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좋지 않아 손실이 예상될 때는 물론, 더 큰 이익을 위해서도 잠시 물러나야 할 때가 있다. 이익을 얻고자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발 떨어져 지켜보자’든가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격언은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적 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구분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곤 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이 물러서야 할 때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 발생한다.
철수도 원칙 있게 잘해야
이럴 때 유용한 군사작전 원칙이 ‘철수의 원칙’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철수는 어떤 부대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다른 곳에 사용하고자 할 때 적으로부터 이탈시키는 작전을 말한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철수는 군사적 패배나 작전상 실패와 반드시 연관되지는 않는다. 부대라는 한정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일 뿐이다. 다만 적과 접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틈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큰 작전이기는 하다.
미국 육군의 기준교범 ‘작전(Operations)’은 철수를 크게 강요에 의한 철수와 자발적인 철수로 나눈다. 강요에 의한 철수는 적의 압력을 받아 실시하는 작전으로, 이럴 때는 소규모 부대로 적 본대의 움직임을 지연시키면서 철수하게 된다. 자발적인 철수는 적의 직접적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한 작전이다. 자발적인 철수는 철수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이득이 클 때 실시하는데, 군사작전상으로는 전선 조정, 부대 재배치 등을 위해 주로 실시한다. 그렇다면 이런 철수를 할 때 참고해야 할 원칙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로 철수로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철수로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러나는 것보다 차라리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현 위치를 고수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준비되지 않은 모험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때 ‘확보’한다는 것은 아군이 통제권을 가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철수로는 아군의 관측, 사격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또한 주철수로 외에 예비 철수로를 따로 지정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로 기만작전과 소규모 공세행동을 병행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 철수한다’고 알려서는 철수할 수 없다. 상대가 내가 철수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모르게 해야 한다. 아군이 철수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선 사격을 더 치열하게 하고 부대 일부를 보내 적 후방을 교란해야 한다. 철수할 때는 적의 관측을 피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셋째로 아군의 심리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철수하는 부대는 그것이 자발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사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철수하는 부대의 군중심리는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멀쩡한 부대의 와해로 연결되기도 한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 제3군단이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1951년 5월 중공군의 대공세에 기습을 당한 한국군 제3군단 예하 3, 5, 7, 9사단은 인접부대가 ‘뚫렸다’는 소식에 너나없이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 부대가 말 그대로 붕괴됐다. 각 사단은 뒤늦게 체계적으로 철수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강원 춘천 일대부터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까지 58km에 달하는 돌파구가 뚫리게 됐다.
그 반대 사례도 있다. 1950년 8월 미군과 한국군은 한발이라도 물러서면 대구에 이어 부산까지 속수무책으로 북한군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는 낙동강 전선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 낙동강 전선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이다. 당시 이곳에 배치된 부대는 한국군 제1사단이었다. 수적으로도 그렇고 무기와 장비면에서도 열세였던 1사단은 전방으로 북한군 3개 사단이 몰려들자 한때 장병들이 전선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더는 가지고 있는 수단이 없었던 사단장 백선엽 장군은 전선을 직접 돌아다니며 “나도 함께 싸우겠다. 만약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도 좋다. 끝까지 이곳을 함께 지키자”고 말하며 장병들을 독려했고, 1사단은 보름간의 사투 끝에 낙동강 전선을 지켜냈다.
나의 실패를 알리지 말라
직장생활에서도 물러나야 할 때 철수의 원칙은 유용하다. 첫 번째로 새 친구를 사귀기 전에는 옛 친구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자. 회사를 그만두거나 장사를 접을 때 이 말을 꼭 새기길 바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자 한다면 막연한 기대나 구두 약속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을 시작하기 위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그만둬야 한다. 물론 만약 그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또 다른 할 일도 하나 정도 준비해 둬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일은 내 사전에 없다’는 각오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먹고산다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꿈을 좇기 위해 잘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화를 참지 못해 직장을 때려치우는 등의 행동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훈 작가의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밥에는 (다른) 대책이 없다. 한두 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에서만큼은 다른 대책 없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맞다.
두 번째로 나의 실패를 적에게 알리지 말아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고 했다. 왜군에게 이순신 장군의 전술적 판단은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였다. 해전에서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이순신 장군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이에 대처하는 일에 왜군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특정 사업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나 인접 부서 측에 내 쪽이 해당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 속을 다 내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했어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누군가와 경쟁해 이기고 싶다면 상대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소모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위기가 닥치면 모두 리더만 바라보기 때문에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TV 광고 가운데 이런 장면이 있다. 한 건장한 남자가 사고가 나자마자 꼬마로 변해 전화를 한다. 그리고 “엄마, 나 어떡해?”라며 울먹인다. 이처럼 대다수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보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의지하려는 약한 마음이 생겨난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팀이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가 소위 ‘어그러졌을 때’, 진급 심사에서 탈락해 고배를 마셨을 때, 이때야말로 팀장과 가장의 임무가 중요해진다. 어려움에 처해서도 의연하게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다독이는 리더의 모습을 보면서 팀원과 가족은 희망을 얻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때보다 고난에 처했을 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했다. 세상사도 그렇고, 직장생활도 그렇고 예측했던 좋은 일만큼 생각지 못한 안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걱정하거나 한탄하기보다 미리 준비해놓은 예비 계획을 적용해 빨리 대책을 실행하고, 나만 쳐다보고 있을 부하나 가족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격언은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적 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구분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곤 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이 물러서야 할 때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 발생한다.
