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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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열전| 숨고

실리콘밸리가 선택한 ‘숨은 고수’

3만5000명 각 분야 고수가 15만 명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 제공

  • 김지예 스타트업칼럼니스트 nanologue@naver.com

    입력2017-04-24 17: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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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요가 강사로 활동하는 김효선(36) 씨는 최근 학원뿐 아니라 일대일 개인 레슨을 통해서도 직장인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다. 오프라인 요가원이나 강습소에서만 강의해오던 김씨는 우연히 ‘숨고’ 서비스를 접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숨고는 ‘숨은 고수’의 줄임말로, 재능과 기술을 가진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그리고 그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오픈마켓 플랫폼이다.배움을 원하는 소비자는 숨고 사이트에서 원하는 분야와 시간, 장소 등 조건을 입력한다. 그러면 의뢰 조건에 적합한 해당  고수(전문가)들이 각자 견적을 보내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리뷰 별점 5점 만점에 평점 4.9점 기록

    소비자는 회당 5개의 견적을 받아 비교해볼 수 있다. 고수는 견적을 보낼 때마다 일정 금액(크레디트)을 지불해야 하지만, 소비자는 고수를 찾는 과정에서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즉 소비자는 여러 전문가의 서비스 내용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전문가는 본인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와 가격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성.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는 학업, 외국어, 아트/디자인, 음악/악기, 스포츠/댄스, 각종 자격증 준비반에서부터 홈리빙, 이벤트 플래닝까지 광범위하다. 현재 숨고 인터넷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에는 15만여 명이 가입해 있고, 그중 3만5000여 명이 고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만족도도 높다. 리뷰 별점 기준 5점 만점에 평점 4.9점을 기록하고 있다. 숨고를 이용하는 사람은 초등학생부터 수험생, 대학생,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서비스 기회를 찾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기반으로 1인 기업을 창업해 생계를 꾸리려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 제공자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특정 중개 사이트 등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처지에선 오프라인에 다수가 함께 수업을 듣는 학원이나 서비스 기관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온라인에서 적정한 가격이나 서비스의 상세 내용을 일일이 찾아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연계 서비스를 받고자 중개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도 많아지는 실정이다. 숨고는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숨고는 2011년 독일 팀유럽벤처스(Team Europe Ventures)의 파트너로 음식배달 서비스 ‘요기요’ 운영사 알지피코리아를 창업한 경력이 있는 김로빈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숨고는 우리보다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층이 두꺼운 미국에서 기업가치 1조 원으로 성장한 ‘섬택(Thumbtack)’을 벤치마킹했다. 온라인에서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섬택은 각종 레슨과 이벤트, 집안일, 웰빙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000여 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에모리대를 졸업하고 LG전자에서 근무하기도 한 김 대표는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숨고를 꾸려가고 있다. 김환 CTO(최고기술경영자)는 2007년부터 국내에서 두 번이나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한 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의 기술개발을 총지휘했다. 강지호 CPO(최고생산책임자)는 실리콘밸리 유명 액셀러레이터(창업투자사)인 500스타트업 1기 출신이다. 다수의 스타트업뿐 아니라 SK플래닛, 쿠팡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얼마 전 숨고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투자·육성기관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 입성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톱100 스타트업 지원·육성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기관으로, 지난 10년간 500개 넘는 스타트업을 키운 액셀러레이터다.

     에어비앤비(Airbnb), 드롭박스(Dropbox)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을 키워냈으며 기수당 배치 경쟁률은 200 대 1이 넘는다. 숨고의 와이콤비네이터 입성은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미미박스, 샌드버드, 롤리캠, 미소 다음으로 5번째다. 숨고는 와이콤비네이터 2017 윈터 프로그램에 입성한 후 최종 데모데이에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미국 비상장기업 정보 제공사 매터마크(Mattermark) 기준 글로벌 종합 성적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5번째로 실리콘밸리 YC 입성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대해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앞선 곳이고 성공한 자산가도 많아 상당한 위화감이 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창업가로서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오히려 한국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겉모습이나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자신이 창업한 회사나 일에 강한 사명감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 머물다 보면 한정된 사례만 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개성을 살리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와 만나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스타트업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공유하다 보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안드로이드 앱을 론칭한 숨고는 단숨에 구글플레이 ‘금주의 신규 추천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상반기 내 iOS 앱도 출시할 예정이다. 강지호 CPO는 “대행업체에 의존하던 기존 시장 구조에 숨고가 ‘창조적 파괴’를 가져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숨고는 서비스 제공자가 내용과 숙련도에 따라 자유롭게 서비스 요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소비자 연결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대신 실제 수업료(수입)에 대한 과금은 전혀 없어 기존 업체와는 분명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제대로 인정받고 자유롭게 발휘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숨고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숨고’(회사명 브레이브모바일)는…

    ‘숨은 고수’의 줄임말인 ‘숨고’는 24시간 안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자를 찾아주는 오픈마켓 매칭 서비스다. 서비스 종류, 희망 지역, 시간 등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고수(전문가)가 자신의 견적을 소비자에게 역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영어, 중국어 같은 외국어에서부터 스포츠/댄스, 미술/공예, 음악/악기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연결해준다. 숨고는 지난해 5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투자금 4억여 원을 유치한 이후 올해 2월까지 약 600% 매출 신장을 달성했으며, 3월에는 한 달 거래액이 5억 원을 넘어서는 등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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