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동 교수(목원대·건축도시공학부)의 ‘문학 속 우리 도시기행’(옛오늘 펴냄)은 건축학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소설 24편(광복 전 17편, 광복 후 7편)의 무대를 따라가는 여행이다. 예를 들어 춘원 이광수가 도쿄 유학중 쓴 ‘무정’은 1916년 이전 서울 북촌을 주무대로 한다. 소설에는 주인공 이형식이 가정교사가 되기 위해 6월 여름 오후 2시 안동(지금의 안국동) 파출소 앞 중국 요릿집 부근을 지나 대부호인 김광현 장로를 찾아가는 장면, 종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철물교를 지나 배오개를 지나 동대문, 청량리, 홍릉 솔숲에 이르는 거리 등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김교수는 소설 분석과 함께 서울 북촌 양반가의 사진, 전차가 달리는 동대문 안쪽 풍경, 한-미 전기회사와 YMCA가 나란히 보이는 종로 거리 등의 사진을 실어 문학과 건축의 만남을 시도했다. 낡은 사진 한 장에 담긴 풍부한 문학적 영감과 역사적 의미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