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골프’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골프 치는 모습을 직접 본 일이 있는가. 언론도 모르게 살짝 치고 오니 그 실상을 알 수 없다. 앞뒤 홀 비워 놓고 느긋하게 치는 것이 대통령 골프다.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골프 치는 모습이 공개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대통령 전용 골프장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답은 “없다”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싶을 때 찾는 골프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있다”이다. 서울 북동쪽 태릉에 있는 골프장이다. 1967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장했는데, 우리 골프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만들고 가끔 즐겼기에 대통령 골프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땅에 골프장이 처음 만들어진 데는 조선 왕가 도움이 컸다. 1924년 영국인들이 처음 북한에 자그마한 골프장을 개장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1934년 건립한 서울 군자리 골프장이 우리나라 골프장의 효시다. 지금의 어린이대공원 자리인데, 땅 주인이 영친왕이었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자금까지 대줬다고 하니 일국의 왕손다운 행동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초석을 다지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영친왕 뒤를 이어 골프장을 건설한 ‘왕’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태릉골프장의 첫 삽을 뜬 것이 1966년이었으니, 그때는 대통령 자리가 확고한 것도 아니었고 유신 같은 독재정치도 생각지 않았을 시절이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때라 골프장 건설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시기였지만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으로 건설했다. 무슨 돈으로 지었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돈 없이 지었다고 한다면 믿을까. 지금같이 땅값이 비싸지도 않고 건설 노동력이 비싸지도 않은 시절이었지만, 태릉골프장은 군대 힘으로 건설했다. 서울 인근 군부대 공병을 동원해 땅 파고 밀고 해서 어렵게 건설했던지라, 개장식에는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이 참석해 목에 힘을 주고 앉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골프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관학교 생도들을 위해 골프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미래 한국 인재들은 국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골프를 모르면 국가 망신이라고 생각해 그 어렵던 시절 군대를 동원해 골프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도 태릉골프장 매 홀에는 각 사단 고유 마크가 새겨져 있다. 1번 홀은 1사단, 2번 홀은 2사단 하는 식으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개장 기념 골프대회 때 있었던 박 대통령 일화는 지금도 태릉을 찾는 골퍼 사이에서 회자된다. 당시 경호실장이 ‘피스톨 박’이라고 불리던 박종규 실장이었다. 따라다니지는 못하고 멀찌감치 서서 경호했는데 박 대통령이 자꾸 무슨 말인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지시사항이 있는 줄 알고 옆에 보좌하는 도우미한테 임무를 줬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반드시 듣고 보고하라고. 다음 홀에서 그 도우미가 보고한 말, “‘머리 박고 힘 빼, 머리 박고 힘 빼’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웃기려고 만들어낸 말이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런 얘기도 있다. 피스톨 박이 골프장에서 박 대통령의 골프용구를 챙기다 신발을 보고 아주 의아하게 생각했다. 신발 앞코에 글자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고들개’라는 글이 양 신발에 다 새겨져 있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피스톨 박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 대통령에게 물었다.
“각하, 신발 앞에 새겨진 그 글자 지워버릴까요? 보기 흉합니다.”
“절대 지우지 마. 골프 칠 때마다 내가 그 글 보고 마음을 잡아.”
“무슨 뜻인데요?”
“응, ‘고개 들면 개새끼’의 준말이야.”
박 대통령 이후 대통령 골프는 전두환으로 이어진다. 최규하야 대통령 운운할 권력을 가지지 못했으니 골프 역사에서는 빠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 좋아한 것은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좋아한 것만큼 잘 알려졌지만, 실력은 클린턴 따위와 비교할 바 아니다. 지금 나이 80이 넘어 여전히 골프장에 다니는 체력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를 나간다는 것.