철수도 원칙 있게 잘해야
이럴 때 유용한 군사작전 원칙이 ‘철수의 원칙’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철수는 어떤 부대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다른 곳에 사용하고자 할 때 적으로부터 이탈시키는 작전을 말한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철수는 군사적 패배나 작전상 실패와 반드시 연관되지는 않는다. 부대라는 한정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일 뿐이다. 다만 적과 접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틈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큰 작전이기는 하다.
미국 육군의 기준교범 ‘작전(Operations)’은 철수를 크게 강요에 의한 철수와 자발적인 철수로 나눈다. 강요에 의한 철수는 적의 압력을 받아 실시하는 작전으로, 이럴 때는 소규모 부대로 적 본대의 움직임을 지연시키면서 철수하게 된다. 자발적인 철수는 적의 직접적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한 작전이다. 자발적인 철수는 철수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이득이 클 때 실시하는데, 군사작전상으로는 전선 조정, 부대 재배치 등을 위해 주로 실시한다. 그렇다면 이런 철수를 할 때 참고해야 할 원칙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로 철수로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철수로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러나는 것보다 차라리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현 위치를 고수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준비되지 않은 모험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때 ‘확보’한다는 것은 아군이 통제권을 가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철수로는 아군의 관측, 사격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또한 주철수로 외에 예비 철수로를 따로 지정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로 기만작전과 소규모 공세행동을 병행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 철수한다’고 알려서는 철수할 수 없다. 상대가 내가 철수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모르게 해야 한다. 아군이 철수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선 사격을 더 치열하게 하고 부대 일부를 보내 적 후방을 교란해야 한다. 철수할 때는 적의 관측을 피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셋째로 아군의 심리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철수하는 부대는 그것이 자발적인 선택이라 하더라도 사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철수하는 부대의 군중심리는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멀쩡한 부대의 와해로 연결되기도 한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 제3군단이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1951년 5월 중공군의 대공세에 기습을 당한 한국군 제3군단 예하 3, 5, 7, 9사단은 인접부대가 ‘뚫렸다’는 소식에 너나없이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 부대가 말 그대로 붕괴됐다. 각 사단은 뒤늦게 체계적으로 철수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강원 춘천 일대부터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까지 58km에 달하는 돌파구가 뚫리게 됐다.
그 반대 사례도 있다. 1950년 8월 미군과 한국군은 한발이라도 물러서면 대구에 이어 부산까지 속수무책으로 북한군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는 낙동강 전선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 낙동강 전선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이다. 당시 이곳에 배치된 부대는 한국군 제1사단이었다. 수적으로도 그렇고 무기와 장비면에서도 열세였던 1사단은 전방으로 북한군 3개 사단이 몰려들자 한때 장병들이 전선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더는 가지고 있는 수단이 없었던 사단장 백선엽 장군은 전선을 직접 돌아다니며 “나도 함께 싸우겠다. 만약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도 좋다. 끝까지 이곳을 함께 지키자”고 말하며 장병들을 독려했고, 1사단은 보름간의 사투 끝에 낙동강 전선을 지켜냈다.
나의 실패를 알리지 말라
직장생활에서도 물러나야 할 때 철수의 원칙은 유용하다. 첫 번째로 새 친구를 사귀기 전에는 옛 친구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자. 회사를 그만두거나 장사를 접을 때 이 말을 꼭 새기길 바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자 한다면 막연한 기대나 구두 약속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을 시작하기 위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그만둬야 한다. 물론 만약 그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또 다른 할 일도 하나 정도 준비해 둬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일은 내 사전에 없다’는 각오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먹고산다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꿈을 좇기 위해 잘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화를 참지 못해 직장을 때려치우는 등의 행동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훈 작가의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밥에는 (다른) 대책이 없다. 한두 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에서만큼은 다른 대책 없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맞다.
두 번째로 나의 실패를 적에게 알리지 말아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고 했다. 왜군에게 이순신 장군의 전술적 판단은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였다. 해전에서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이순신 장군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이에 대처하는 일에 왜군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특정 사업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나 인접 부서 측에 내 쪽이 해당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 속을 다 내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했어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누군가와 경쟁해 이기고 싶다면 상대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소모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위기가 닥치면 모두 리더만 바라보기 때문에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TV 광고 가운데 이런 장면이 있다. 한 건장한 남자가 사고가 나자마자 꼬마로 변해 전화를 한다. 그리고 “엄마, 나 어떡해?”라며 울먹인다. 이처럼 대다수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보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의지하려는 약한 마음이 생겨난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팀이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가 소위 ‘어그러졌을 때’, 진급 심사에서 탈락해 고배를 마셨을 때, 이때야말로 팀장과 가장의 임무가 중요해진다. 어려움에 처해서도 의연하게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다독이는 리더의 모습을 보면서 팀원과 가족은 희망을 얻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때보다 고난에 처했을 때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했다. 세상사도 그렇고, 직장생활도 그렇고 예측했던 좋은 일만큼 생각지 못한 안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걱정하거나 한탄하기보다 미리 준비해놓은 예비 계획을 적용해 빨리 대책을 실행하고, 나만 쳐다보고 있을 부하나 가족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