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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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발전 진통? 해묵은 신경전?

‘금융위 vs 금감원’ 현안마다 갈등과 긴장… 권한 둘러싼 태생적 한계로 앙금 지속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8-09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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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발전 진통? 해묵은 신경전?

    각종 현안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위원회에서 두바이 사태 관련 금융위-금감원 긴급대책회의 모습.

    “최근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에 제재권을 넘길 바엔 영국의 금융감독 조직인 금융감독청(FSA)이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밑으로 다시 들어갔듯 차라리 한국은행과 합쳐 금융위원회를 당혹스럽게 만들자.”

    지난 7월 초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사내 게시판은 한 직원이 쓴 ‘금감원을 차라리 매물로 내놓자’는 제목의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금감원이 처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직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삽시간에 추천 클릭 수가 수백 건을 기록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너무 앞서나간 내용이긴 했지만 뜨거운 반응에서 보듯 (금감원 내에서) 금융위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회사 제재권 두고 충돌

    금융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금융위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의 헤게모니 다툼이 심상치 않다. 양측이 서로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려고 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첫 번째 충돌은 지난 4월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을 두고 발생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장이 갖고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기관 경고와 직원에 대한 정직·감봉 권한을 금융위로 넘기고, 금감원은 단지 기관에 대한 주의적 경고와 주의, 직원에 대한 견책·경고·주의 등 경징계만 내리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런 권한 축소에 대한 금감원의 반발은 거셌다. 노조는 금융위의 금융회사 주요 제재권 이관 추진에 항의하며 대의원회의를 열고 건물 로비에서 농성까지 벌였다. 결국 금융위는 제재권을 이전하지 않기로 하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양측의 기 싸움은 6월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융위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관련 연구보고서’를 발단으로 다시 한 번 긴장이 조성됐다. 이 보고서에는 금융소비자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를 신설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재 금융소비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금감원은 자신의 권한을 떼어내자는 주장이 거론되는 것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일자 금융위는 서둘러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문제는 KDI 등 연구기관이 토론회를 통해 제시할 다양한 검토 대안의 하나로,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전담기구 도입 또는 금감원의 조직과 권한 축소 방안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를 진행하거나 입장을 정리한 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에도 양측의 미세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행정지도를 할 때 금융위와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행정지도 운영규칙’을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금감원 일각에선 “사전 협의 범위가 모호해 해석에 따라 대부분의 행정지도가 포함될 수 있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외에도 금융위가 추진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안 또한 금감원 임직원이 퇴직 후 민간 금융회사로 진출하는 통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잠재적 갈등요인으로 거론된다.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감독기구 일원화 논의 꿈틀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양 조직이 출범하면서 감독정책과 감독집행 권한을 갈라놓은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과거 감독기관에 근무했던 한 금융전문가는 “조직의 힘은 권한과 업무영역에서 나온다”며 “금융정책 수립, 금융회사 인허가와 같은 정책 기능이 금융위로 이관되면서 금감원 내부에는 ‘단순한 감독·검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박탈감이 팽배해 있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업무 협조에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더 이상 권한을 잃으면 조직의 존립 이유가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양측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4월 10명 안팎의 인력으로 출범했다. 그리고 1년 뒤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4개를 합친 1300명 내외의 금융감독원이 만들어졌다. 이때만 해도 두 조직의 수장은 한 사람이 겸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 일각에서 “금융감독기구의 분리는 잘못된 만큼 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03년 노무현 정부 인수위원회는 두 기구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금감위로 통합될 경우 신분이 공무원으로 바뀌어 보수가 줄어든다며 금감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해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당시 감독기구 개편 파동을 둘러싼 갈등으로 2004년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위원장이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해 (금감원 노조위원장이) 삭발투쟁을 벌이고 금감원원장에 대한 퇴진운동도 추진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어떻게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사퇴의 변을 밝혔을 정도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금감원는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 기능과 금감원의 감독·집행권한 일부가 더해져 더욱 권한이 커진 금융위로 확대 탈바꿈했다. 이때부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직이 금지됐다.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을 분리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권한 배분을 둘러싼 다툼은 더욱 심해졌다. 금융위가 제재심의위원회와 회계감리위원회, 증권조사심의위원회 등 회의체 자문기구를 넘겨달라고 금감원에 요구하면서 양측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그대로 금감원 내에 두기로 하고, 증권조사심의위원회와 회계감리위원회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 이관하면서 절충점을 찾았지만 양측의 골은 그만큼 깊어졌다.

    최근 심심치 않게 갈등설이 나오면서 수면 아래 있던 감독기구 일원화 논의가 조금씩 힘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금융위 모두 “합치면 합쳤다고 문제, 떨어지면 떨어져서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양측이 계속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언론이 자꾸 양 조직이 다투는 것으로 보도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주 잘 지내고 있다”며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현안이 있으면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실무를 담당하는 국장, 과장 등이 모여 구체적인 논의를 한다. 논의를 진행하면서 합리적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역시 “제3자들이 싸움 붙이기를 좋아해서 그렇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갈등설을 빚었다고 지목되는 문제 대부분 합리적으로 양측이 논의해 해결했다. 문제해결 과정에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두고 양측이 심각한 갈등을 빚는 것처럼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해명처럼 이들의 불협화음이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일각의 우려처럼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갈등으로 끝날지, 향후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신들 앞에 놓인 복잡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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