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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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홀릭

뚜벅뚜벅 걸으니 어느덧 정상

펑산산 세계 1위

  • 이사부 골프 칼럼니스트 saboolee@gmail.com

    입력2017-11-21 13: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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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중국 웨이하이시 웨이하이포인트호텔&골프리조트에서 열린 금호타이어여자오픈 1라운드 10번 홀에서 펑산산이 칩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7월 중국 웨이하이시 웨이하이포인트호텔&골프리조트에서 열린 금호타이어여자오픈 1라운드 10번 홀에서 펑산산이 칩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딱 10년 전이다. ‘중국 골프 대규모 진흥 프로젝트 발진’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당시 아디다스 자회사이던 테일러메이드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중국골프협회(GA)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테일러메이드는 3년 동안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R&A는 중국에 코치와 경기위원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시장이 워낙 거대해 누구든 중국 진출을 원했지만 당시 중국 골프 인구는 30만 명밖에 되지 않았다. 테일러메이드나 R&A, 중국골프협회는 중국 골프가 세계를 제패할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고 예상했다. 

    10년이 지났다. 아직 중국 골프가 세계를 제패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자골프에서 ‘중국의 박세리’로 통하는 펑산산이 드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챔피언십에서 맨발 투혼을 펼치는 장면을 보고 자란 ‘세리 키즈’처럼, 중국에서는 펑산산이 2012년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우승을 기록하는 장면을 본 ‘산산 키즈’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펑산산을 보고 있으면 마치 중국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외모도 그렇거니와 급하지 않은 ‘만만디’ 성격 등 모든 면이 딱 중국이다. 그는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했다. 첫 본토(중국) 출신이라 관심을 끌었지만 성적이 돋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만만디처럼 천천히 성적을 내더니 결국 5번째 시즌에서 메이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1년에 한두 대회서 우승컵을 수집했고 결국 5년 뒤인 올해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펑산산은 한국의 도움으로 오늘까지 왔다. 중국 광저우골프협회 간부(당시 중국에서는 공무원)인 아버지 펑시옹 씨 덕에 일찍 골프를 시작한 그는 당시만 해도 중국 골프의 저변이 없었던 터라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했고,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대표로 출전해 6위에 입상했다. 그리고 기회를 만났다. 당시 중국에서 프로골프대회 개최를 추진하던 한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 국가대표 3명을 선발해 각각 한국과 미국, 일본으로 보냈는데 그중 유일하게 펑산산만 미국에서 살아남아 10여 년 만에 중국을 대표하는 골퍼로 자랐다. 

    한국과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7년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한 뒤 코오롱과 연결됐다. 그를 미국으로 보냈던 그 사업가가 주선했다.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할 때부터 펑산산은 코오롱 골프 브랜드인 엘로드의 모자와 골프복을 착용하고 출전했다. 당시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알아차린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파격적인 주문을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길어야 3년인 후원 계약 기간을 7년이나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5년으로 조정했고, 계약 마지막 해 펑산산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엘로드는 중국시장에서 큰 광고 효과를 봤다. 



    우승과 함께 펑산산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코오롱과 인연은 끊겼지만 지금도 그의 오른쪽 가슴에는 금호타이어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펑산산 하면 사실 외모에 대해 말이 많다. 하지만 그 자신이 외모와 체형에 만족해하고 있다. 2008년 루키 시절 펑산산을 보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전체적인 덩치가 작지는 않지만 균형 잡힌 몸매였다. 하지만 투어를 다니면서 덩치가 점점 더 커졌다. 펑산산은 일부러 관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 체형이 자신의 골프에 딱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끄떡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펑산산과 중국. 둘 다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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