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이 12월을 가리키면 또 ‘예수의 달이 왔구나’라고 생각한다. 평소 교회 근처에도 안 가는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캐럴을 부르지 않는가. 예수는 이미 우리에게 종교를 넘어 역사 속 인물로 자리잡고 있다.
1975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트리니티 침례신학교에 입학한 조영남에게도 예수는 신앙의 대상이기 이전에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미국인들이 그토록 예수를 좋아할까. 그보다 절실한 게 있었다. 양친 부모로부터 비롯된 호기심이었다. 왜 나의 어머니 김정신 권사는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예수만 찾고 예수만 믿다가 돌아가셨을까. 더 궁금한 건 그분의 남편 조승초씨였다. 그분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교회에 안 나가는 사람이었다. 예배당에 다니는 것보다 술 마시러 다니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어머니처럼 예수만 믿고 예수노래만 부르며 살아가야 하는 건지, 나머지 일생을 음악목사로 마쳐야 하는 건지 빨리 알아야 한다는 조급증에 예수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가수 주제에 겁도 없이” 썼다는 책이 ‘예수의 샅바를 잡다’이다.
첫번째 궁금증은 예수의 탄생스토리에 맞춰졌다. 이에 대해 의견은 두 가지로 갈렸다. 홀랑 다 믿어버리거나 아니면 좀 깎아서 믿는 것. 어머니 김권사는 홀랑 믿는 쪽이고, 그의 아들 조영남은 좀 깎아서 믿는 파였다. 그는 예수의 탄생 설화가 신화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예수의 동료’인 세계 5대 성현들의 탄생 스토리부터 쫙 짚어나간다. 예수와 석가가 신화 쪽이라면, 소크라테스나 공자는 예수보다 500년쯤 연상인데도 탄생은 사실적이고, 예수보다 600년 뒤의 인물인 모하메드 역시 신화와는 거리가 먼 탄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신화 같기도 하고 사실 같기도 한 예수는 뭔가. 둘 중 하나를 골라잡는 것은 전적으로 성경을 읽는 사람의 몫. 여기서부터 신학논쟁이 벌어진다. 예수의 역사성과 신화성을 완전히 구분해서 보자는 루터교 신학자 불트만, 그 반대입장에 선 실존철학자 야스퍼스, 숫처녀 임신은 실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바르트(스위스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이를 부인하는 판넨버그(독일 신학자)…. 마지막으로 조영남의 견해가 덧붙여진다. “신화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신화나 신화적 사건을 잘 보존해야 한다 …역사적 인물인 예수를 가슴에 품었던 김권사는 얼마나 위대한 황홀감을 느꼈을까. 우리는 그 황홀감을 인정해야 한다.”
‘예수의 샅바를 잡다’를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에세이로 생각했다면 책을 펼쳐드는 순간 동서양을 넘나드는 책 읽기와 해박한 신학 지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딜라일라’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가수이면서 몇 차례 개인전을 연 화가이고, 어느 자리에서나 환영받는 MC이며, 신학자, 그리고 능수능란한 글쟁이다. 이 책에서도 필요하면 양희은도 팔아먹고 이장희 송창식 김도향 김세한 김한길 김용옥까지 거침없이 써먹는다. 그래서 그의 예수 강의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공쿠르상 수상작가인 디디에 드코앵의 ‘예수의 웃음’도 새로운 각도에서 예수를 체험하게 해주는 책이다. 친구 사귀기를 좋아했고, 툭 하면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가 고기를 잡아 구워먹고, 유대력 잔칫날이면 포도주를 마시며 흥겹게 놀 줄 알았던 인간 예수. 그리고 예수는 기본적으로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 유머감각과 적절한 비유, 과장된 몸짓, 때로는 엄포까지 동원해 사람들을 한껏 긴장시켰다가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이야기꾼 예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시종 웃음이 흐른다. 예수가 자신의 첫번째 기적을 행한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어머니 마리아와 아들 예수 사이에 오가는 미소의 교감,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것을 보며 요셉이 터뜨리는 너털웃음, ‘일어나라’ 한 마디에 걷게 된 앉은뱅이의 환희에 찬 웃음. 예수의 부활을 확인한 마리아의 눈물로 범벅이 된 웃음까지. 소설가 조성기씨는 “지금까지 예수는 고난을 겪는 심각하고 처연한 형상으로 기억됐지만 실제로 기독교는 기쁨의 종교”라고 했다. 환하게 웃는 예수의 모습을 포착해낸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유쾌한 사람 예수는, 즐거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그곳에서 인간의 슬픔을 놓치지 않았다.
