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이 번식 시도에 나선 것은 지난 98년.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계속되는 발정기마다 짝짓기를 유도하는 갖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검사 결과 암놈(11세)은 정상인 것으로 판명났으나 숫놈(12세)이 도대체 ‘성욕’을 드러낼 생각을 않고 있는 것. 교성과 고환 팽창 등 외견상으로는 발정기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암놈을 ‘소 닭 보듯’ 하는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94년부터 호랑이를 담당한 이상직 수의관의 말이다.
호랑이들은 5~6세 무렵부터 짝짓기를 시작하고 20~25세까지 산다. 사람에 비유하면 둘은 30대 초·중반의 ‘왕성한 나이’다. 몸무게도 두 마리 모두 200kg 내외로 정상이다. 95년 무렵 숫놈이 췌장염을 앓아 90kg까지 마르기도 했지만, 이미 완쾌된 데다 췌장염과 성기능은 관련이 없다. 따라서 숫놈이 ‘목석’이 된 이유는 여전히 오리무중. 하얼빈시 동물원장 등 중국측 호랑이 전문가들이 급히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마찬가지.
운동량 늘리기 같은 고전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자 지난해에는 호랑이끼리의 교배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틀어 ‘성교육’을 실시했고 올해는 비아그라를 투약해 보기도 했다. 이는 중국 충칭 동물원에서 호랑이 발기를 유도하기 위해 비아그라를 정기 투약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따른 것.
비아그라가 호랑이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제작회사인 화이저측도 반신반의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난 3월 초 4일에 걸쳐 세 알씩 숫놈에게 비아그라를 투약했다. 그러나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연히 약값만 날린 셈.
두 호랑이가 국가 원수끼리 주고받은 ‘귀하신 몸’이다 보니 서울대공원 등의 다른 숫놈 호랑이에게 ‘대리부’ 역할을 맡기는 방법 역시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상징적 의미가 강해 부부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는 것. 그렇다고 선물로 받은 호랑이를 바꿔달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매년 5000만원 가량의 예산만 날리고 있다고 수목원측은 하소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