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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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수질검사 항목에 바이러스 안넣을 것”

김명자 환경부 장관… 기존 수질검사 항목 47개, 비용 등 감안 새 검사법 채택 어려워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

    입력2005-01-28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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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시 수질검사 항목에 바이러스 안넣을 것”
    지난 3·26 개각 때 조심스럽게 김명자 환경부 장관(57)의 교체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단지 최장수 장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김장관은 4대강 수질 개선사업, 천연가스차 도입,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정책 등 일관성 있는 환경정책으로 재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김장관은 다음 달 24일이면 꼭 2년을 채운다. 이미 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의 1년 2개월 20일 기록을 깨뜨린 지 오래고, 여성장관으로는 전무후무하게 장수한 김정례 보사부(현 보건복지부) 장관의 3년 기록을 넘보고 있다. 입각 당시 행정경험이 없고 정치력이 없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업무 파악 능력은 각 국-실 과장급 수준이고, 정계의 인사청탁을 과감히 배제하는 뚝심에 환경부 주요 행사에 대통령 내외를 참석시키는 등의 정치력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2일 환경부가 의뢰한 ‘수돗물 중 바이러스 분포실태 연구조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환경부는 반론과 해명으로 분주하다. 4년 전부터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을 주장해 온 서울대 김상종 교수(생명과학부)는 ‘주간동아’(284호)와의 인터뷰에서 “4년 전 바이러스 검출사실을 인정했으면 대비책이라도 세웠을 것 아니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한편 김명자 장관은 지난 5월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부도 바이러스에 과학적-합리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기초자료 확보차원에서 인증한 방법(총세포배양법)으로 조사한 것 아닌가. 그러나 이번에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하더라도 상시 수질검사 항목에 바이러스를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며, 김교수가 주장하는 유전자검색법도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가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보고받은 게 지난해 12월6일이었는데, 즉시 발표하지 않고 수개월이 지난 5월2일에야 발표한 까닭은 무엇인가.

    “수질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자칫 아무런 대책 없이 발표부터 하면 전국적인 불안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환경부 장관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한 후 발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출 정수장에 대한 사후조치와 재조사를 거쳐 정수 및 가정급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근본대책과 함께 발표한 것이다. 또 어제 채취한 시료를 가지고 오늘 결과가 나왔다든지 하면 즉시 발표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5~10월에 채취한 시료들의 분석결과가 지난해 12월에 나온 것인데, 몇 달 전 흘러 들어간 물에 대해 ‘거기 바이러스가 들어 있었다’는 식으로 아무런 대책 없이 국민에게 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시 그때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김상종 교수는 환경부가 검사방법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결과 발표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하는데….



    “먼저 김교수가 97년 11월 ‘서울시와 부산시 각 2곳의 수돗물에서 1000ℓ당 1~10마리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발표를 환경부가 4년뒤에 인정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환경부가 이번에 실시한 검사에서는 서울과 부산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와 발표과정은 매우 투명하다. 1997년부터 실시해 이미 3차 연도에 돌입한 사업이다. 초대형 정수장 6곳을 대상으로 한 1차 연도 조사와 대규모 정수장 20개소를 대상으로 한 2차 연도 조사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다가 3차 연도에서 1일 생산능력 10만 t 미만의 중`-`소 규모 정수장 40개 중 7개 정수장 수돗물과 가정급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이번 연구조사 작업은 KIST와 경희대 등 외부 연구기관과 대학팀이 했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공인한 총세포배양법에 따라 분석하였음을 밝혔다. 모든 방법과 시료채취 과정 및 장소 등에 대한 자료는 국립환경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김상종 교수가 제시한 유전자검색법이 기존 세포배양법보다 ‘민감도’가 높아 더 많은 바이러스를 검출한다는데 왜 좀더 정확한 방법을 채택하지 않나.

