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 첫 번째 맞이하는 부활절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국적 기업 가톨릭교회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열정적인 신자를 많이 거느린 경쟁자 오순절교회가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빼앗아갔다. 게다가 전통 고객은 스캔들 때문에 떠나가고 영업 인력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었다. 평생고용이 보장된 직업이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임에도 성직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중략) 그러나 단 1년 만에 가톨릭교회에 고객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CEO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서 사회적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미국 가톨릭신자의 85%가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기에 처한 기업(가톨릭)을 살린 CEO로 보고, 그의 리더십을 분석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나라 기업과 경영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가 권위를 버리고 스스로를 낮출수록 더 높아지는 이른바 언리더십(Un-leadership) 경영자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경영학계도 크게 주목
‘빈자의 대변인’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맑은 미소, 인자한 웃음, 진솔한 태도를 신자들은 감격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마피아와의 전쟁도 불사하는 단호한 태도로 결단력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운 CEO로 등장한 뒤 나타난 이러한 가톨릭교회의 모습은 이 오래된 종교가 전통 관료제하의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이에 따라 교회를 떠났던 신자들이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 이 반향으로 최근 경영학 이론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첫째,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을 이끌어온 힘 있는 경영자의 시대가 끝나면서 ‘경영하지 마라’로 요약되는 언리더십 이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닐스 플레깅(Niels Pflaeging)이 ‘자본주의 4.0’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으로 주창한 이론이다. 솔선수범하고 개혁에 앞장서며 자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교황 덕분에 통제와 권위의 상징이던 바티칸이 겸손과 겸양의 상징이 된 것이 바로 언리더십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인센티브’와 ‘페널티’로 요약되는 제도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에 직면했다. 단기적인 경영 성과를 평가해 칭찬과 징벌로 생산성을 자극하는 종래의 경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번째 해외 방문지로 브라질을 선택했고, 빈민촌 바르깅야 파벨라를 찾아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교황의 모습에서 세계인은 희망을 봤다. 이러한 영혼이 있는 행동은 마케팅 이론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3.0’과 일치한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더는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무기로 삼지 말고 관리하지 마라’는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영혼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이 마케팅 이론을 교황은 직접 실천하고 있다.
셋째, 체험형 마케팅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편안하게 성전 안에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어렵고 멍들고 상처받은 자와 체험을 공유하는 교회를 지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스스로 거리로 나가 낮은 자와 소외된 자를 보듬는 모습을 보인다. 백성이 굶주릴 때 예수가 끊임없이 강조한, “어서 저들에게 먹을거리를 내어주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교황은 심지어 경호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고 사회와 체험을 공유하는 교회를 만들어간다. 이는 ‘개념형’(concept) 복음선포자가 아닌, ‘체험형’(experience) 복음실천자의 모습으로, 이를 통해 고객(신자)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전통적인 ‘개념형 마케팅’ 이론을 넘어선 ‘체험형 마케팅’ 이론의 실천 성과라 할 수 있다.
넷째, 플랫포머(platformer·총무) 이론이 힘을 얻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신자들이 고민하고 기도하는 장(플랫폼)으로 여긴다. 해외를 방문할 때마다 교회를 힘 있는 자들이 잔치하는 공간이 아니라 힘든 이를 위로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이런 열린 자세는 신자 생태계를 키우고 활성화하는 힘이 되고 있다. 개방성이 생태계를 키운다는 것,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조직은 죽어버린다는 ‘폐즉사 개즉생(閉卽死 開卽生)’의 뜻을 담은 이론이 이른바 플랫포머 이론이다. 명산을 만들려면 신선이 있어야 하듯 좋은 조직을 만들려면 조직을 빛낼 인재를 많이 영입해야 한다. 교황의 성공으로 이제 경영학계가 전통적인 ‘사고팔기’ 시장을 넘어 개방적인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올바르게 일하는 지도자 부재
우리 사회에 경영자(manager)는 많지만, 지도자(leader)는 적다. 경영자는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Do things right)에 관심을 두지만, 지도자는 올바른 일하기(Do the right things)에 관심을 갖는다. 리더가 올바른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꿈을 키울수록 사람이 몰려든다. 사업은 ‘고객 창조’의 과정이다. 시대 흐름을 잡아 고객이 바라는 상품을 창조해가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를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세계인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지도자는 이제 수명을 다해가는 듯하다. 따라서 명령과 통제의 리더십이 아닌, 영성의 경영학을 찾아나서야 한다. 사람을 생산도구나 부속물로 여기지 않고, 사람의 생각을 성공 추진력으로 삼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공은 리더는 언제나 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경영마법’의 재료는 바로 사람이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서는 사람의 잠재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다.
