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미국에서 5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조 전 부사장은 2월 법원에 박 사무장과 김모 승무원 앞으로 각각 공탁금 1억 원을 맡기고 합의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았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할 경우 합의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 김 승무원은 한 달 뒤인 3월 초 미국 뉴욕 퀸스 지방법원에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승무원이 미국에서 소송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건 발생 장소가 뉴욕 JFK국제공항 활주로 위 대한항공 여객기 내여서 관할권이 미국 법원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데다 거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라 부담이 크지만 미국에서는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법원이 한국 법원보다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많은 금액을 보상해주기 때문에 미국 소송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의식한 소송
실제로 김 승무원은 고소장에 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승무원의 소송을 맡은 코브레 앤 킴(Kobre·kim) 법률사무소가 4월 중순 보도자료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종이뭉치로 김 승무원의 얼굴과 가슴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무릎을 꿇게 한 뒤 다시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고 구석으로 밀친 후 계속 공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또 조 전 부사장이 김 승무원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을 퍼부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수치심을 느꼈으며 개인적, 직업적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김 승무원과 같은 모욕을 당했던 박 사무장도 미국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사무장은 보딩 브릿지에서 17m 후진한 여객기를 원위치 시켜 기내에서 내리는 굴욕을 당한 데다 사건 이후 회사 측에 정상적인 근무를 요청했지만 이전과 다른 비행 스케줄 등으로 정신적 피해와 육체적 피로가 큰 상태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변호사들은 두 사람의 미국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 워싱턴DC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피해자가 업무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충격(emotional depress)을 받은 데 대해 손해배상 금액을 높이 책정한다.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은 이 점을 고려해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사건 현장에 다른 승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증언과 증거를 수집해 피해자들이 모멸감을 느꼈다는 주장이 입증되면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 사법체계의 제도적 이점을 제시하며 “미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금액을 높이 책정하는 것은 사실 피해자를 위로하기보다 회사를 처벌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해당 회사를 징벌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에 따른다면 대한항공 측에 불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손해를 입은 피해자의 손해액만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에서 나아가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갖추고 있다. 최고 배상금을 받은 사례는 1998년 과도한 흡연으로 암에 걸려 남편이 사망하자 부인이 담배업체 필립모리스컴퍼니스(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인데, 이듬해 법원은 필립모리스에 8100만 달러(약 10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정 개인 사례, 일반화 어려울 수도
하지만 김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손해를 입은 부분에 상응하는 손해액에서 최대 3~5배까지만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주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의 손해배상금이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비켜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또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사건 발생 지역이 미국일 뿐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한국인, 한국 회사이기 때문에 미국 법원에서는 외국인 제소사건을 본국으로 돌려보낼지 여부를 심사한다는 것. 그는 “피고와 원고가 재판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을 수차례 왕복해야 하는 불편함이 예상되고, 굳이 미국에서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불편한 법정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한국 법원으로 소송 건을 이송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미국 변호사들도 피해자들의 미국 소송에 대해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법무법인 진앤김의 케빈 김 미국 변호사는 언론보도에서 박 사무장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데 대해 “한국의 경우 소송 청구액의 일정 비율을 인지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큰 금액을 써낼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 인지대가 없어 더러는 1조 원까지 써내기도 한다. 500억 원이란 금액은 상징적인 수치로 보인다. 실제로 그 금액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필립모리스의 경우 피해자가 암에 걸려 죽은 사람이었고, 거대 기업이 소비자의 암 발생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치밀하게 영업하고 판매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매우 컸다. 법원은 필립모리스의 행위가 다른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이번 건은 특정 승무원 및 사무장과 기업 오너 간 갈등, 즉 개인 대 개인의 사례로 국한될 수 있기 때문에 필립모리스 건과 같이 회사 대 개인 문제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사안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 성립되려면 가해자의 고의성과 악의적 마인드가 입증돼야 하는데 대한항공 측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변호할 것으로 보여 피해자들의 승소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승무원이 미국에서 배심원 심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유리한 부분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배심원이 손해배상금을 500억 원, 1000억 원으로 판결했다고 법원이 그대로 지급명령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92년 미국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를 산 한 할머니가 운전 도중 손자의 몸에 커피가 쏟아져 화상을 입자 맥도날드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을 때 배심원은 286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64만 달러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측에서 과다하다고 생각되면 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미국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화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활동 중인 김종환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에 관대하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소송 제기는 한국에서보다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소송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조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정인 선임비용이 들고, 배심원에게 증거 개시를 할 때도 해당 사건에 관한 증거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비슷한 사례에 관한 자료까지 모두 제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 또 미국은 평균 소송 기간이 한국에 비해 길어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에서의 소송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승무원이 미국에서 소송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건 발생 장소가 뉴욕 JFK국제공항 활주로 위 대한항공 여객기 내여서 관할권이 미국 법원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데다 거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라 부담이 크지만 미국에서는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법원이 한국 법원보다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많은 금액을 보상해주기 때문에 미국 소송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의식한 소송