예수의 샅바를 잡다/ 조영남 지음/ 나무와 숲 펴냄/ 328쪽/ 8500원
예수의 웃음/ 디디에 드코앵 지음/ 강주헌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 288쪽/ 7800원
1975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트리니티 침례신학교에 입학한 조영남에게도 예수는 신앙의 대상이기 이전에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미국인들이 그토록 예수를 좋아할까. 그보다 절실한 게 있었다. 양친 부모로부터 비롯된 호기심이었다. 왜 나의 어머니 김정신 권사는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예수만 찾고 예수만 믿다가 돌아가셨을까. 더 궁금한 건 그분의 남편 조승초씨였다. 그분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교회에 안 나가는 사람이었다. 예배당에 다니는 것보다 술 마시러 다니는 걸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어머니처럼 예수만 믿고 예수노래만 부르며 살아가야 하는 건지, 나머지 일생을 음악목사로 마쳐야 하는 건지 빨리 알아야 한다는 조급증에 예수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가수 주제에 겁도 없이” 썼다는 책이 ‘예수의 샅바를 잡다’이다.
첫번째 궁금증은 예수의 탄생스토리에 맞춰졌다. 이에 대해 의견은 두 가지로 갈렸다. 홀랑 다 믿어버리거나 아니면 좀 깎아서 믿는 것. 어머니 김권사는 홀랑 믿는 쪽이고, 그의 아들 조영남은 좀 깎아서 믿는 파였다. 그는 예수의 탄생 설화가 신화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앞서 ‘예수의 동료’인 세계 5대 성현들의 탄생 스토리부터 쫙 짚어나간다. 예수와 석가가 신화 쪽이라면, 소크라테스나 공자는 예수보다 500년쯤 연상인데도 탄생은 사실적이고, 예수보다 600년 뒤의 인물인 모하메드 역시 신화와는 거리가 먼 탄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신화 같기도 하고 사실 같기도 한 예수는 뭔가. 둘 중 하나를 골라잡는 것은 전적으로 성경을 읽는 사람의 몫. 여기서부터 신학논쟁이 벌어진다. 예수의 역사성과 신화성을 완전히 구분해서 보자는 루터교 신학자 불트만, 그 반대입장에 선 실존철학자 야스퍼스, 숫처녀 임신은 실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바르트(스위스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이를 부인하는 판넨버그(독일 신학자)…. 마지막으로 조영남의 견해가 덧붙여진다. “신화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신화나 신화적 사건을 잘 보존해야 한다 …역사적 인물인 예수를 가슴에 품었던 김권사는 얼마나 위대한 황홀감을 느꼈을까. 우리는 그 황홀감을 인정해야 한다.”
‘예수의 샅바를 잡다’를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에세이로 생각했다면 책을 펼쳐드는 순간 동서양을 넘나드는 책 읽기와 해박한 신학 지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딜라일라’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가수이면서 몇 차례 개인전을 연 화가이고, 어느 자리에서나 환영받는 MC이며, 신학자, 그리고 능수능란한 글쟁이다. 이 책에서도 필요하면 양희은도 팔아먹고 이장희 송창식 김도향 김세한 김한길 김용옥까지 거침없이 써먹는다. 그래서 그의 예수 강의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공쿠르상 수상작가인 디디에 드코앵의 ‘예수의 웃음’도 새로운 각도에서 예수를 체험하게 해주는 책이다. 친구 사귀기를 좋아했고, 툭 하면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가 고기를 잡아 구워먹고, 유대력 잔칫날이면 포도주를 마시며 흥겹게 놀 줄 알았던 인간 예수. 그리고 예수는 기본적으로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 유머감각과 적절한 비유, 과장된 몸짓, 때로는 엄포까지 동원해 사람들을 한껏 긴장시켰다가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이야기꾼 예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시종 웃음이 흐른다. 예수가 자신의 첫번째 기적을 행한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어머니 마리아와 아들 예수 사이에 오가는 미소의 교감, 성령으로 잉태한 마리아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것을 보며 요셉이 터뜨리는 너털웃음, ‘일어나라’ 한 마디에 걷게 된 앉은뱅이의 환희에 찬 웃음. 예수의 부활을 확인한 마리아의 눈물로 범벅이 된 웃음까지. 소설가 조성기씨는 “지금까지 예수는 고난을 겪는 심각하고 처연한 형상으로 기억됐지만 실제로 기독교는 기쁨의 종교”라고 했다. 환하게 웃는 예수의 모습을 포착해낸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유쾌한 사람 예수는, 즐거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그곳에서 인간의 슬픔을 놓치지 않았다.
예수의 샅바를 잡다/ 조영남 지음/ 나무와 숲 펴냄/ 328쪽/ 8500원
예수의 웃음/ 디디에 드코앵 지음/ 강주헌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 288쪽/ 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