이는 사실이다. 직접 물어보라.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한다. 내가 그의 후배이기 때문에 같이 라운딩을 하는 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은 얘기다. 아무리 29만 원밖에 없다고 해도 골프를 좋아한다면 돈이 문제랴. 연금이 나오고, 전국 31개 군 골프장의 정식 회원이니 싸게 칠 수 있다. 나처럼 25년 동안 군생활을 한 사람도 회원 자격이 있는데 30년 넘게 군생활을 한 분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못하지는 않았지만 골프 역사에서 내세울 만한 점은 없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북방정책으로 찬바람 부는 동토 쪽에만 너무 관심을 가져 햇살과 공기, 숲이 있는 골프는 그다지 내켜 하지 않았는가 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를 아예 원수 대하듯이 했다. 별명도 골프공이다. 자그마한 것이 맞으면 엄청 아프다. 하도 사정을 많이 해서 얻어맞은 기관들이 붙인 별명일 것이다. 당시 공무원들은 골프가 아무리 좋아도 내놓고 치지 못했다. “없는 사람 배 아픈 짓은 일절 하지 마라”는 대통령의 지침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럴 듯한 명분보다 ‘내가 못 하는 것은 남도 못 하게 한다’는 고약한 심보가 아니었을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공무원에게는 김영삼 시대보다는 호시절이었다. ‘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을 왜 못 하게 하느냐’는 인식으로 골프를 대했다고 하니, 까다로운 골프장 인허가 조건이 그 시절 많이 개선됐다. 특히 한국은 산악지형이 많은 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과 교감하게 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골프장을 건설하라고 유도했다고 한다. 만일 좀 더 젊은 시절에 대통령이 됐다면 그도 한창 공을 날리지 않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보기를 좀 넘는 실력이었다는데, 그래도 즐길 줄 알았기에 공무원 골프에 제약이 없었다.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권양숙 전 영부인이 골프를 되게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나 같은 백면서생은 골프를 칠 때마다 비용이 걱정돼 주로 군 골프장을 찾는다. 어느 날 태릉골프장에 갔는데, 앞 홀이 훤히 비었기에 기분 좋은 말로 한마디 했다. “캬, 대통령 골프네!” 그때 도우미가 슬쩍 귀띔해주는 말이 “저 앞 홀에서 권 여사가 치고 있어요”. 어이고 그래야지. 청와대 구중궁궐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야외에서 라운딩을 해야 국민 정책 개발도 맑은 정신으로 할 수 있거늘….
그런데 한 달 후 그늘집이 조금 바뀌었다. 일반인이 앉는 자리 옆에 조그만 공간 하나가 더 생긴 것이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귀빈이 오면 일반인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리를 따로 만들었단다. 야, 내가 치는 골프장이 대통령 골프장이로구나. 나도 그 자리에 한번 앉아보자. 그래서 이날 나도 대통령 골프를 친 것이다. 그늘집까지 포함해.
국가원수가 왜 골프를 치면 안 되는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통령 가족은 골프 친다고 비난을 들어야 하는가. 아니다. 국가 정상끼리 골프장에서 돈내기를 하며 낄낄거린다고 상상해보라. 그 나라와는 별도의 외교 노력이 필요 없지 않을까. 태릉골프장에서 한·미·일·러 4개국 정상이 내기를 한다면 어떤 내기를 할까. 독도 따먹기 한번 하죠. 북한 놓고 미국, 러시아가 내기 붙어 보죠. 중국 만주 땅따먹기 한번 할까요.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
우리나라에 대통령 전용 골프장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답은 “없다”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싶을 때 찾는 골프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있다”이다. 서울 북동쪽 태릉에 있는 골프장이다. 1967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장했는데, 우리 골프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만들고 가끔 즐겼기에 대통령 골프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땅에 골프장이 처음 만들어진 데는 조선 왕가 도움이 컸다. 1924년 영국인들이 처음 북한에 자그마한 골프장을 개장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1934년 건립한 서울 군자리 골프장이 우리나라 골프장의 효시다. 지금의 어린이대공원 자리인데, 땅 주인이 영친왕이었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자금까지 대줬다고 하니 일국의 왕손다운 행동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초석을 다지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영친왕 뒤를 이어 골프장을 건설한 ‘왕’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태릉골프장의 첫 삽을 뜬 것이 1966년이었으니, 그때는 대통령 자리가 확고한 것도 아니었고 유신 같은 독재정치도 생각지 않았을 시절이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때라 골프장 건설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시기였지만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으로 건설했다. 무슨 돈으로 지었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돈 없이 지었다고 한다면 믿을까. 지금같이 땅값이 비싸지도 않고 건설 노동력이 비싸지도 않은 시절이었지만, 태릉골프장은 군대 힘으로 건설했다. 서울 인근 군부대 공병을 동원해 땅 파고 밀고 해서 어렵게 건설했던지라, 개장식에는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이 참석해 목에 힘을 주고 앉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골프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관학교 생도들을 위해 골프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미래 한국 인재들은 국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골프를 모르면 국가 망신이라고 생각해 그 어렵던 시절 군대를 동원해 골프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도 태릉골프장 매 홀에는 각 사단 고유 마크가 새겨져 있다. 1번 홀은 1사단, 2번 홀은 2사단 하는 식으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개장 기념 골프대회 때 있었던 박 대통령 일화는 지금도 태릉을 찾는 골퍼 사이에서 회자된다. 당시 경호실장이 ‘피스톨 박’이라고 불리던 박종규 실장이었다. 따라다니지는 못하고 멀찌감치 서서 경호했는데 박 대통령이 자꾸 무슨 말인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지시사항이 있는 줄 알고 옆에 보좌하는 도우미한테 임무를 줬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반드시 듣고 보고하라고. 다음 홀에서 그 도우미가 보고한 말, “‘머리 박고 힘 빼, 머리 박고 힘 빼’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웃기려고 만들어낸 말이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런 얘기도 있다. 피스톨 박이 골프장에서 박 대통령의 골프용구를 챙기다 신발을 보고 아주 의아하게 생각했다. 신발 앞코에 글자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고들개’라는 글이 양 신발에 다 새겨져 있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피스톨 박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 대통령에게 물었다.