실제로 김 승무원은 고소장에 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승무원의 소송을 맡은 코브레 앤 킴(Kobre·kim) 법률사무소가 4월 중순 보도자료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종이뭉치로 김 승무원의 얼굴과 가슴을 지속적으로 때리고, 무릎을 꿇게 한 뒤 다시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고 구석으로 밀친 후 계속 공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또 조 전 부사장이 김 승무원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을 퍼부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수치심을 느꼈으며 개인적, 직업적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김 승무원과 같은 모욕을 당했던 박 사무장도 미국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사무장은 보딩 브릿지에서 17m 후진한 여객기를 원위치 시켜 기내에서 내리는 굴욕을 당한 데다 사건 이후 회사 측에 정상적인 근무를 요청했지만 이전과 다른 비행 스케줄 등으로 정신적 피해와 육체적 피로가 큰 상태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변호사들은 두 사람의 미국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 워싱턴DC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피해자가 업무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충격(emotional depress)을 받은 데 대해 손해배상 금액을 높이 책정한다.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은 이 점을 고려해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사건 현장에 다른 승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증언과 증거를 수집해 피해자들이 모멸감을 느꼈다는 주장이 입증되면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 사법체계의 제도적 이점을 제시하며 “미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금액을 높이 책정하는 것은 사실 피해자를 위로하기보다 회사를 처벌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해당 회사를 징벌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에 따른다면 대한항공 측에 불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손해를 입은 피해자의 손해액만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에서 나아가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갖추고 있다. 최고 배상금을 받은 사례는 1998년 과도한 흡연으로 암에 걸려 남편이 사망하자 부인이 담배업체 필립모리스컴퍼니스(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인데, 이듬해 법원은 필립모리스에 8100만 달러(약 100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정 개인 사례, 일반화 어려울 수도
5월 초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미국에서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김 변호사는 또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사건 발생 지역이 미국일 뿐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한국인, 한국 회사이기 때문에 미국 법원에서는 외국인 제소사건을 본국으로 돌려보낼지 여부를 심사한다는 것. 그는 “피고와 원고가 재판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을 수차례 왕복해야 하는 불편함이 예상되고, 굳이 미국에서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불편한 법정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한국 법원으로 소송 건을 이송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미국 변호사들도 피해자들의 미국 소송에 대해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법무법인 진앤김의 케빈 김 미국 변호사는 언론보도에서 박 사무장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데 대해 “한국의 경우 소송 청구액의 일정 비율을 인지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큰 금액을 써낼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 인지대가 없어 더러는 1조 원까지 써내기도 한다. 500억 원이란 금액은 상징적인 수치로 보인다. 실제로 그 금액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필립모리스의 경우 피해자가 암에 걸려 죽은 사람이었고, 거대 기업이 소비자의 암 발생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치밀하게 영업하고 판매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매우 컸다. 법원은 필립모리스의 행위가 다른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이번 건은 특정 승무원 및 사무장과 기업 오너 간 갈등, 즉 개인 대 개인의 사례로 국한될 수 있기 때문에 필립모리스 건과 같이 회사 대 개인 문제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사안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 성립되려면 가해자의 고의성과 악의적 마인드가 입증돼야 하는데 대한항공 측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변호할 것으로 보여 피해자들의 승소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승무원이 미국에서 배심원 심판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유리한 부분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배심원이 손해배상금을 500억 원, 1000억 원으로 판결했다고 법원이 그대로 지급명령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92년 미국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를 산 한 할머니가 운전 도중 손자의 몸에 커피가 쏟아져 화상을 입자 맥도날드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을 때 배심원은 286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64만 달러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측에서 과다하다고 생각되면 조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미국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화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활동 중인 김종환 변호사는 “미국 법원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에 관대하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소송 제기는 한국에서보다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소송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조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조정인 선임비용이 들고, 배심원에게 증거 개시를 할 때도 해당 사건에 관한 증거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비슷한 사례에 관한 자료까지 모두 제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 또 미국은 평균 소송 기간이 한국에 비해 길어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에서의 소송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