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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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주고도 사려고 줄 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쌀독 바닥나”

ADATA 천리바이 회장 “AI 수요가 ‘메모리 경기 순환’ 완전히 깨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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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6-05-1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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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소캠(SOCAMM)2’ 192GB.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소캠(SOCAMM)2’ 192GB. SK하이닉스 제공

    “D램, 낸드플래시, 하드디스크(HDD), SSD 등 4대 주요 메모리 제품이 동시에 부족한 건 30년 업력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쌀독이 바닥났다. DDR4는 공급 복구가 불가능한 구조적 부족 국면에 있다. 인공지능(AI) 수요가 과거 3~4년 주기의 메모리 경기 순환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다.”

    세계 2위 D램 모듈 기업 대만 에이데이터(ADATA)의 천리바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13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천 회장은 5월 6일(이상 현지 시간) 콘퍼런스 콜에서도 AI 추론 시대에 진입하며 메모리칩이 보조 자원에서 주력 자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에이데이터는 자사 재고 구조에서 D램 비중이 약 55%, 낸드플래시 비중이 약 45%라고 밝혔다. 천 회장은 “AI 서버 공룡들 등쌀에 죽을 맛”이라며 “내부적으로 ‘물건을 아껴 팔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털어놨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칩을 구하려는 고객이 줄을 섰지만,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을 고려해 핵심 고객 위주로 물량을 배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 회장은 “2027년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물량 확보 전쟁

    에이데이터 같은 메모리 모듈 업체는 반도체 칩을 외부에서 대량 구매한 뒤 이를 가공해 판매한다. 칩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핵심 사업 구조다. 에이데이터는 메모리 가격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전인 2025년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재고를 늘려왔다. 올해 1분기 말 약 364억 대만달러(약 1조7000억 원)였던 재고는 5월 말 기준 400억 대만달러(약 1조9000억 원)를 넘어섰다. 에이데이터는 재고 대부분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원천 제조사로부터 직접 확보한 물량이며, 천 회장은 “올해 4분기까지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 전 미리 확보해둔 저가 재고 덕분에 에이데이터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8배 폭증했다.

    에이데이터는 경쟁 상대가 동종 모듈 기업이 아니라 오픈AI,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간 에이데이터는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로부터 칩을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드는 중간 역할을 맡아왔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상황이 달라졌다. 거대 클라우드 기업들이 모듈 업체를 거치지 않고 메모리 제조사와 직접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에이데이터 같은 모듈 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칩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천 회장은 현 메모리 시장을 판매자 우위 시장이라고 설명하면서 “가격은 오르기만 할 뿐 하락할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빅테크들도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월 7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들로부터 신규 생산라인 투자와 장비 구매 지원 제안을 받았다. 일부 고객사는 특정 메모리 생산라인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 비용을 부담해주는 방식까지 거론됐다. EUV 장비는 첨단 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로, 대당 약 1500억 원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24GB GDDR7 D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개발한 24GB GDDR7 D램. 삼성전자 제공

    “범용 D램이 더 벌어준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D램이 주도했다면, 하반기는 낸드플래시가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4월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개인용 컴퓨터(PC)용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16달러(약 2만4000원)로 전월(13달러)보다 23.08% 상승했다. 지난해 4월 1.65달러와 비교하면 1년 사이 10배가량 오른 것이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4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24.16달러(약 3만6000원)로 전월(17.73달러) 대비 36.29%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국면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은 더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각각 36.0%, 32.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의 경우 삼성전자가 28.0%로 1위에 올랐다.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 점유율은 22.1%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올해 매출액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메모리 수익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4월 30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범용 D램 수익성이 HBM(고대역폭메모리)보다 높아진 현상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은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연 단위로 선행 가격 협상을 하고 있지만, 범용 D램은 분기 단위로 협상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수익성 격차가 큰 폭으로 축소될 것이고, 균형적인 생산 믹스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를 극단적 수급 불균형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업계 전반에서 신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지만 물리적 한계가 존재해 수요 폭증에 모두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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