“각하, 신발 앞에 새겨진 그 글자 지워버릴까요? 보기 흉합니다.”
“절대 지우지 마. 골프 칠 때마다 내가 그 글 보고 마음을 잡아.”
“무슨 뜻인데요?”
“응, ‘고개 들면 개새끼’의 준말이야.”
박 대통령 이후 대통령 골프는 전두환으로 이어진다. 최규하야 대통령 운운할 권력을 가지지 못했으니 골프 역사에서는 빠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 좋아한 것은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좋아한 것만큼 잘 알려졌지만, 실력은 클린턴 따위와 비교할 바 아니다. 지금 나이 80이 넘어 여전히 골프장에 다니는 체력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를 나간다는 것.
이는 사실이다. 직접 물어보라.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한다. 내가 그의 후배이기 때문에 같이 라운딩을 하는 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은 얘기다. 아무리 29만 원밖에 없다고 해도 골프를 좋아한다면 돈이 문제랴. 연금이 나오고, 전국 31개 군 골프장의 정식 회원이니 싸게 칠 수 있다. 나처럼 25년 동안 군생활을 한 사람도 회원 자격이 있는데 30년 넘게 군생활을 한 분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못하지는 않았지만 골프 역사에서 내세울 만한 점은 없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북방정책으로 찬바람 부는 동토 쪽에만 너무 관심을 가져 햇살과 공기, 숲이 있는 골프는 그다지 내켜 하지 않았는가 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를 아예 원수 대하듯이 했다. 별명도 골프공이다. 자그마한 것이 맞으면 엄청 아프다. 하도 사정을 많이 해서 얻어맞은 기관들이 붙인 별명일 것이다. 당시 공무원들은 골프가 아무리 좋아도 내놓고 치지 못했다. “없는 사람 배 아픈 짓은 일절 하지 마라”는 대통령의 지침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럴 듯한 명분보다 ‘내가 못 하는 것은 남도 못 하게 한다’는 고약한 심보가 아니었을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공무원에게는 김영삼 시대보다는 호시절이었다. ‘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을 왜 못 하게 하느냐’는 인식으로 골프를 대했다고 하니, 까다로운 골프장 인허가 조건이 그 시절 많이 개선됐다. 특히 한국은 산악지형이 많은 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과 교감하게 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골프장을 건설하라고 유도했다고 한다. 만일 좀 더 젊은 시절에 대통령이 됐다면 그도 한창 공을 날리지 않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보기를 좀 넘는 실력이었다는데, 그래도 즐길 줄 알았기에 공무원 골프에 제약이 없었다.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권양숙 전 영부인이 골프를 되게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나 같은 백면서생은 골프를 칠 때마다 비용이 걱정돼 주로 군 골프장을 찾는다. 어느 날 태릉골프장에 갔는데, 앞 홀이 훤히 비었기에 기분 좋은 말로 한마디 했다. “캬, 대통령 골프네!” 그때 도우미가 슬쩍 귀띔해주는 말이 “저 앞 홀에서 권 여사가 치고 있어요”. 어이고 그래야지. 청와대 구중궁궐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야외에서 라운딩을 해야 국민 정책 개발도 맑은 정신으로 할 수 있거늘….
그런데 한 달 후 그늘집이 조금 바뀌었다. 일반인이 앉는 자리 옆에 조그만 공간 하나가 더 생긴 것이다.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귀빈이 오면 일반인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리를 따로 만들었단다. 야, 내가 치는 골프장이 대통령 골프장이로구나. 나도 그 자리에 한번 앉아보자. 그래서 이날 나도 대통령 골프를 친 것이다. 그늘집까지 포함해.
국가원수가 왜 골프를 치면 안 되는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통령 가족은 골프 친다고 비난을 들어야 하는가. 아니다. 국가 정상끼리 골프장에서 돈내기를 하며 낄낄거린다고 상상해보라. 그 나라와는 별도의 외교 노력이 필요 없지 않을까. 태릉골프장에서 한·미·일·러 4개국 정상이 내기를 한다면 어떤 내기를 할까. 독도 따먹기 한번 하죠. 북한 놓고 미국, 러시아가 내기 붙어 보죠. 중국 만주 땅따먹기 한번 할까요.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