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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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원서 번역 벌써 효과 봤습니다”

홍익대 미식축구부 원도환 감독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1-02-21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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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식축구 원서 번역 벌써 효과 봤습니다”
    (주)이노벡테크놀러지의 원도환(41) 부장. 그는 주중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주말에는 모교인 홍익대 미식축구부 감독, 서울미식축구협회 심판으로 변신한다. 1988년 홍익대에 입학해 시작한 미식축구 인생은 선수에서 감독과 심판으로 20여 년째 이어져왔다. 이제는 미식축구 교과서 번역에까지 손댔다. 그는 미국 톰 배스 코치가 쓴 ‘PLAY FOOTBALL THE NFL WAY’ 번역을 끝냈다.

    “한국 미식축구계는 전문 코치가 없어 선배가 후배를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쳐왔어요. 교과서 없이 프린트물로만 수업을 해온 꼴인데 미식축구 선수에게 필요한 교과서를 번역하고 싶었습니다. 오펜스, 디펜스, 스페셜팀 포지션의 기본자세를 꼼꼼하게 다룬 이 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아직 정식 출간 전이지만 초벌 번역판의 효과는 이미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원 감독이 감독을 맡은 홍익대는 서울대회 결승에 3차례 올랐지만 매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초벌 번역판을 훈련 프로그램에 적용한 뒤 2009년 홍익대는 창단 첫 우승을 거뒀다. 그는 초벌 번역판을 모교뿐 아니라 대학미식축구협회에 소속된 대학들에 전달해 훈련에 적용하도록 했다. 대학 선수들은 “자세가 바로잡히고 난 뒤에 실력이 쑥쑥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가뭄 끝에 단비가 된 것.

    원서는 400여 쪽, 모두 번역하는 데 2009년 6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년 7개월이 소요됐다. 원 감독은 퇴근 이후에는 영어사전을 들고 번역에 매달렸다. 미식축구 용어의 특성상 사전에 나와 있지 않은 단어도 있었고 문맥상 이해가 어려운 단어도 있었다. 특히 미식축구의 개념을 한국어로 옮기기 힘들 때는 한 문장을 며칠씩 고민하기도 했고, 미국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한 사람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영어강사인 아내도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판권 문제도 해결하려고 미국프로풋볼리그(NFL)에 편지를 보내놓았습니다. 번역을 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일선 대학 코치들이 이 책으로 현장에서 지도해본 뒤 느낀 부족한 부분을 알려오면 끊임없이 피드백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미식축구가 세계 정상권인 일본을 잡고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데 작은 초석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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