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홈쇼핑 사업에 국내 재벌들이 너도나도 참여를 희망하면서 내년 2월 홈쇼핑 사업자 추가 선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과열 조짐이 일고 있다. 여기에 원칙을 잃은 방송위원회의 조치로 “기존 사업자가 방송위원회에 로비, 신규 사업자가 탄생하기도 전에 고사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11월20일 전체회의를 열고 ‘홈쇼핑 채널정책 추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방송위는 올해 말까지 홈쇼핑 신규 채널 분야와 채널 수 등에 대한 기본 심사계획을 마련하고 내년 초 사업자 신청을 받아 2월까지 홈쇼핑 채널을 추가 선정한다는 방침. 방송위로서는 홈쇼핑 사업자 선정에 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셈이다.
현재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LG홈쇼핑과 CJ삼구쇼핑 등 두 곳. 홈쇼핑 사업은 IMF 관리체제에도 불구하고 96년 이후 연평균 240% 성장을 구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백화점 업계를 비롯해 웬만한 대기업이 모두 눈독을 들이게 됐고, 이들은 방송위 방침이 발표되기 전부터 중소기업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왔다.
현재 업계에서는 10개 안팎의 컨소시엄이 홈쇼핑 사업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컨소시엄당 10개 업체만 참가했다고 봐도 100개 이상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홈쇼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누구는 이미 낙점을 받았다더라” “재벌은 아예 선정 대상에서 제외된다더라”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은 방송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방침. 방송위는 11월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위성방송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구성-운영해야 하는 채널 중 홈쇼핑 채널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도 채널은 여전히 의무전송 대상이다.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된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신규 홈쇼핑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취해졌다는 점. 홈쇼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방송위가 내년 2월 홈쇼핑 사업자를 추가 선정하더라도 이들 신규 홈쇼핑 사업자는 최악의 경우 자기 채널을 시청자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존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방송위가 신규 사업자의 성장을 원천봉쇄하려는 기존 업자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방송법 제정 당시 다른 PP(프로그램 제작업체)와 달리 홈쇼핑 사업자를 계속 승인 대상으로 제한해놓은 것을 두고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바라는 기존 업체의 로비 때문이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는 사실을 방송위가 유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마당에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방송위 고위 관계자의 내사설이 나돌고 있는 점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오해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이해하려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YTN 같은 보도 채널이나 LG홈쇼핑 같은 프로그램 제작 업체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국 각 지역별로 케이블TV 전송망을 확보하고 있는 SO(현재 전국에는 77개의 SO가 있다)로부터 채널 사용권을 얻어야 한다. 12월 중 선정되는 위성방송 사업자에게서 위성 채널 사용권을 얻으면 위성방송으로도 자기 프로그램을 전송할 수 있다(상자 기사 참조).
홈쇼핑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SO에 자기 채널을 전송해달라고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법적으로 홈쇼핑 채널 전송을 의무화해놓았기 때문이다. 홈쇼핑 사업자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온 셈이다. 그러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홈쇼핑 사업자도 다른 PP와 마찬가지로 자기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SO와 계약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SO들의 상황은 어떤가. 10개의 SO를 소유,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C&M 최선우 이사는 “2~3년 뒤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된다면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현재 45, 50개의 채널을 송출하고 있는 SO들의 채널 송출 능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면서 “신규 홈쇼핑 사업자가 선정된다 해도 당장 이들의 프로그램을 전송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신규 사업자가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의 채널을 제치고 들어가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방영돼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기존 홈쇼핑 사업자 프로그램 대신 신규 사업자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C&M 최선우 이사도 “현재로선 기존 홈쇼핑 사업자의 프로그램을 채널 편성에서 빼기는 힘들 것”이라고 인정했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민우회 조정하 사무국장은 “어린이프로 등 공익성이 강한 채널을 제쳐놓고 홈쇼핑 채널을 의무 전송하도록 한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 방송위 김창현 법제부장도 “홈쇼핑 채널은 보도 채널과 달리 공익적 성격이 약한 데다 SO의 채널권을 제한하는 의무전송 대상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홈쇼핑 채널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홈쇼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방송법 시행령에서 보도 채널과 함께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하도록 한 것은 방송법상 두 채널 모두 승인 대상이기 때문”이라면서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에서 제외하려면 홈쇼핑도 다른 PP와 마찬가지로 등록제로 전환해야 일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에서 제외한 이상 홈쇼핑 사업자에게 방송발전기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방송법 조항 역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 김창현 부장은 “일부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방송위 김영배 행정2부장은 “그렇지 않아도 불법 홈쇼핑에 의한 소비자 피해가 많은 현실에서 홈쇼핑 사업자를 등록제로 했을 경우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승인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명분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나 해당하는 얘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 홈쇼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시장경제란 소비자가 자기책임 하에 경제행위를 한다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방송 환경이나 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미국이 홈쇼핑 사업자를 승인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소비자 피해 운운하는 것은 소비자를 ‘계몽’ 대상으로 삼는 권위주의 시대의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방송위 관계자들이나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은 홈쇼핑 채널 의무전송 대상 폐지를 둘러싼 로비설을 일축한다. 그럼에도 홈쇼핑 사업자 선정 작업이 시작도 되기 전에 뒷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방송위의 조치 때문이 아닐까.
