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2

..

인간성 나빠야 야구감독 한다?

  • 입력2005-06-03 14:4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간성 나빠야 야구감독 한다?
    낙엽도 이미 다 떨어져 버린 11월. 한국시리즈의 환호성도 사라진 겨울이지만 이제 오프시즌은 스토브리그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선수들의 연봉 문제와 함께 떠오르는 화두가 감독, 코치들의 재계약`-`이적 여부다. 감독 한명이 새 둥지를 틀면 이에 따라 ‘딸린 식구’들도 줄줄이 이동하는데 ‘누구누구 사단’ ‘누구 사람’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프로야구판도 다른 영역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올 겨울 핫뉴스 중 하나는 바로 이광환 전 LG 감독의 한화 사령탑 취임 소식. 이어 야구관계자와 팬들을 더욱 놀라게 했던 후속 뉴스는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 투수 최동원씨의 코치 영입 소식이었다. 이들의 야구계 복귀를 지켜보면 야구판에 철칙으로 지켜지는 원칙들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른바 야구계 복귀 4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야구계 주변서 맴돌아라=불미스러운 이유로, 혹은 구단과 뜻이 맞지 않아, 성적 부진으로 ‘짤렸어도’ 야구계를 떠나지 말고 꿋꿋이 버텨라. 한화 수석 코치 유니폼을 입게 된 윤동균 전 OB베어스감독은 94년 선수단 집단이탈 사건 이후 무려 6년간 현장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고깃집을 내는 등 다른 일에 손을 대면서도 관전평 기고 등을 통해 자신이 야구인임을 끊임없이 알렸다. 윤동균씨가 잠실 야구장 근처에 식당을 냈던 이유도 이 때문.

    △주변에 적을 만들지 마라=90년대 초반 그 잘나가던 이광환 감독이 매년 감독 하마평에 오르면서도 번번이 주저앉았던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스포츠신문사와 친하다는 게 한 원인이었다. 이런 것도 이유가 되는지 많은 구단 프런트가 이광환 감독의 영입을 주저했다. 이감독은 90년대 초반 선발-셋업-마무리 등 투수 보직의 체계화, 책임을 우선시하는 자율야구의 도입 등 프로야구판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가 쉽게 현장에 돌아오지 못했던 원인은 물론 실력 이외의 요소 때문이었다. 야인생활의 어려움을 몸소 겪은 이광환 감독이 동병상련의 최동원씨를 제일 먼저 생각했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철학을 지켜라=개성을 간직하라는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국적 불명의 이론 대신 자신만의 확고한 야구이론을 가진 감독은 반드시 부름을 받는다. 이 경우 주변의 적도 만들지만 신봉자도 많이 생긴다. 김성근의 관리 야구, 데이터 야구, 이광환의 자율야구 등 고유의 철학을 가진 이들은 언젠가 중용된다. 김성근 감독이 LG 2군 감독으로 간 경우만 봐도 이는 분명하다.



    △사람 좋으면 ‘짤린다’=감독은 철저히 승리를 종교로 믿어야 한다. 야구계의 신사로 알려진 김용희 감독은 롯데에 이어 삼성 유니폼을 벗었다. 93년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우용득 당시 삼성 감독(현 롯데 2군감독)도 옷을 벗었다. 김감독은 삼성 감독을 사임하면서 구단에서 내준 승용차를 깨끗이 세차하는 등 신사다운 매너를 보였다. 롯데 시절을 같이했던 여러 후배들은 지금도 김감독을 따른다. 그러나 어쩌랴. 야구는 신사를 원하지 않는 것을….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