세월호 사고, 군대 내 폭력과 학교 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위로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아온다. 그의 방한은 우리 사회에도 이제 언리더십을 실천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후 첫 번째 맞이하는 부활절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국적 기업 가톨릭교회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열정적인 신자를 많이 거느린 경쟁자 오순절교회가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빼앗아갔다. 게다가 전통 고객은 스캔들 때문에 떠나가고 영업 인력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었다. 평생고용이 보장된 직업이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임에도 성직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중략) 그러나 단 1년 만에 가톨릭교회에 고객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CEO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서 사회적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미국 가톨릭신자의 85%가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기에 처한 기업(가톨릭)을 살린 CEO로 보고, 그의 리더십을 분석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나라 기업과 경영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가 권위를 버리고 스스로를 낮출수록 더 높아지는 이른바 언리더십(Un-leadership) 경영자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경영학계도 크게 주목
‘빈자의 대변인’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맑은 미소, 인자한 웃음, 진솔한 태도를 신자들은 감격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마피아와의 전쟁도 불사하는 단호한 태도로 결단력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운 CEO로 등장한 뒤 나타난 이러한 가톨릭교회의 모습은 이 오래된 종교가 전통 관료제하의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게 한다. 이에 따라 교회를 떠났던 신자들이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 이 반향으로 최근 경영학 이론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첫째,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을 이끌어온 힘 있는 경영자의 시대가 끝나면서 ‘경영하지 마라’로 요약되는 언리더십 이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닐스 플레깅(Niels Pflaeging)이 ‘자본주의 4.0’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으로 주창한 이론이다. 솔선수범하고 개혁에 앞장서며 자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교황 덕분에 통제와 권위의 상징이던 바티칸이 겸손과 겸양의 상징이 된 것이 바로 언리더십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인센티브’와 ‘페널티’로 요약되는 제도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에 직면했다. 단기적인 경영 성과를 평가해 칭찬과 징벌로 생산성을 자극하는 종래의 경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번째 해외 방문지로 브라질을 선택했고, 빈민촌 바르깅야 파벨라를 찾아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교황의 모습에서 세계인은 희망을 봤다. 이러한 영혼이 있는 행동은 마케팅 이론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3.0’과 일치한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더는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무기로 삼지 말고 관리하지 마라’는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영혼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이 마케팅 이론을 교황은 직접 실천하고 있다.
셋째, 체험형 마케팅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편안하게 성전 안에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어렵고 멍들고 상처받은 자와 체험을 공유하는 교회를 지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스스로 거리로 나가 낮은 자와 소외된 자를 보듬는 모습을 보인다. 백성이 굶주릴 때 예수가 끊임없이 강조한, “어서 저들에게 먹을거리를 내어주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교황은 심지어 경호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고 사회와 체험을 공유하는 교회를 만들어간다. 이는 ‘개념형’(concept) 복음선포자가 아닌, ‘체험형’(experience) 복음실천자의 모습으로, 이를 통해 고객(신자)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전통적인 ‘개념형 마케팅’ 이론을 넘어선 ‘체험형 마케팅’ 이론의 실천 성과라 할 수 있다.
넷째, 플랫포머(platformer·총무) 이론이 힘을 얻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신자들이 고민하고 기도하는 장(플랫폼)으로 여긴다. 해외를 방문할 때마다 교회를 힘 있는 자들이 잔치하는 공간이 아니라 힘든 이를 위로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이런 열린 자세는 신자 생태계를 키우고 활성화하는 힘이 되고 있다. 개방성이 생태계를 키운다는 것,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조직은 죽어버린다는 ‘폐즉사 개즉생(閉卽死 開卽生)’의 뜻을 담은 이론이 이른바 플랫포머 이론이다. 명산을 만들려면 신선이 있어야 하듯 좋은 조직을 만들려면 조직을 빛낼 인재를 많이 영입해야 한다. 교황의 성공으로 이제 경영학계가 전통적인 ‘사고팔기’ 시장을 넘어 개방적인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올바르게 일하는 지도자 부재
우리 사회에 경영자(manager)는 많지만, 지도자(leader)는 적다. 경영자는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Do things right)에 관심을 두지만, 지도자는 올바른 일하기(Do the right things)에 관심을 갖는다. 리더가 올바른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꿈을 키울수록 사람이 몰려든다. 사업은 ‘고객 창조’의 과정이다. 시대 흐름을 잡아 고객이 바라는 상품을 창조해가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를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세계인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지도자는 이제 수명을 다해가는 듯하다. 따라서 명령과 통제의 리더십이 아닌, 영성의 경영학을 찾아나서야 한다. 사람을 생산도구나 부속물로 여기지 않고, 사람의 생각을 성공 추진력으로 삼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공은 리더는 언제나 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경영마법’의 재료는 바로 사람이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서는 사람의 잠재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다.
세월호 사고, 군대 내 폭력과 학교 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위로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아온다. 그의 방한은 우리 사회에도 이제 언리더십을 실천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