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이야기지만 국내 톱스타들도 취타를 날린 적이 있다. 격전지는 설악산 자락의 한화 설악 프라자 CC, 대회는 챔피언 시리즈. 이틀 간 치러지는 36홀 경기였다. 최상호(45·남서울CC)와 박남신(42·써든데스)이 선두 그룹을 지킨 첫날 경기가 끝나고 술판이 벌어졌다. 부인을 동반한 이명하(44·나이센)가 집에서 아주 맛좋은 막걸리를 담가온 것. 조용한 음식점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맥주와 소주로 이어졌다. 모두들 얼큰하게 취했다. 다음날 2라운드. 최상호와 박남신은 점점 뒤처지더니 어느 새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17번 홀서 그때까지도 얼굴이 벌건 두 사람을 만났다. “이제야 술이 깨는 것 같다”면서 서둘러 세컨드 샷을 진행하던 그들이 하는 말. “경기 끝나고 2차 할까?”
프로 골퍼들이 술을 잘 마시는 이유는 아마도 유산소 운동을 오래 한 탓일 게다. 1라운드를 도는 데 대개 10km 안팎을 걷는다. 오존층에서 살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보니 술이 셀 수밖에. 골프 선수들이 아직 농구 선수들과 술 대결을 해본 적은 없지만 주당 대 주당의 승부니 볼 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