱 신기한 지형을 하고 있었다. 4만 개의 주상절리(柱狀節理)가 겹겹이 쌓인 그곳을 ‘자이언츠 코즈웨이(Giant’s Causeway)’라 부른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죽기 전 꼭 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주상절리는 주로 현무암으로, 화산 용암이 식으면서 다양한 모양으로 수축된 바위를 일컫는다. 바닷가나 강가에서 많이 보이는데, 빼어난 아름다움 때문에 예부터 여러 글과 그림의 소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2000년부터 제주 중문·대포해안, 광주 무등산, 경북 경주 양남, 경북 포항 달전리의 주상절리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지질학자 이광춘 박사(상지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제주 중문·대포해안의 주상절리가 널리 알려진 건 1992년 제주국제공항에 이곳의 풍경이 서귀포 홍보 사진으로 걸리면서부터다. 이후 제주도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 세계자연유산(2007), 세계지질공원(2010) 등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 명소가 됐다.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심사를 받는 광주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세 번의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과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용결응회암이다. 주로 현무암인 다른 지역의 주상절리와 달라 세계 지질학계는 ‘무등산 용결응회암’이란 학명을 만들었다. 주상절리가 광주 도심 무등산에 위치한 것도 이색적이다. 산등성이 하나 사이로 입석대(立石臺)와 서석대(瑞石帶)가 우뚝 솟은 이곳의 겨울철 설경은 장관이다.



    경북 경주 양남 바닷가 주상절리군엔 한 해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2012년 6월 국가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일반 공개가 시작됐다. 부채꼴 모양으로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이채롭다. 해가 뜰 때는 해무와 함께 자색 주상절리대가 신비롭게 보인다. 경북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대는 옛 채석장에서 발견, 2000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신생대 제3기 말 분출된 현무암에서 발달한 것으로 높이 약 20m, 길이 약 100m 규모다. 용암이 지표로 솟은 후 수평으로 흘러 생긴 형상이다.

    비무장지대(DMZ)를 흐르는 한탄강에도 다채로운 주상절리대가 있다.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거대한 철원평야를 만들었고, 이 평야의 낮은 곳에서 물 침식이 계속돼 생긴 것이 한탄강이다. 북한 평강지역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강원 철원을 거쳐 경기 포천과 연천 등지를 130km 흘러 임진강과 만난다. 이 강가에 전곡리 구석기 유적이 있다. 절벽의 주상절리가 침식된 곳엔 직탕폭포와 재인폭포, 비둘기낭폭포가 만들어졌고 2km에 이르는 임진강 적벽도 생겼다. 임진강 적벽은 가을에 붉게 타오른다. 주상절리를 따라 올라간 담쟁이 넝쿨에 단풍이 들기 때문이다.

    조선 화가 겸재 정선의 ‘정자연(亭子淵)’은 철원 갈말읍 정연리 강가에 형성된 주상절리를 그린 그림이다. 연천 동이리 임진강 적벽처럼 수직으로 절벽이 발달해 있다. 자연과 인간과 동식물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려는 이에게 강원도와 경기도를 따라 흐르는 한탄강의 지질탐사는 감동을 준다. 과거엔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접근이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강원도와 경기도가 주기적으로 문화탐사를 실시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