방송위원회는 11월20일 전체회의를 열고 ‘홈쇼핑 채널정책 추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방송위는 올해 말까지 홈쇼핑 신규 채널 분야와 채널 수 등에 대한 기본 심사계획을 마련하고 내년 초 사업자 신청을 받아 2월까지 홈쇼핑 채널을 추가 선정한다는 방침. 방송위로서는 홈쇼핑 사업자 선정에 관한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셈이다.
현재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LG홈쇼핑과 CJ삼구쇼핑 등 두 곳. 홈쇼핑 사업은 IMF 관리체제에도 불구하고 96년 이후 연평균 240% 성장을 구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백화점 업계를 비롯해 웬만한 대기업이 모두 눈독을 들이게 됐고, 이들은 방송위 방침이 발표되기 전부터 중소기업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왔다.
현재 업계에서는 10개 안팎의 컨소시엄이 홈쇼핑 사업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컨소시엄당 10개 업체만 참가했다고 봐도 100개 이상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홈쇼핑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누구는 이미 낙점을 받았다더라” “재벌은 아예 선정 대상에서 제외된다더라”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은 방송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방침. 방송위는 11월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위성방송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구성-운영해야 하는 채널 중 홈쇼핑 채널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도 채널은 여전히 의무전송 대상이다.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된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신규 홈쇼핑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취해졌다는 점. 홈쇼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방송위가 내년 2월 홈쇼핑 사업자를 추가 선정하더라도 이들 신규 홈쇼핑 사업자는 최악의 경우 자기 채널을 시청자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존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방송위가 신규 사업자의 성장을 원천봉쇄하려는 기존 업자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지 않아도 방송법 제정 당시 다른 PP(프로그램 제작업체)와 달리 홈쇼핑 사업자를 계속 승인 대상으로 제한해놓은 것을 두고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바라는 기존 업체의 로비 때문이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는 사실을 방송위가 유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마당에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방송위 고위 관계자의 내사설이 나돌고 있는 점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오해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이해하려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YTN 같은 보도 채널이나 LG홈쇼핑 같은 프로그램 제작 업체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국 각 지역별로 케이블TV 전송망을 확보하고 있는 SO(현재 전국에는 77개의 SO가 있다)로부터 채널 사용권을 얻어야 한다. 12월 중 선정되는 위성방송 사업자에게서 위성 채널 사용권을 얻으면 위성방송으로도 자기 프로그램을 전송할 수 있다(상자 기사 참조).
홈쇼핑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SO에 자기 채널을 전송해달라고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법적으로 홈쇼핑 채널 전송을 의무화해놓았기 때문이다. 홈쇼핑 사업자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온 셈이다. 그러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홈쇼핑 사업자도 다른 PP와 마찬가지로 자기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SO와 계약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SO들의 상황은 어떤가. 10개의 SO를 소유,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C&M 최선우 이사는 “2~3년 뒤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된다면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현재 45, 50개의 채널을 송출하고 있는 SO들의 채널 송출 능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면서 “신규 홈쇼핑 사업자가 선정된다 해도 당장 이들의 프로그램을 전송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신규 사업자가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의 채널을 제치고 들어가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방영돼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기존 홈쇼핑 사업자 프로그램 대신 신규 사업자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C&M 최선우 이사도 “현재로선 기존 홈쇼핑 사업자의 프로그램을 채널 편성에서 빼기는 힘들 것”이라고 인정했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민우회 조정하 사무국장은 “어린이프로 등 공익성이 강한 채널을 제쳐놓고 홈쇼핑 채널을 의무 전송하도록 한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 방송위 김창현 법제부장도 “홈쇼핑 채널은 보도 채널과 달리 공익적 성격이 약한 데다 SO의 채널권을 제한하는 의무전송 대상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홈쇼핑 채널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홈쇼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방송법 시행령에서 보도 채널과 함께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하도록 한 것은 방송법상 두 채널 모두 승인 대상이기 때문”이라면서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에서 제외하려면 홈쇼핑도 다른 PP와 마찬가지로 등록제로 전환해야 일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홈쇼핑 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에서 제외한 이상 홈쇼핑 사업자에게 방송발전기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방송법 조항 역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 김창현 부장은 “일부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방송위 김영배 행정2부장은 “그렇지 않아도 불법 홈쇼핑에 의한 소비자 피해가 많은 현실에서 홈쇼핑 사업자를 등록제로 했을 경우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승인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명분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나 해당하는 얘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 홈쇼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시장경제란 소비자가 자기책임 하에 경제행위를 한다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방송 환경이나 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미국이 홈쇼핑 사업자를 승인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소비자 피해 운운하는 것은 소비자를 ‘계몽’ 대상으로 삼는 권위주의 시대의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방송위 관계자들이나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은 홈쇼핑 채널 의무전송 대상 폐지를 둘러싼 로비설을 일축한다. 그럼에도 홈쇼핑 사업자 선정 작업이 시작도 되기 전에 뒷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방송위의 조치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