    “김교수의 방법이 바이러스나 바이러스 조각까지도 찾아낸다는 것은 알고 있다. 김교수와 같은 과학자는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으며 앞으로도 더 정확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김교수의 방법이 민감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 재현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환경부는 이번 바이러스 조사에서 미국 환경보호청이 표준검사법으로 인증한 총세포배양법을 채택한 것이다.”

    -환경부 장관이 지난 2월15일 국회에서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수돗물 수질기준에 바이러스 항목이 없다고 발언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김교수는 5월2일 김장관과의 면담에서 장관이 국립환경연구원 자료에 미국 수질기준에 바이러스 항목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며 행정체계의 비효율성을 문제삼았는데….

    “도대체 내가 무엇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건지 묻고 싶다. 김교수는 오래 전부터 환경운동에 참여한 과학자로 나와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이번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과 관련해 얘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났을 뿐이다. 수질기준 항목에 대한 국회 답변은 세계적으로 아직 바이러스를 수돗물의 정기 검사 항목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나라가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와 남아프리카에 규정이 있긴 한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나 미생물 오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며, 미국은 바이러스 항목에 대한 수질분석 대신 소독과 여과에 대한 처리기준을 두어 99.99%까지 제거하도록 관리한다.”

    -다른 나라야 그렇다 해도 우리는 수질에 대해 특히 민감한 만큼 상시 수질검사 항목에 바이러스를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로서는 바이러스를 상시 분석 항목에 넣을 계획이 없다. 또 바이러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검사법을 채택할 계획도 없다.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새로운 방법을 채택할 경우 그것이 아무리 획기적이라 해도 비용, 복잡성, 소요기간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바이러스를 제외한 기존 수질검사 항목 47개를 검사하는 데 건당 18만원이 드는데, 바이러스 분석에는 1곳당 150만원 정도가 든다. 우리 나라 정수장이 589개소다. 한 달에 한 번씩 정수장 1곳과 가정급수시설 10곳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다면 1년에 1166억원이 필요하다. 김교수는 1곳당 60~70만원 정도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적지 않은 비용이다. 그 돈이 있으면 먼저 낡은 상수도관을 바꾸는 데 쓰겠다.”

    “상시 수질검사 항목에 바이러스 안넣을 것”
    -어쨌든 주민들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물 때문에 불안하다. 김교수는 수돗물에서 급성 장염, 뇌수막염의 원인균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가.

    “어제 바이러스 검출지역인 충북 영동을 방문했다 그 지역 주민에게서 ‘화장실에 앉아 있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안타까웠다. 물이 몸에 닿기만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생각할 만큼 비과학적이다.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의 종류는 현재 국립보건원에서 확인작업이 진행중이다.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먹는 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최선을 다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여과와 소독과정을 철저히 하면 된다. 또 낡은 상수도관을 하루 빨리 바꿔야 하지만 모든 게 돈이 있어야 해결되는 문제다.”

    -이번 일로 환경부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특히 바이러스 검출 사실이 알려진 지역의 민심이 상당히 악화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관과 주민의 간담회가 무산되기도 했는데….

    “정수장 상황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정수장이 589개소인데 관리의 주체는 지자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어느 지역의 상수도 관리예산을 보니 전체의 0.64%에 지나지 않았다. 정수장의 소독기능 미흡, 시설노후, 운영인력의 전문성 미흡, 취수원 취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하지만 수도관리의 주체는 분명히 지자체다. 중앙부처는 수질기준을 설정하고 지방정부에 재정적-제도적 조언을 하면서 정수장 운영이 제대로 되는지 감독할 책임이 있을 뿐이다.”

    끝으로 김장관은 국민적 관심이 온통 수돗물 바이러스에 집중되는 동안 환경부의 다른 역점사업이 소홀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올해 환경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위한 ‘에코-2 프로젝트’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기술과 환경관리 역량이 있어야 수돗물 바이러스와 같은 기초적인 환경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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