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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와 함께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와인을 만드는 3대 포도 품종 가운데 하나다. 과일향이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카베르네 프랑에는 꽃, 향신료, 허브, 채소 등 여러 향이 만들어내는 우아함이 있다. 사람과 비교하자면 뛰어난 미모는 아니어도 묘한 매력이 있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안드레아 프란케티(Andrea Franchetti)는 이탈리아 와인메이커로서는 드물게 카베르네 프랑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는 한때 미국 뉴욕에서 와인 수입사를 운영했는데, 이때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을 섞어 만든 보르도 생테밀리옹(Saint-E´milion) 와인에 푹 빠졌다고 한다. 1980년대 말 미국 생활을 정리한 프란케티는 와인메이커가 되고자 보르도로 향했다. 여러 와이너리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경험을 쌓은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토스카나(Toscana) 주 동남쪽 끝자락에 와이너리 테누타 디 트리노로(Tenuta di Trinoro)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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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50m 경사면에서 자란 카베르네 프랑으로는 캄포 디 테날리아(Tenaglia)를 만들었다. 잘 익은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이 와인은 미네랄, 송진, 감초향이 복합미를 더하고, 부드러운 타닌과 보디감의 조화가 탁월하다. 해발 600m 언덕 위 척박한 토양에서 생산된 캄포 디 카마지(Camagi)는 힘차고 묵직하다. 체리, 블랙베리, 바이올렛, 후추, 계피, 담배, 가죽 등 향의 집중도가 좋고 타닌 밀도가 매우 높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맛이 있어 오랜 병 숙성 후 마시면 복합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모래땅의 섬세함을 담은 마그나코스타, 비탈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빛 같은 테날리아, 척박함을 이겨낸 힘찬 카마지. 한 와이너리가 카베르네 프랑으로 이렇게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평론가들로부터 이미 호평받고 있는 프란케티의 와인들. 카베르네 프랑의 우아함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한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