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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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권위 내려놓고 사람 껴안으며 소탈한 매력 발산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8-11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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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가 성장하는 건 개종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펴낸 권고문 ‘복음의 기쁨’ 14항의 내용이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이 말은 고스란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적용된다. 그가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 1위에 오를 만큼 지도력을 발휘하는 건 세계 가톨릭교회 수장으로서 권력을 행사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뜻한 미소와 겸손한 자세, 그리고 폭력과 차별에 단호하게 맞서는 태도를 갖춘 ‘인간’ 프란치스코에게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한 그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난을 몸소 실천한다는 점. 지난해 3월 교황으로 선출된 후 관저에 들어가는 대신 교황선거 기간에 잠시 지낸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에 계속 머물겠다고 발표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성녀 마르타의 집은 1891년 바티칸 인근에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교황 레오 13세가 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지은 건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기인 1996년 게스트하우스로 개축됐다.

    가난을 몸소 실천하는 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 거처를 정한 뒤 파격을 이어갔다. 새 교황이 즉위하면 순금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를 제작하는 관행을 깨고, 도금한 은반지를 만든 것이 그중 하나다. 심지어 디자인도 새로 하지 않고 1963년 당시 교황 바오로 6세를 위해 디자인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던 것을 재활용했다.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할 때까지 각종 서명 날인에 사용하는 어부의 반지는 교황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동할 때 고급 방탄차량을 마다하고 출고된 지 20년이 넘은 중고차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이전 교황에게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면모다. 프란치스코는 교황으로 선출된 날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과 인사한 뒤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저녁 만찬장으로 향했다. 신임 교황을 위해 기사가 딸린 리무진과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마다했다.

    그는 3월에도 교황청 관계자들과 버스를 타고 바티칸을 빠져나가 남쪽으로 약 24km 떨어진 작은 도시 아리치아에서 피정(조용히 자신을 살피고 기도하며 지내는 일)을 했고, 한국 방문을 앞두고는 한국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가장 작은 한국 차를 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권고문 ‘복음의 기쁨’ 97항에서 “하느님, 껍데기뿐인 영성이나 사목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에서 저희를 구하소서”라고 기도한 바 있다. 그가 자신의 삶부터 ‘세속적인 교회’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런 교황의 태도는 다른 가톨릭 성직자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후 주교들이 가슴에 다는 십자가를 황금 재질에서 은이나 다른 금속 재질로 바꾸고, 대형 차량도 교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회에 대한 새로운 희망 제시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교황
    교황의 매력은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즉위 후 처음으로 맞은 성목요일, 가난한 이민자의 자녀가 모여 있는 청소년 교정시설을 찾아 여자 소년원생과 이슬람교 신자를 포함한 12명의 발을 씻겨줬다. 교황이 여성이나 무슬림을 대상으로 세족례를 한 건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즉위 후 처음으로 맞은 생일날 아침 식탁에도 동유럽 출신 노숙인 3명을 초청했고 취임 후 인터뷰에서 동성애자와 이혼자, 낙태 여성 등에 대한 교회의 자비를 강조하며 “동성애자들이 선한 뜻으로 신을 따른다면, 내가 어떻게 그들을 정죄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교황은 무신론자에게도 열린 태도를 보인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언론인 에우제니오 스칼파리가 신문 지면을 통해 ‘하느님은 신을 믿지 않는 이들도 용서하는가’라고 공개 질문을 던진 데 대해 “진심과 뉘우치는 마음을 갖추면 신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다”며 “신앙이 없으면 양심을 따르면 된다”고 답한 것. 교황은 스칼파리의 질문을 보고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로 이뤄진 두 사람의 대화는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바다출판사)라는 책으로 묶여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그러나 교황이 모든 이에게 따뜻한 건 아니다. 폭력과 차별에 대해서는 타협없는 태도를 보인다. 6월 22일 이탈리아 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